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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May 28. 2020

내가 허름하게 느껴질 때

허름함은 '연민'이자 '멋'이다.

안쓰러운 물건들이 있다.

그저 낡은 것이라면 싫증을 낼 텐데, 기어이 허름한 그것들은 연민을 자아낸다.


허름함은 낡은 것만을 뜻하지 않는다.

보통에 약간 미치지 못한 그 어떤 상태를 말하기도 하는데, 아마도 이것이 연민을 자아내는 원인일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더불어 허름함은 낡음으로써 친숙함을 제공한다.

낡고 헤져서 볼품없어 보이는 물건들이 있는 반면, 그러해서 정이 가는 것들도 있다. 명품이라고 일컫는 물건들은 요즘 들어 의미가 퇴색되어 가격으로만 가늠이 되지만, 내가 알고 있는 '명품'은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안고도 그 허름함이 멋이 되고 친숙함이 되는 물건을 말한다.


 즉, 허름함은 '연민'과 '멋' 그 두 가지를 모두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나는 때로 나 자신이 매우 허름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생각이 허름하고, 마음이 허름하며, 체력이 허름할 때. 그냥 스스로가 통째로 허름한듯한 그 느낌은 초라함과 크게 다르지 않다.


직장인으로서 반복되는 번뇌와 고달픔 때문일까.

그렇다고 보람이 없는 것도 아니고, 월급이 없는 것도 아닌데. 내 중심 어딘가가 풍화되고 소멸되는 듯한 느낌은 막을 방법이 없다.


그러할 때 나는 내가 안쓰럽다.

연민을 느낀다. 아, 나는 보통에 약간 미치지 못한 그 상태에서 머물러 있구나. 허름함을 넘어 너덜너덜한 낡음을 느낄 그즈음. 나는 세월의 흔적을 되새긴다. 지난날을 뒤적뒤적하다 보면 무언가 의미가 있고 배움이 있다. 오랜만에 입은 옷 주머니에서 돈을 찾은 것과 같은 소소한 재미와 보람이랄까.


명품은 세월을 정통으로 맞고도 오히려 값어치가 올라가는 존재다.

말 그대로 허름함이 멋이 되는 그 존재를 나는 앙망한다.


하지만 그 멋을 자아내기 위해선, 허름한 세월의 흔적을 받아들이고 인정해야 한다.

돌아보면, 나이에 걸맞지 않게 말하 행동하려 했을 때 나는 더 낡아 보였던 것이다.


다시, 허름함은 '연민'이자 '멋'이다.

이제 나에겐, '연민'과 '멋'이 동시에 주어지고 있다는 걸 아무런 조건 없이, 그저 받아들이는 일만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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