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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Jun 26. 2020

그때의 나를 인정합니다.

내 마음의 이야기를 들어줄 귀는 결국 나에게만 있다는 걸.

살다 보면 어떤 기억이 훅 치고 들어오는 때가 있다.

그 기억의 대부분은 유쾌하지 않은 것들이다. 실수와 후회로 점철된 순간들. 시간의 매정함으로 가리고 싶은 그것들은 바닥에 용수철이 달린 서프라이즈 장난감처럼 예고 없이 튀어 오른다.


화들짝 놀란 나를 추스르고 나면 스스로를 미워하는 나 자신이 남는다.

지금의 내가 온전하려면 그때의 기억을 부정해야 한다. 그 기억을 부정하려면 그 순간의 선택이나 행동을 한 주체를 지워내야 한다. 그 주체는 바로 나다. 그러나 나는 나를 지울 수 없다. 기억은 잠시 잊힐지 몰라도, 살아 숨 쉬고 있는 한 나라는 실체는 지워지지 않는다.


지워지지 않는 걸 지워 내려다보면 두 존재 모두 서글퍼진다.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 둘 모두. 그런 선택을 했던 나를 다그치고, 스스로를 부정하며 지금의 나를 외면하고. 온전하려는 발버둥은 오히려 온전하지 못한 결과를 낳는다.


그러나 우리가 하는 가장 큰 실수.

과거의 잘못된 결과만을 놓고 판단한다는 것. 그 어떤 후회할 만한 선택과 행동을 했더라도 그것엔 분명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이야기는 끝까지 들어보지도 않고 남을 판단한다며 손가락질하는 우리는, 정작 과거의 우리 이야기는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후회로 가득한 기억들이 튀어나왔을 때. 서프라이즈 장난감을 받은 것처럼 거나하게 한 번 놀라 주고는 그때의 나를 인정해야지 마음먹는다. 그러했던 이유가 분명 있었을 것이고, 그 선택을 한 건 다름 아닌 나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릴 수 있다지만, 나는 생각이 좀 다르다.


그때도 맞고 지금도 맞다.

그러니까, 그때의 나를 인정하면 지금의 나도 인정할 수 있다.


세상은 이미 결과적으로 결과적인 곳이다.

결과로만 판단하면 나는 나를 인정할 기회가 영영 없다.


그랬구나. 그러했구나. 그땐 그런 마음이었구나. 다 이유가 있었구나.

그런데 이런 결과가 난 거구나. 그러니 다음엔 이렇게 해보는 것도 좋겠구나.


내 마음의 이야기를 들어줄 귀는 결국 나에게만 있다는 걸.

그때의 나를 인정하면서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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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서 모음]

'견디는 힘' (견디기는 역동적인 나의 의지!)

'직장내공' (나를 지키고 성장시키며 일하기!)

'오늘도 출근을 해냅니다' (생각보다 더 대단한 나!)

'아들에게 보내는 인생 편지' (이 땅의 모든 젊음에게!)

'진짜 네덜란드 이야기' (알지 못했던 네덜란드의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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