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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Jan 23. 2016

조직 내 비기너의 존재감 찾기

조직에서 새로 시작하는 사람에게 선택권이 그리 많은 것은 아니다

Hi. 젊음!

하루 잘 지냈어?


날씨가 춥다.


조심하자. 감기.

건강하자. 우리.


"비기너의 기억"


오늘은 조직 내에서 새로 시작하는 사람에 대해 이야기를 좀 할까 해.

일단 '비기너'라고 표현을 했는데 영어를 한글로 그대로 쓰자니 좀 어색하지만, 딱히 떠오르는 말이 없네. 더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알려줘.


원래는 시작을 '사회 초년생의 조직 속 존재감 찾기'라는 글을 쓰려다가, 생각해보니 조직 속에 새로 오는 사람이 사회 초년생이나 신입사원만 있는 게 아니더라고.


내가 실제로 경험했던 조직 속 존재감 찾기에 대해  이야기하려 하는데, 난  그때 신입사원은 아니었고 부서 이동을 한 상태였거든.


입사해서 어리바리 세상 물정 조금씩 알아가다, 2년이 지난 즈음. 난 다른 부서로 발령을 받게 되었어.

조직 속 '비기너'가 된 거지.


직장에서 부서 이동이라 함은 몇 가지를 의미해.


- 부서가 없어졌거나

- 일을 못해  방출되었거나 (누가 밀어내서 의지와  상관없이 다른 곳으로 갔거나)

- 일을 잘해서  스카우트되었거나 (누가 이끌어 주었거나)

- 내가 정말로 원해서 사전 작업을 해서 갔거나 등


문제는 말이야.

내가 그 당시 부서 이동을 하게 된 건, 위에 몇 가지 사항에 하나도 해당이 안된다는 거였지.


당시 국내 영업에서 해외 마케팅으로의 부서 이동 물밑 작업을 하다 걸린 통에, 인사부서에서는 투자해서 키우던 사람을 다른 사업본부로 빼앗기기 싫으니 '위로 반'과 '괘씸죄 반'을 섞어 본부 내 새로운 부서에 일방적으로 발령을 내버린 거야.


결국은?

그래, 낙동강 오리알이 된 거지.


왜냐하면, 그 부서는 당시 잘 나가는 제품의 마케팅 부서였고 누군가는 자기 후배를 끌어오려고 노력하고 있었는데 내가 일방적으로 발령이 나면서 누구도 바라지 않은 엉뚱한 사람이 오게 된 거니까.


즉, 누구도 예상 못한, 아무도 모르는 엉뚱한 사람이 하늘에서 갑자기 떨어지게 된 거야.

후에 들었지만, 누군가는 내가 낙하산인 줄 알았다고 까지 하더라고.


그렇게, 신입사원으로 시작을 한 내가 2년 후,  또다시 '비기너'가 되었지.

낙동강 '비기너'.


"비기너의 설움"


그렇게 되다 보니, 사람들은 나를 투명인간 취급하기 시작했어.

일은 어느 정도 하는지 검증도 안되고. 3년 차 사원이니 평판은 듣보잡이고.

끌어준 사람이 없으니 누구 하나 손을 먼저 내밀진 않더라고.


하루 종일 책상에 멍하니 앉아 나 없이 바삐 돌아가는 사람들만 구경했지.

신입사원이라면 괜찮겠지만, 3년 차 사원에게 이것은 지옥과 같았어.

일을 주지 않는다는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아니까.


그때 알았어. 회사에서 가장 힘든 때가 언제인지.

일에 파묻혀 피곤할 때, 이어지는 야근을 할 때가 아닌.


바로, "직장 내에서, 조직 내에서 존재감이 없을 때" 란걸.


술 담배를 안 하는 탓에 폭식증으로 이어진 스트레스 해소법은 나에게 20kg의 살집을 안겨다 주었고, 갑작스런 비만으로 숨 쉬는 것이 힘들어 생명에 위협을  느끼기까지 했어.


얼굴은 웃음기 없이 점점 굳어지고, 살은 더 없이 쪄가고... 몸도 마음도, 영혼도 지쳐갔지.


"살아야겠다는 본능에서 출발한 존재감 찾기"


하는 일 없이, 그러나 힘들게 퇴근해 먹다지쳐 누워 TV를 보다 갑자기 깨달았어.

이러다 죽을 수도 있겠다. 몸이 아닌 영혼이. 아니, 둘 다.


남들이 무시하고 신경 안 쓰는, 직장 내에서의 흐름을 따라가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어.

문득, 흐름을 만들어 가야겠다는 생각이 든거지.


살고 싶었거든.

몸도 영혼도.

그리고 내 비전은 직장 내에 있었으니까, 그대로 무너질 순 없었어.


길이 길어질 것 같아서 그냥 바로 존재감을 찾기 위해 내가 한 것이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그 결과는 어땠는지 바로  이야기할게.


"존재감 찾기는 나 자신으로부터"


말 그대로, 내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가장 먼저 한 것은 '나 스스로의 인정' 이었어. 남들에게 내 존재를 알아 달라고 하기 전에 스스로 존재를 인정해야 한다는 것. 어떻게 보면 '자신감'을 찾는다는 것의 다른 말일지 몰라.


어느샌가 소극적이고, 목표 없는 살찐 돼지가 된 모습을 내가 사랑하기 힘들었고 자신감을 가질 순 없었지. 그래서 자신감을 찾기 위해 외모에 신경 쓰려고  마음먹었어.


첫째, 웃기. 

안되면 웃는 연습이라도 해서 웃기. 내가 다른 사람이라 해도 하루 종일 어두운 모습으로 앉아 있는 내게 먼저 손 내미는 일은 없었을 거야. 아직도 생각나. 회장실 거울을 보며 양 검지 손가락으로 입술 끝을 꾸욱 눌러 위로 추켜올리던 웃음 연습의  그때를.


둘째, 운동하기. 

'Sound body, Sound mind'. 영혼이 아프다면, 영혼을 담는 그릇인 몸부터 챙겨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 물론 숨쉬기도 힘들었더랬지. 가장 빠른 시간 내에 살을 뺄 수 있는 운동으로 스쿼시를 택했고 다행히 재미가 붙어 3개월 만에 20kg을 날려 버릴 수 있었어.


그러고는 매일 아침 웃는 얼굴로 사람들에게 먼저 인사하며  다가갔어.

언젠가는 나에게 일을 주고, 또 언젠가는 나에게 웃으며 다가올 사람들을 기대하며 말이야.


"조직 속 낮은 자세의 기적"


그다음으로는 조직 내에서 벌어지고 남겨지는 자질구레한 일들, 남들이 하기 싫어하는 일들을 먼저 찾아 도와주거나 내 일로 만들기 시작했어. 조직 내 '비기너'에게는 그리 많은 선택권이 없었기에 할  수밖에 없었던 일이기도 해.


생각해보니, 사람들이 일을 안 준다고 서러워만 했지, 내가 일을 찾아볼 생각은 하지 않고 있었더라고. 사람들이 바빠서 못 챙기는 일, 또는 힘들어서 버려지는 일 중에는 참으로 보석과 같은 것들이 많았어.

참 의외였어. 그리고 또 나에게는 기회가 되었지.


어떤 일은 단순 심부름, 어떤 일은 경쟁사와의 소송 진행 (덕분에 변호사들과 업무 협의도 하고 법원도 드나들고), 선배들은 바쁘다며 나가지 못하는 현장 시장조사 (덕분에 현장 감각을 읽고, 경쟁사 동향도 몸소 파악하고) 등등.


덕분에, 덕분에, 덕분에....라는 말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많은 것을 배웠고, 어느새 나는 조직에서 없어서는 안될 사람이 되어 있었어. 누구나가 필요로 하는 사람. 내가 못하는 일을 해줄 수 있는 사람.


영원히 힘들것만 같았던 그 부서에서의 업무 기간은 2년 이었고, 이후 내가  그곳을 떠나 해외마케팅 부서로 옮겨 갈 때 많은 사람들이 아쉬워하고 또 눈물을 보여주었던 기억이 나.


나 또한 많은 눈물을 흘렸었던 것 같아.

아니 분명 그랬었어.


"계속되는 비기너의 삶"


시작이란 설렘과 두려움을 동반하게 돼.

그 부서의 경험 이후, 나는 운이 좋게도 여러 부서들을 경험해왔어.

즉,  또다시 '비기너'가 된 시간들이 많았다는 거지.


그때마다 나는 힘들었던 시간을 떠올려, 스스로 자신감을 갖고  궂은일을  도맡아했어. 

그거 알아? "먼저 온 자가 나중 되고, 나중 온 자가 먼저 된다."라는 말.


직장 내 조직은 당장 영원할 것 같지만, 연간 단위로 변화의 폭이 매우 커.

지금 힘들고, 또 지금 좋은 것들이 영원할 것 같지만 정신 차려보면 금세 많은 것들이 바뀌어 있곤 해.


말이 너무 길었지?

그래도 내가 후배들에게 멘토링 (이라 쓰고 내가 초심을 돌아보고 더 많이 배우는 시간이라 읽는다.) 할 때 후배들도  귀담아듣고 많은 도움을 안고 간다고 해주는 스토리 중 하나야.


내가 이렇게 했다고 이런 것들이 정답은 아니야.

다만, 나의 경험과 행동 속에서 배울 것은 배우고 버릴 것은 버렸으면 해.


언젠가 말했지?

난 잘나서, 뭔가 우월하기 때문이 아닌, 함께 고민하고 경험하고 성장하기 위해 멘토링을 한다고.

이쯤 되면 내가 멘토인지 멘티인지 구분이 힘들지만, 아무렴 어때.

서로에게 배우면 돼지!


젊음의 특권은 바로 이런 것에 있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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