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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Apr 16. 2020

직장인, 자발적 고독이 필요하다.

잠시 거리 두기를 하고 나를 제대로 세우는 시간

"사막에서 혼자 사는 것이,
사람들 사이에서 혼자 사는 것보다
훨씬 덜 힘들다."
- 루소 -


직장생활은 누가 뭐래도 부대낌이다.

출근길은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북적한 사람들에 치이고, 업무 시간엔 사람은 물론 온갖 돌발 변수에 허덕인다. 부대낌은 마찰이다. 상처는 그 마찰에서 온다. 쓰리고 아픈 것이 몸에만 해당되는 게 아니다. 마음과 정신, 더 나아가 영혼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우리는 그 부대낌에서 제외될까 걱정한다.

그것은 무의식 중에 서려있다. 부대낌에서 제외된다는 건 낙오의 다른 말이고, 먹고사는데 큰 문제가 생긴다는 뜻. 안전과 소속, 인정 욕구는 아이러니하게도 부대낌에서 오는 것이다.


즉, 우리네 사람은 그러니까 직장인은.

정말로 두려운 것이 '홀로 있는 것'이 아니라 '외톨이로 여겨지는 것'이다. 외톨이가 되지 않으려고, 오늘 하루도 고군분투한 스스로를 돌아보면 좀 더 명확해진다.


더불어, 우리는 홀로여서 외로운 것이 아니라, 혼자 있지 못해서 외로운 존재라는 걸 받아들여야 한다.


외로움과 쓸쓸함,
그리고 고독 사이


홀로 있는 느낌을 표현할 때 우리는 '외로움', '쓸쓸함', '고독'이란 말을 쓴다.

'외로움'은 혼자가 되어 적적하고 쓸쓸한 느낌을 말한다. '쓸쓸함'은 외로움을 전제로 한 허전한 마음이다. 이어서 '고독'은 '홀로 있는 듯이 외롭고 쓸쓸하다'는 뜻으로 외로움과 쓸쓸함 모두를 담고 있다.


같은 말을 하고 있지만 나에게 그것은 느낌이 좀 다르다.

신학자인 폴 틸리히의 말에 동의하는 이유다.

 "외로움이란 혼자 있는 고통을 표현하는 말이고, 고독이란 혼자 있는 즐거움을 표현하는 말이다"


우리는 '고독을 씹는다'란 표현을 쓰지 않는가.

'씹는다'는 능동형이다. 내가 선택한 움직임이다. 그에 반해, '외로움'이나 '쓸쓸함'은 '느낀다'와 연결된다. 느끼는 건 내 의지와 상관이 없다. 그저 받아들여야 하는 내부 또는 외부의 자극이라 볼 수 있다.


군대에서 화장실에서 혼자 먹었던 초코파이가 생각난다.

먹을 때와 잘 때, 훈련할 때 매 순간을 사람들과의 부대낌 속에 있었으나 화장실에서만큼은 칸막이가 허용되었다. 고독의 공간이었다. 진정으로 나와 대면할 수 있는 시간. 군인이라는 사회적 가면을 벗어던지고 오롯이 나를 마주할 수 있었다. 더불어, 허겁지겁 여러 개를 먹는 것보다 한 입이라도 음미하며 먹는 초코파이가 더 맛있었다.


그렇게 나는 고독과 초코파이를 씹은 것이다.

물론, 혼자였다고 외롭거나 쓸쓸하지 않았다.


직장인,
자발적 고독이 필요하다.


사회적 가면인 페르소나는 생각보다 무겁다.

게다가 여러 겹이다. 직장인이라는 역할뿐만 아니라 집에서도 우리는 가족이라는 역할을 한다. 가족과 집도 사회생활의 연장인 것이다. 그러다 보면 우리는 자신의 본래 모습을 잃는다. 승진을 위해, 돈을 위해, 먹고살기 위해 뛰다 보니 거기에 정작 '나'는 없다. 이 얼마나 허무한 일인가.


사회학자인 바이스(R.S.Weiss)는 외로움에 대한 1973년 연구에서, 외로움을 '사회적 외로움'과 '정서적 외로움' 두 가지로 나누었다. 전자를 '주변인이라는 느낌', 후자를 '버림받았다는 느낌'으로 표현할 수 있다.


이것을 '고독'이라는 것으로 활용해보면 어떨까?

즉, 느끼는 것이 아니라 일부러 씹어보는 것. '사회적 고독'과 '정서적 고독'을 추구하는 것이다. 직장에서의 일과 업무를 잠시 내려놓거나, 가족을 포함한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한 발짝 물러나 보는 것. 즉, 사회적 가면을 잠시 놓아 보는 것이다. 물론, 매 순간 그것을 추구하거나 제 역할을 해야 할 때 역할을 다하지 못하면 사회적으로나 정서적으로 제대로 된 삶을 살지 못하고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


목적은 사회적 가면을 벗고 '나'를 찾는 것이다.

자꾸만 나를 되새겨야 한다. 내가 존재하는 이유. 그것을 되새겨야 마음이 건강해진다.


직장인의
현실적인 자발적 고독


위에서 언급했듯이, 직장인인 우리는 역할을 벗어던지기에 자유롭지 않다.

그럼에도 우리가 스스로를 챙기려 고독을 선택해야 한다면, 현실적인 방법을 떠올리고 실천해야 한다.


첫째, 출근길과 퇴근길을 활용한다.


출근길과 퇴근길은 내가 오롯이 혼자 있는 시간이다.

집과 직장의 중간에 있는 것이 출퇴근길이라는 걸 알아챘는지 모르겠다. 출퇴근길의 힘든 여정을 떠올리느라 생각하지 못했겠지만, 정말로 소중한 시간인 것이다.  전철이나 버스를 타거나, 운전을 하거나. 계단을 오르내리고 주차장을 오가는 그 짧은 사이. 나 혼자만의 시간이라 생각하면 꽤 의미가 깊어진다. 말 그대로, 그 어디에도 소속되지 아니한 나만의 세상인 것이다.


'오늘도 출근을 해냅니다'에서도 이와 같은 소회를 남긴 적이 있다.

퇴근길은 온전히 나의 시간이다.
(중략) 걸음의 속도를 줄이니 그것도 온전히 내 것이 되었다.

왜 진작 이러지 못했을까.
하루 중 혼자 있을 수 있는 시간은 얼마 없다.
직장과 가정은 모두 공동체 생활이다.
(중략)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은 일상처럼 하라고 했던가.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 그 사이사이 잠시 눈을 감아보았다.
여행지의 어딘가에서 잠시 마음을 가다듬고 눈을 감는 것과 무슨 차이가 있을까.

주변이 어떠하든 결국 잠시 눈을 감는 것은 나다.
애써 푸른 바다를 연상하지 않는다.
그냥 나 자신을 느끼고, 심호흡을 크게 해 본다.

오늘이라는 여행을 잘 마쳤다.
잘 해냈다.

그것으로 족하다고, 스스로를 자랑스럽게 여기며 천천히 걸어간다.

<오늘도 출근을 해냅니다> - 천천히 걷는 퇴근길 中 -

혼자만의 시간인 출퇴근길은 마음껏 고독을 씹어보기에 좋다.


둘째, 산책과 심호흡


누구나 할 수 있는 쉬운 말인 것 같지만, 아무나 할 수 없는 실천 영역이다.

마음의 여유가 없으면 잠시의 산책도 할 수 없다. 반대로, 잠시의 산책을 하면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도 있다. 더불어, 사람은 매 순간 숨을 쉬도록 운명 지어졌다. 이는, 매 순간 저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란 절대자의 의미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니 움직이고 숨을 쉬는 건 중요하고, 산책을 통해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건 필수다.

각종 연구에서 말하는 효과를 들이대지 않더라도 한 번 해보면 누구나 몸소 느끼게 된다. 점심시간에 잠시, 그게 힘들다면 위에서 말한 퇴근길을 활용해도 좋다.


전철 한 정거장 전에 내려 천천히 걸으면, 그것은 어느새 고된 퇴근길이 아니라 나와 마주하는 소중한 시간이 될 것이다.


셋째, 글을 쓴다.


글쓰기엔 여러 가지 매력이 있지만, 고독을 느낄 수 있다는 게 그중 하나다.

글을 쓰는 그 순간. 내 글은 누가 대신 써줄 수 없다. 내가 필기구로 꾹꾹 눌러쓰거나, 직접 자판을 두드려야 한다. 동시에 이루어지는 생각과 표현 또한 나만의 것이다.


글을 쓰면 나는 자발적으로 고립된다.

직장에서 일어난 일이나, 가족 또는 친구들과의 관계도 잠시 내려놓고 나를 마주하는 것이다. 내가 바라보는 세상, 내가 받아들이는 세상 그 중심에 있는 나를 만난다. 이 고독감은 꽤 중독성이 있다. 꼭 아무 소리가 들리지 않는 밀폐된 공간에 있을 필요 없이, 글쓰기를 시작하는 순간 나는 눈에 보이지 않는 아늑한 곳에서 고독을 오도독 씹게 되는 것이다.




사람은 외로운 존재다.

그러나 외로우면 안 된다. 사회적으로든 정서적으로든 잘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삶이 어려운 건, 외로워도 힘들고 부대껴도 힘든다는데 있다. 그 '적절한 정도'를 잘 맞춰야 삶은 덜 힘들게 되는데, 그 비결은 바로 '자발적 고독'에서 온다고 나는 믿는다.


잠시 거리 두기를 하고 나를 제대로 세우는 시간.


그래야 건강하게 외로울 수 있고,

외톨이가 되지 않도록 알차게 부대낄 수 있다.




스테르담 글쓰기 클래스 정보


[저서 모음]

'견디는 힘' (견디기는 역동적인 나의 의지!)

'직장내공' (나를 지키고 성장시키며 일하기!)

'오늘도 출근을 해냅니다' (생각보다 더 대단한 나!)

'아들에게 보내는 인생 편지' (이 땅의 모든 젊음에게!)

'진짜 네덜란드 이야기' (알지 못했던 네덜란드의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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