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기억의 대부분은 유쾌하지 않은 것들이다. 실수와 후회로 점철된 순간들. 시간의 매정함으로 가리고 싶은 그것들은 바닥에 용수철이 달린 서프라이즈 장난감처럼 예고 없이 튀어 오른다.
화들짝 놀란 나를 추스르고 나면 스스로를 미워하는 나 자신이 남는다.
지금의 내가 온전하려면 그때의 기억을 부정해야 한다. 그 기억을 부정하려면 그 순간의 선택이나 행동을 한 주체를 지워내야 한다. 그 주체는 바로 나다. 그러나 나는 나를 지울 수 없다. 기억은 잠시 잊힐지 몰라도, 살아 숨 쉬고 있는 한 나라는 실체는 지워지지 않는다.
지워지지 않는 걸 지워 내려다보면 두 존재 모두 서글퍼진다.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 둘 모두. 그런 선택을 했던 나를 다그치고, 스스로를 부정하며 지금의 나를 외면하고. 온전하려는 발버둥은 오히려 온전하지 못한 결과를 낳는다.
그러나 우리가 하는 가장 큰 실수.
과거의 잘못된 결과만을 놓고 판단한다는 것. 그 어떤 후회할 만한 선택과 행동을 했더라도 그것엔 분명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이야기는 끝까지 들어보지도 않고 남을 판단한다며 손가락질하는 우리는, 정작 과거의 우리 이야기는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후회로 가득한 기억들이 튀어나왔을 때. 서프라이즈 장난감을 받은 것처럼 거나하게 한 번 놀라 주고는 그때의 나를 인정해야지 마음먹는다. 그러했던 이유가 분명 있었을 것이고, 그 선택을 한 건 다름 아닌 나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릴 수 있다지만, 나는 생각이 좀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