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 & J에게
Hi. 젊음.
하루 의미 있게 보냈어?
오늘은 얼마 전에 우리 회사에서 지내는 인턴 친구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어.
힘든 점이 있어서 그 이야기를 들어주고, 함께 토론하기도 하고 했지.
슈퍼히어로처럼 바로 해결해주지 못한 탓에 무거운 마음을 어찌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그 친구들이 스스로 성장해야 하는 과정이기에 서로에게 많은 도움이 된 것 같아.
완벽하게 해결해주지 못한 미련을 마음에 담아, 그 친구들의 어려움과 나의 생각을 곱씹으며 편지로 대신해 봤어.
H와 J 안녕?
너희들이 우리 회사 다른 부서에 인턴으로 온 지 벌써 5개월이 다 되어 가는구나.
이제 한 달 후면 너희들 인턴 기간도 다 끝나겠지?
다른 부서에 있지만 지나가는 사람들을 통해 너희들이 얼마나 힘들게 일하고 있는지 전해 듣게 되었어.
힘든 이유를 전해 듣다 보니, 아... 이건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더라. 뭔가 의미 있게 힘든 거라면 그러려니 했는데 내가 회사 생활을 하면서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것들, 그리고 내가 성장해서는 저러지 말아야지 했던 것들을 경험하고 있더라고. 게다가 여긴 한국도 아니고 뭔가를 배우려 그렇게 먼 곳에서 온 너희들인데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더랬어.
난 아직 회사를 사랑하는 마음이, 꼭 회사 자체가 아니더라도 내가 일하고 있는 직장에서 그렇게 좋지 않은 것만 경험하고 가면 안될 것 같아 결국 나의 오지랖이 발동하게 되었어.
같은 부서는 아니지만 너희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자리를 마련했지.
"내가 생각하는 해외 인턴십"
해외에 자리하고는 있지만 한국 회사라는 굴레를 벗어날 수 없는 현실, 그래도 내가 생각하는 해외 인턴십은, 업무는 물론 그 나라의 문화와 특성을 배우고 경험하며 그 인사이트와 시야를 넓히는 것이 목적이라고 생각해.
그런 의미에서는 너희들의 마음가짐과 열정도 필수 준비물이겠지? 맞아, 난 너희들의 그 자세와 열정을 봤어.
해외 인턴십을 신청하고 그 심사 과정을 겪으면서 느끼고 결심했던 너희 시간들을 돌아봐. 어땠어? 모르긴 몰라도 설레고 벅차고 큰 기대가 있었을 거야. 현실적으로는 취업을 위한 전초전이면서, 어쩌면 졸업 유예 내지는 졸업 전 시간을 벌기 위한 수단이었을지언정.
둘이 짝을 지어 밝게 인사하고, 열정과 패기로 가득 찬 너희 모습은 아직도 잊히지 않아.
하지만, 아쉽게도 너희의 그런 모습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어.
단지, 너희들이 초심을 잃어서일까?
"내가 대신 미안해, 너희들에게 벌어진 일들"
다른 사람의 이야기와, 드디어 너희들에게 직접 전해 들은 이야기는 내 가슴을 먹먹하게 했어.
우리 회사가 다 그런 것도 아니고, 일부 부서와 또 일부 사람들의 문제이지만 난 너희가 해외 인턴십을 하며 경험할 무궁무진한 것들에 대한 날개를 접었다는 생각이 들었었거든.
하는 일 없이, 그리 중요하지도 않은 일을 위한 일을 하며 윗사람의 눈치 보며 퇴근하지 못하는 것.
일 빨리 끝내고 퇴근하면 될 것을, 저녁 먹고 야근해야 한다며 저녁 먹는데 1시간 이상을 소비하는 것.
그리 높지도 않은 윗사람의 경비처리를 하게 된 것.
알 수 없는 이유로 끌려가서, 기분 나쁜 반말로 이런저런 잔소리 듣는 것.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고, 의미 있는 일을 하는 것 같아 보이지 않는 선배가 푸념을 1시간 넘게 늘어놓는 것.
(차라리 그 시간에 일을 집중적으로 하고 야근을 안 하면 될 것을)
이러한 모든 것들. 내가 대신 미안해. 사과할게.
이 모든 것들이 너희에게는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고, 또 정말 편협한 곳의 문제인데 너희들의 시야를 좁게 만들지는 않았는지에 대해. 그리고 우리 회사가 다 이런 건 아니라는 것. 그리고 정말 나도 당해보고 했지만, 내가 성장하면 절대 저러지 말아야지 했던 종합세트가 너희에게 일어난 일이라니.
혼자 아닌 척, 정의로운 코스프레를 하는 것이 아니야.
나도 부지불식간에 이러한 행동을 하고 있는지도 몰라.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혹시라도 내가 그러지는 않을지 스스로를 매일 점검한다는 것과 내가 더 큰 사람이 되어서 절대 저러지 말아야지... 하는 다짐. 그리고 작지만 하나하나 바꾸려 노력한다는 나의 진심은 믿어 주었으면 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고마웠던 건, 우리 같이 식사를 하고 맥주 한 잔을 곁들이며 긴 시간 이야기한 그때. 속에 있는 많은 것들을 털어놔주었던 것.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와중에도 배울 수 있는 것이 있다"는 식상한 말에 고개를 끄덕여 준 것들.
아마, 내가 특별히 무슨 말을 하지 않아도 알 거야.
배워야 할 것과 그러지 말아야 할 것을 구분할 수 있는 현명한 분별력을 너희들은 가지고 있으니 말이야.
내가 좋아하는 '젊음'이란 단어는 말이야. 그런 것 같아.
나의 초심을, 열정과 패기를 세상이 그리고 사회가 아무리 꺾으려 들어도 그 와중에 그것을 잊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천하고 작은 것부터 바꾸어보려 노력하는 것이라 생각해.
회의실에 끌려가, "야", "너"라는 험한 말을 듣고, 그리 높지도 않는 선배의 경비 처리를 해준다는 이야기를 덤덤하게 하는 모습 속에서, 너희의 열정과 기대가 사그라진 것을 봤지만 그 불 씨가 꺼졌다고는 생각 안 해. 난 너희들이 젊음을 기억하고 그 불을 지펴 다시금 일어났으면 해. 꼭 그럴 거라 믿고.
아, 인턴 생활 초기에는 뭣도 모르고 당하고만(?) 있다가, 최근 6시 정시 퇴근을 '선언'한 용기는 정말 가상하다고 생각해!
"절대 사람을 바꾸려 하지 말 것, 그리고 그에 대한 가장 큰 복수는...."
우리 웃으며 말했지.
세상은 넓고 사이코는 많다.
맞아, 사실 세상은 그리고 사회라는 곳과 직장엔 많은 사람들과 일들이 있어.
종 잡을 수 없는 그러한 우연과 인연의 향연은 우리 삶을 풍성하게 하기도 하고, 푸석하다 못해 우울하게 만들기도 하지. 솔직히,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후자 쪽이 더 많은 건... 이미 알고 있지?
우리가 표현하는 그 사이코 말이야.
재미있는 건, 그 사이코라는 사람 입장에선 우리가 사이코일 수 있다는 것. 혹시 생각해 봤어?
다르다고 틀린 건 아니지만, 틀리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분명 있어.
너희들이 말한 그 사람은 내가 봐도 '틀린', 그러니까 '잘못된' 행동을 일삼고 있어.
하지만 내가 슈퍼히어로처럼 그 사람을 응징할 순 없어. 안타깝게도 말이지.
너희들도, "저 사람 왜 저래?"라며 답답해하고 반항 한들 절대 바뀌지 않을 거야.
당장은 억울하더라도, 그 사람을 바로 바꾸려 하거나 또 바로 응징이나 반항을 하려 하지 않는 것이 좋아.
그 사람은 절대 바뀌지 않거든. 내가 뭐라고 해도. 그리고 너희들이 티 나게 반항을 해도.
다시, 세상은 넓고 사이코는 많지만, 그럼에도 배울게 많은 사람들이 더 많다고 생각하자.
그리고 배우겠다는 자세가 되어 있으면, 그 이상으로 배울 것이 많게 될 거야.
자, 우린 이미 그 사이코에게서도 많이 배웠지?
저러지 말아야겠다는 것!!!!
맘 같아서는 저 사람이 바로 어떻게 되었으면 좋겠고, 당장에 응징하고 싶겠지만.
가장 큰 복수는 말이야.
내가, 너희들이, 우리가 높은 사람이 되고 권력 아닌 권력을 가졌을 때, 어렵고 힘든 사람을 보호해 주고 우리가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들을 후배들에게 고스란히 전하지 않는 거야.
난 내가. 또 너희들이 할 수 있다고 믿어.
왜? 우린 젊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