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은 매일 하는 퇴사
퇴근할 때 퇴사를 같이 떠올리기로 한다.
사무실을 나선다.
어느 한 날은 마음이 보람차고, 또 어떤 날은 마음이 헛헛하다.
그 마음은 내 하루를 규정한다. 규정된 그대로, 그 날의 잠자리는 보람차거나 헛헛해지는 것이다.
그런데, 오늘은 퇴근을 하다가 문득 낯설고 흥미로운 생각이 들었다.
오늘 퇴근하는 내가 내일 출근을 안 한다면. 그것은 퇴근이 아니라 퇴사가 될 것이다. 그런데 나는 아직 퇴사란 단어를 떠올린 적이 없다. 힘들고 고되어 퇴근을 빨리 하고 싶을지언정, 자발적 퇴사는 생각해본 적이 없는 것이다.
직장인으로서의 자부심이 강해서가 아니다.
나는 매일을, 매 순간을 '쟁이'와 '장이' 사이에서 흩날리는 한낱 월급쟁이일 뿐. 그러나, 사랑하는 가족을 생각해낼 때 나는 다시 무게 중심을 잡는다. 삶은 묵직해지는 것이다.
어쩌면 그것이 '퇴사'란 단어를 점점 뒤로 미루는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그러함에도, 언젠가 나는 퇴사하는 날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더 다니고 싶어도, 일을 더 하고 싶어도 못하는 그 날. 어쩐지 그날은 먹고사니즘이 해결되었다 하더라도 마음이 꽤 헛헛할 것 같단 생각이다.
그래서 나는 이제 퇴근할 때 퇴사를 같이 떠올리기로 한다.
'퇴근은 매일 하는 퇴사'라고 나지막이 읊조리며, 사랑하는 내 가족에게 달려가야지 마음먹는다.
내일의 출근이 조금은 덜 두렵고, 조금은 더 기대되도록. 오늘 하루를 규정할 때 조금은 덜 헛헛하고, 조금은 더 보람차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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