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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Apr 15. 2020

오로지 글로 승부하는 곳

'본질'이 무엇인가를 다시 묻는다.

본질을 잃고
다른 것으로 채워지는 것들


휴대폰으로 골프 게임을 할 때였다.

하루하루 레벨을 높이는 재미가 상당했다. 드라이버 거리와 정교한 타격 등, 경쟁을 하고 반복을 하는 과정 중에 실력이 늘었다. 그러나 그것은 오래가지 못했다. 게임회사가 유료 아이템을 속속들이 판매하면서부터, 그 게임은 실력의 대결이 아니라 아이템 대결이 되었다. 노력하여 이룬 나의 드라이버 비거리를 비웃듯, 아이템 하나면 두 세배 먼 곳으로 공을 보내는 경쟁자와 난 게임이 되지 않았다.


글쓰기 초기.

글쓰기를 마음먹고 어디에다 무엇을 써야 하나 고민이 깊은 때였다. 당장 글을 쓸 수 있는 곳은 블로그였다. 누구에게나 열려 있고, 언제든지 쓸 수 있으니 자연스레 글을 쓰게 된 것이다. 그런데 어느 날 정신 차리고 보니, 나는 글을 쓰고 있지 않고 블로그를 하고 있었다. 즉, 글쓰기보단 블로그를 꾸미거나, 메뉴와 게시판 등을 정렬하고 구축하는데 더 힘을 쏟고 있었다. 더불어, 어떻게 하면 검색에 더 노출이 될지, 수많은 이웃을 가진 블로거의 비법은 뭔지를 궁금해하며 글쓰기를 잊어 갔다.


SNS는 시대의 화두다.

안 하는 사람이 이상한 시대. SNS는 인생의 낭비라고 말하는 사람이 머쓱할 정도로, 갖가지 마케팅과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픈 사람들의 욕구로 SNS는 세계적인 일상이 되었다. 하지만 그 존재를 알리고픈 욕망의 크기는 제어가 되지 않는다. 보정 어플을 당연시할 정도로 사람들은 자신을 왜곡한다. 조회수와 좋아요, 팔로우를 위해서라면 노출은 기본이고 자극적인 말과 콘텐츠는 아무렇지 않게 생성된다. 


즐거운 게임이, 글쓰기의 다짐이,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가.

어쩌다 그 본질을 잃고 다른 것으로 채워졌는가. 열심히 노력하던 사람은 아이템 앞에서 무너지고, 글쓰기보단 다른데 신경을 더 쓰고, 자신을 뭉개고서라도 존재를 인정받고 싶은 상황의 역설.


나는 위 세 가지 경험에서,

'본질'이란 무엇인가를 다시 묻는다.


오로지 글로 승부하는 곳


이런 내게 브런치가 다가왔다.

아이템도 필요 없었고, 뭔가를 꾸미지 않아도 되었으며 나를 날씬하게 보이게 하거나 보정할 필요도 없었다. 나는 그저 썼다. 쓰고 또 썼다. 내 글이 부끄럽고, 하찮아 보이고,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썼다. 글을 쓰는 그 시간에 나는 나를 만나고, 나를 고찰하고, 나를 포용했다. 그러는 사이 글이 쌓였고, 쌓인 글들은 전구 하나하나가 되어 빛을 발했다. 그리고 그 빛은 네온사인의 그것과 같이 내 세계관을 비추는 싸인(Sign)이 되어 내가 가야 할 길을 알려 주고 있다.


오로지 글로 승부할 수 있는 곳.

꾸준함과 반복의 가치를 알게 해 주는. 중요한 일을 할 땐, 더하려 하지 말고 빼야 한다는 가르침을 주는 곳.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여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곳. 


내가 브런치를 좋아하는 이유다.




브런치는 기본적으로 조회수나 구독자를 늘리는데 목적이 있는 플랫폼이 아니다.

그것을 좇을 때, 글쓰기의 본질은 소멸한다. 본연의 가치를 차곡차곡 모을 수 있는 곳이 브런치라면, 우리는 응당 누군가의 '좋아요'를 바라기보단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글에 의미를 두어야 한다.


광고 없이, 현란한 메뉴 없이 오로지 글쓰기를 독려하는 플랫폼은 만나기 드물다.

더불어, 온갖 볼거리가 만연한 시대에 '텍스트'에 투자하고 그것을 활성화시키려는 시도도 거의 없다는 걸 볼 때, 나는 브런치를 만나게 된 것에 그저 감사할 뿐이다.


잘 쓰지 않아도, 조금 부족해도 메인에 걸어 사람들에게 용기를 북돋아 주는 그 마음에도 경의를 표한다.


다시, 오로지 글로 승부할 수 있는 곳.

그리고 그 '승부'는 다른 누군가가 아닌,

나를 관통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것임을 떠올린다.




스테르담 글쓰기 클래스 정보


[저서 모음]

'견디는 힘' (견디기는 역동적인 나의 의지!)

'직장내공' (나를 지키고 성장시키며 일하기!)

'오늘도 출근을 해냅니다' (생각보다 더 대단한 나!)

'아들에게 보내는 인생 편지' (이 땅의 모든 젊음에게!)

'진짜 네덜란드 이야기' (알지 못했던 네덜란드의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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