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삶의 매 순간엔, '끝'이 있음을.
사람이 어리석음을 자각하는 순간이 있다.
바로, '끝이 없다'란 생각을 할 때다. 예를 들어, '젊음'이나 '시간'이 주로 그렇다. 무한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어느새 나는 타임머신을 타고 그것을 후회하고 있는 시간에 존재한다. '끝이 없다'란 생각은 실로 무섭다. 소중한 무언가를 잃거나, 그 어떤 것을 되돌리지 못한다는 걸 알았을 때는 이미 늦었기 때문이다.
그러한 면에서 나는 삶이 주는 '고통'엔 어느 정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고통이 시작되면, 우리는 '끝'을 앙망한다. 젊음이라는 자만도, 시간이 많다는 허세도 고통 앞에 무릎을 꿇는다. 그제야 비로소 겸손하게 '끝'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한다.
우리는 대개 '반복'이라는 단어에 사무칠 때, '끝'이 없다는 착각을 하게 된다.
반복되는 일상이 영원할 것 같단 생각을 해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지겨운 일상이 지속될 것 같아 훌쩍 여행을 떠나본 적 없는 사람이 있을까.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 올려 아침을 시작하는 직장인과 학생들. 오늘이 반복되기에, 내일이 영원할 거라 착각하고 또 착각한다.
'끝이 있다'라는 생각을 해야 한다.
직장은 언젠가 다니고 싶어도 못 다닐 때가 오고, 학교 또한 결국 졸업을 하고 만다.
반복되는 일상에 사무쳐, 그것이 영원할 거란 시간의 함정에 빠지면 안 된다.
한 발 더 나아간다면, 우리는 언젠가 이 세상과 이별을 하지 않는가. 내세나 윤회가 있다고 쳐도, 어쨌든 이번 생엔 '끝'이 있다는 말이다.
뭔가 서글프게 들릴지 모르지만, '끝이 있다는 생각'이 주는 선물을 생각하면 그나마 위안이 된다.
'끝'이 주는 선물.
그것은 바로 '과정'이다.
그러니까, 끝이 있다면 지금은 과정인 것을 알아차리게 된다.
끝날 때까진 끝난 게 아니고, 그렇다면 지금은 과정이며 우리는 그 안에서 무엇 하나라도 배우거나 얻을 수 있다.
무한하다는 착각 속에 빠지면 결코 얻지 못할 것들.
유한하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얻어지는 많은 것들.
우리 삶의 매 순간엔, '끝'이 있음을.
그래서 지금 이 순간이 그렇게나 소중하다는 것을 자각했으면 좋겠다.
고통에도, 행복에도 끝이 있다.
나는 그것을 끝없이 잊지 않으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