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에선 누구나 용감했으면 좋겠다.
'왜'가 아닌 '어떻게'에 매몰된 플랫폼엔 진실함이 없다.
브런치는 저와 상관없는 줄 알았어요
글쓰기 강의에서 조금의 충격을 받았다.
강의에 참석하신 분께서 브런치는 글 잘 쓰는 사람이나 사용하는데 아니냐, 내가 어떻게 브런치를 시작할 수 있겠느냐는 말을 듣고 나서다. 물론, 강의 내내 그 오해를 풀어 주었고, 그분은 브런치에서 글쓰기를 시작하고 작가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그럼에도 나는 약간의 씁쓸함을 느낀다.
작가 신청의 단계가 있긴 하지만, 브런치는 모든 사람이 작가가 될 수 있다는 걸 말하고 있지 않은가. 꼭 작가 신청을 하지 않더라도 우선 작가의 기분을 내며 글을 쓸 수 있는 나만의 공간이 생긴 것으로도 그 의미는 있다고 본다.
어쩌면 글쓰기 강의를 내가 더 열심히 해야 하는 이유가 생긴지도 모르겠다.
나는 결과 지향적인 플랫폼을 반대한다
'왜'가 아닌 '어떻게'를 추구하는 플랫폼엔 진실함이 없다.
브런치의 성공 요인은 명확하고 새롭다.
브런치는 보기 드물게 '왜'를 추구하는 플랫폼이다. 군더더기가 없다. 그래서 작가들은 다른 곳에선 볼 수 없는 절망을 써 내려가기도 한다. 브런치의 매력이다. 온갖 있어 보여야 하는 다른 플랫폼과는 진솔함의 차원이 다른 것이다. 브런치의 글들이 다채로운 이유다.
브런치의 충격파를 받은 다른 플랫폼을 보자.
그것은 '어떻게'를 추구한다. 어떻게 하면 이웃을 많이 모으는지, 어떻게 하면 광고를 붙일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상위노출과 함께 팔로우와 구독자를 늘릴 수 있는지. 최근 시도하는 인플루언서도 나는 크게 성공할 것이라 보지 않는다. 벌써부터 선팔하면 맞팔, 팔로워 늘리는 법이란 게시물이 파다하기 때문이다.
'왜'가 아닌 '어떻게'에 매몰된 플랫폼엔 미래가 없다.
그저, 숫자만 늘리려는 아웅다웅 속에 진실함은 소멸되고 만다.
나는 브런치가 계속해서 '왜'에 대해 이야기하면 좋겠다.
더불어, 브런치에선 누구나 용감했으면 좋겠다!
브런치가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새로운 서비스에 고민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계속해서, 나는 브런치가 '왜'와 '과정'에 초점을 맞추었으면 좋겠다. 아마도 그러리라 믿는다. 그것이 아무것도 아닌 내가 글을 지속할 수 있는 이유였다. '어떻게'를 고민하지 않으니 자연스레 '왜'가 보였고, 방향을 깨달은 나는 계속해서 쓸 수 있는 것이다.
누군가 브런치 어워드나 리워드를 주는 것이 어떠냐는 의견을 내었다.
난 반대한다. 목표를 설정하고 어느 정도 글을 쓰면 주는 리워드는 '강제성'이다. 자발적 글쓰기가 아니다. 더불어, '브런치 작가상'을 만든다는 건 누군가의 용기를 저해할 수도 있는 일이다.
그것을 만드는 순간, '브런치 작가상 받는 방법'등에 대한 게시물, 그러니까 '어떻게'에 초점이 맞춰진 콘텐츠들이 양산될 것이다. 그러한 이야기가 많아질수록 진실함은 왜곡되고 풍화되며 증발해버릴 것임을 나는 확언한다.
고로, 브런치에선 누구나 용감해졌으면 좋겠다.
나 또한 브런치에서 용기 내어 글을 쓴다. 부족해도 쓰고, 모자라도 쓰고, 누군가 알아주지 않아도 쓴다. 그야말로 용기가 필요한 과정이다. 그렇게 조금씩 용기를 내어 보면, 용기와 함께 글이 쌓이고 쌓인 글을 토대로 용기는 좀 더 커진다. 그러한 행복하고도 보람찬 과정을 겪은 나로서 나는 그 어떠한 브런치의 변질을 보고 싶지 않다.
그 방향은 왜 우리는 써야 하는지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을 스스로 갖게 만드는 것이다.
브런치엔 그 누구도 억지로 쓰는 사람이 없다고 나는 믿는다.
그리고 그것이 브런치의 매력이자, 다른 플랫폼과 차별화되는 진실함의 원동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