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내고 싶은 마음에 흔히들 잊는, 가장 중요한 것
책을 내고 싶은 마음에 흔히들 잊는,
가장 중요한 것
살을 빼고 싶은 A가 메피스토펠레스 (괴테의 파우스트에 나오는 악마. 파우스트 박사는 삶의 쾌락을 얻는 대신 메피스토펠레스에게 자신의 영혼을 넘긴다. - 작가 주 -)를 만났다.
A: "살을 뺄 수 있다면 뭐든지 하겠어."
메피스토펠레스: "정말?"
A: "응."
메피스토펠레스: "정말 뭐든지?"
A: "그렇다니까, 뭐든. 영혼이라도 팔 수 있어!"
메피스토 펠레스: "운동이나 해라."
글쓰기 강의를 하다 보면, 정말 다양한 목적으로 글쓰기를 시작하신 분들을 만난다.
얼마나 고민이 되었으면, 또 얼마나 글을 쓰고 싶으면 나에게까지 왔을까? 글쓰기와 아무런 관련이 없던 나였으므로 나는 그 마음을 온전히 이해한다. 나의 시작도 그분들과 다르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그 모든 글쓰기의 시작을 응원한다.
시작은 막막하고 어려울지언정, 글쓰기의 과정에서 오는 선물은 그 모든 시련을 극복하고도 남을 정도이므로. 한 분이라도 더 글쓰기를 시작하시도록 돕는 게 내 강의의 목적이자 이유인 것이다.
그러나 강의에 오시는 분 중에는, 나를 메피스토펠레스로 만들어 버리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다.
A: "책을 낼 수 있다면 뭐든지 하겠어요."
메피스토펠레스(나): "정말요?"
A: "네."
메피스토펠레스(나): "정말 뭐든지요?"
A: "그렇다니까요, 뭐든. (영혼이라도 팔 수 있어요!)"
메피스토 펠레스: "글부터 쓰시는 건 어떨까요?"
"글 써놓은 건 없는데
책은 내고 싶어"
주식을 하려면 주식 계좌를 만들어야 하고, 복권에 당첨되려면 복권을 사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항상 생각이 앞선다. 주식으로 대박을 터뜨리는 상상을 하거나, 복권에 당첨되면 무엇부터 할까 행복한 고민에 빠지기도 한다. 주식 계좌를 만들기도 전에, 복권을 사놓지도 않고 말이다.
책도 마찬가진데, 써 놓은 글이 없어도 벌써 머릿속에는 내 이름 석자가 적힌 책 표지가 머릿속에서 살랑 거린다.
물론, 이 또한 나는 온 체중을 실어 공감한다. 글쓰기를 시작하기 전 나 또한 그랬고, 자신의 이름으로 된 책 한 권은 전 국민의 버킷리스트라 해도 전혀 어색하지가 않다. 자신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표현하고, 전달하는 것 그리고 내가 이 세상에서 사라져도 남아 있을 무언가를 만드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사람의 본능이기에 그렇다.
책은 결과물이다.
과정 없이 결과물은 나올 수 없다. 그러나 결과물이 아주 달콤할 때, 그러니까 주식 대박이나 복권 당첨 그리고 책 출간과 같은 달달함은 우리를 조급하게 한다. 어서 빨리 얻으려, 과정을 무시하고 만다. 그리고 조급함은 우리로 하여금 '왜'를 잊고 '어떻게'에 매몰되게 하는데, 매몰된 '시야'와 '사고'가 써 놓은 글이 없는데도 책을 내겠다는 잘못된 방향을 제시하고 마는 것이다.
결국, 답은 글쓰기다!
책 쓰기를 하다 실패하면 후회와 자책이 남지만, 글쓰기를 하다 멈추면 써 놓은 글이라도 남는다.
후회와 자책은 부여잡을 수 없는 감정이자 허상이라면, 남아 있는 글은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증거다.
결국, 글쓰기가 '답'인 것이다.
너무나 책을 내고 싶은 간절한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다.
그러나 간절한 마음만 앞서는 사람과 그 간절함을 한 자 한 자 적어 가는 사람은 구분되어야 마땅하다. 아니, 굳이 구분하지 않아도 과정과 결과에서 그 스스로 판명이 날 것이다.
글쓰기는 나를 추스를 수 있는 위로이자, 세상과 맞설 수 있는 용기가 되었다.
이것은 나에게만 해당되는 말이 아니다. 어차피 우리는 삶을 써 내려가는 개개인의 작가다. 그렇다면 작가는 우리의 본분이고, 마땅히 우리는 무어라도 써 나가야 한다. 아마도, 우리 모두는 알게 모르게 우리의 인생을 써왔고, 쓰고 있으며, 앞으로도 써나갈 것이다. 그 어떠한 형태로든 말이다.
그러니까, 삶은 '내는 것'이 아니라 '쓰는 것'이란 걸 우리는 기억하고 또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