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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Aug 03. 2020

결국, 글쓰기로 숨을 쉰다.

덕분에 난 오늘도 숨을 쉰다.

어른이 언제 되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분명한 건, 어른이라는 페르소나를 뒤집어쓴 그 어느 날부터 나는 계속 달리고 있다. 간혹, 넘어지고 뒤처져 걷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멈춘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멈춘다는 의미는 먹고사는 걸 중단한다는 이야기와 같으니까. 그러니까, 천천히 가도 되지만 멈추지 말란 말은 현실적이면서도 생생한 조언이다.


그래서일까.

멈추지 못하는 삶은 고단하다. 더불어, 우리 모두는 준비 운동 없이 어른이 되지 않았나. 몸을 풀기도 전에 우리는 전속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학교에서 배우지 않은 수많은 것들을 몸소 겪고, 사람들이 그리고 내가 원하지 않는 괴물로 변할 수도 있다는 걸 깨우치다 보면 마음마저 너덜너덜해진다.


그 팍팍한 삶을 살다가, 나는 운명과 같이 글쓰기를 시작했다.

글쓰기와 아무 상관없는 내가, 글쓰기 전문 교육을 한 번도 받지 않은 내가. 꾸준함이 없어 일기 조차 쓰지 않던 내가. 그런 내가 글을 쓰고 있다니.


그러니까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글쓰기를 시작한 건 삶의 무게 때문이다.

준비운동 없이 뛰느라 숨이 헐떡였으니, 그 얼마나 숨을 쉬고 싶었을까. 국민체조의 마지막은 숨쉬기 운동이다. 하물며, 전력으로 달렸다면 중간중간 숨을 쉬어야 마땅하다. 


숨을 쉰다는 건 나를 알아차리는 의식이다. 

빠른 심장의 움직임으로 한껏 상기된 나를 달래는 과정. 동시에, 또다시 뛰기 위한 준비 운동.


나이가 들어 숨을 쉬는 방법은 많은 사람들에게 제각각이다.

누군가는 자식을 통해, 누군가는 사랑을 하며, 또 누군가는 쇼핑을 해서, 다른 이는 재테크나 여행에 힘을 쏟으며 숨을 쉰다. 어떤 것이 고상하고 어떤 것이 더 가치 있느냐는 의미가 없다. 무엇이라도, 내가 숨을 쉴 수 있게 해주는 것이라면 좋은 것이다.


결국, 나는 글쓰기로 숨을 쉬고 있다는 걸 알아차린다.

글쓰기를 해보지도, 꾸준함이란 1도 없던 내가 글쓰기를 하고 있다는 건 숨이 모자라서였고, 숨 쉬고 싶어서였다. 코와 입으로 숨 쉬는 것만이 숨이 아니란 걸, 중년이 되어 알게 된 것이다. 그 방법을 찾는데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고, 이제야 글쓰기를 시작한 나를 채근 대면서도 이제부터라도 글쓰기를 한 나를 토닥여본다.


덕분에 난 오늘도 숨을 쉰다.

그리고 힘겹게 내뱉은 숨들이 모여 나의 글이 된다.


숨 쉬는 모든 순간을, 나는 사랑한다.




스테르담 글쓰기 클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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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서 모음]

'견디는 힘' (견디기는 역동적인 나의 의지!)

'직장내공' (나를 지키고 성장시키며 일하기!)

'오늘도 출근을 해냅니다' (생각보다 더 대단한 나!)

'아들에게 보내는 인생 편지' (이 땅의 모든 젊음에게!)

'진짜 네덜란드 이야기' (알지 못했던 네덜란드의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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