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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Aug 23. 2020

글쓰기는 '빨리'보다 '멀리'다.

멀리 갈 때 우리는 생각지도 못했던 속도를 얻을 수 있다.

빨라야 한다.


지금 우리 시대가, 우리 삶이, 우리 주변이 그렇다. 

빠르지 않으면 살아내지 못한다. 나를 제치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들에 대한 압박. 그러나, 빠르지 못하면 나를 뒤로 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들에 의해서가 아니라 그들을 보고 느끼는 불안감에 스스로 무너진다는 걸 알게 된다.


그러하니 우리 사회 모든 시스템이 속도를 부추긴다.

조기 입학, 조기 졸업, 선행 학습, 선행 교육, 최연소 임원, 최연소 부자 등. 조금이라도 빠른 것에 우리는 열광하고, 나보다 빠른 것을 앙망하는 삶을 살도록. 모든 것이 그렇게 설계되어 있다.


그 안에서 조급함을 느끼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그러하지 않다고 하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그 사람이 거짓을 말하고 있다고 주장할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빠름'에 능하다.

어려운 시절을 이겨내고, 극빈국에서 지금의 경제발전을 이룬 것도 모두 '빠름' 덕분이다. '빨리빨리'는 고유 단어가 되어 외국 사람들의 머리와 입에서도 회자되고 발음된다.


그러니까, '빠름'은 우리 민족의 생존 방법이자 고유 역량이다.

그러나 한강 다리 하나가 무너지고, 백화점 한 채가 통째로 무너지는 일을 겪으며 우리는 엑셀만 깊이 밟아왔고 브레이크를 잊고 있었단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즉, 속도조절에 대한 경각심이 생기게 된 것이다.


그 경각심은 너무 늦은 것이었다.

마치 그림자가 나를 추월한 것처럼.


정리하면, 빠름은 우리 고유의 역량이자 병폐다.

불을 잘 사용하면 이기(利器)가 되고 잘못 사용하면 재난이 되듯이. 속도 또한 조절을 잘하면 좋은 것이 되고, 그러하지 않으면 어려움이 된다.


글쓰기 조차도
우리는 '빠름'을 추구한다.


집단 무의식이란 무섭다.

그 무게는 가볍지 않다. 같은 민족이라면, 같은 경험을 한 집단이라면 가지고 있는 그 무의식의 세계. 그 안에 '빠름'이 자리 잡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글쓰기에서조차 '빠름'을 추구한다.

'어떻게'란 단어를 사용하면 그 속도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어떻게 하면 글쓰기를 배울 수 있지?
어떻게 하면 책이 나올 수 있지?


사실, '배울 수 있지'와 '나올 수 있지' 앞에 생략된 단어가 있는데 그건 바로 '빨리'다.

'어떻게'는 '빨리'와 찰떡궁합인 단어다. 방법을 묻는 질문엔 조급함이 묻어 있다. 조급함엔 속도가 묻어 있다. '어떻게'란 단어를 마주하면 내 마음은 요동한다. 나 또한 무언가를 배우고 싶어 할 때, '어떻게'를 먼저 떠올리고 마음은 이미 저 멀리 내달리는 걸 알아챈다.


그러나 '글쓰기'는 태생적으로 속도를 낼 수 없다.

아니, 정정하자면 속도가 빠르지 않고 상대적으로 일정하며 액셀을 밟는 만큼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글쓰기를 결심하고는 액셀을 '부앙~!'밟아보는데, 그 반응이 즉각적이지 않아 이내 운전석을 떠나고 만다.


글쓰기는 '빨리' 보다 '멀리'다!


글쓰기에서도 '빨리'를 추구하는 것에 대해 나는 반대하지 않는다.

나도 조금이라도 글쓰기를 빨리 시작했으면 어땠을까, 조금 더 빨리 책을 내었으면 좋았을 걸, 최연소 베스트셀러 작가가 될 순 없었나라며 자책 아닌 자책과 후회 아닌 후회를 한다.


그러나, 글쓰기를 통해 얻은 배움은 '멀리'라는 방향을 바라보게 하는 시야다.

삶의 모든 것이 '어떻게'라는 속도에 점철되어 있을 때, 글쓰기는 '멀리'보라는 방향을 제시한다. 마침내 고립된 어딘가에서, 고개를 들어 주변을 바라보던 그때가 생생할 정도다.


'멀리'와 '방향'.

이와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질문은 바로 '왜'다.


마침내, 속도 조절할 수 있는 브레이크와 방향 조절을 할 수 있는 핸들의 존재를 알아차리는 순간이다.


차를 운전하는 것은 전속력으로 달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가야 할 곳으로 안전하게 이동하는 것이었음을. 걸어가기 힘든 곳을 바퀴의 힘을 얻어 장소와 장소를 연결하는 것,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이 본질이었음을.


그러니까, 글쓰기는 마구 써내고 빨리 써야 할 것이 아니라 내 마음속의 것을 제대로 내어 놓는 여정임을 알아차려야 한다. 생각만으로, 스쳐 지나가는 어렴풋한 기억이 아닌 펜과 종이 그리고 자판과 모니터로 그것들을 잽싸게 붙잡아 놓는 것. 그래서, 마침내 우리가 바라는 인생의 어느 지점 지점이라는 목적지에 가까워질 수 있는 힘을 글쓰기가 주고 있다는 것. 그것을 말이다.




브레이크 없는 속도는 폭주다.

폭주의 끝은 파멸 또는 흐지부지함이다.


빨리에 집중하면 멀리 가지 못하지만, 멀리 갈 때 우리는 생각지도 못했던 속도를 얻을 수 있다.


'빨리'보다 '멀리'의 힘을 더 믿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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