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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Sep 25. 2020

글쓰기를 연애처럼

'연애'와 '글쓰기'를 '평생'하자고 마음먹는 이유

우리는 언제
가장 열렬하고 창의적인가?


스스로를 돌아보건대, 지나 온 삶에서 내가 가장 열렬하고 창의적인 때는 연애할 때였다.

그 순간만큼 모든 걸 내어 놓고, 진실되게 몰입했던 적이 없다. 혹시라도 그 사랑이 바스러질까 조심하면서도, 용광로보다 뜨거운 온도로 달아오르며 맞이한 희열 사이에서 나는 창의적이고 열렬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나는 글쓰기를 시작하며 이와 같은 감정을 느낀다.

왜 일까? 생각해보니 글쓰기와 연애는 공통점이 참 많다는 생각이다. 떠오르는 그 이유들을 아래와 같이 열거해고자 한다.


내 생각의 정리를 위해, 여러분들의 글쓰기를 위해.




1. 운명처럼 다가온다.


정말이다.

생각지도 못한 상황, 이유, 결심, 다짐. 내가 글을 쓴다고? 책을 낸다고? 글쓰기를 전한다고? 운명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연애도 그렇다. 이상형을 어느 연예인이라고 말하고 다녀도, 정작 내 옆에 있는 사람은 그와는 딴판인 사람이다. '운명'이라는 말 외에 무엇으로 이것을 설명할 수 있을까? '운명'이란 거스를 수도, 거부할 수도 없는 무엇이다. 물론, 그 '운명'을 만들어 가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운명'이란 범주는 그것마저 포함한다. 운명처럼 다가왔다고는 말하지만 '글쓰기'를 '그 사람'을 택한 건 바로 나니까.


2. 감정을 기반으로 한다.


삶의 중요한 전환점은 대개 '감정'으로부터다.

감정이 결심해야 몸은 움직인다. 먹방을 하다가 더부룩한 배를 보면 화가 나고, 화가 나면 나가 달린다. 나를 나가 뛰게 한 것은 다이어리에 있는 결심 한 줄이 아니라 훅 하고 올라온 '감정'인 것이다. 나의 글쓰기 또한 너무나 소비적으로 사는 것 같다는, 나에 대한 분노와 허탈함으로부터였다.

내 이상형이 아니라고 아무리 이성적으로 생각해도, 결국 끌리고 마는 건 '감정'이 작동한 결과다. 그렇게 연애는 시작되는 것이다. 글쓰기를 전혀 한 적이 없는데도 글을 쓰자고 마음먹었으니, 그 '감정'의 힘이 얼마나 큰 지 알 수 있다. 결국, 그 '감정'으로 나는 글쓰기를 시작했으니까 말이다.

('연애'와 '글쓰기'는 나이와 국경을 초월한다고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3. 공허함, 외로움에서 시작한다.


사람은 천상 외로운 존재다.

연애의 시작은 외로움으로부터다. 누군가를 만나고 싶다는, 어루만지고 싶다는, 이야기하고 싶다는 욕구. 그러나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해도 사람은 선천적으로 외로울 수밖에 없다는 걸 깨닫는다. 이 공허함과 고독을 느낄 때, 사람들은 글쓰기를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 나를 만나고, 어루만지고, 이야기하고 싶다는 욕구. '연애'와 '글쓰기'의 시작은 그렇게 닮아 있다.


4. 자주 봐야 정이 든다.


'노출 효과'는 미국 사회 심리학자인 로버트 자이언스가 실험을 통해 입증한 이론이다.

'낯선 사람을 대할 땐 공격적이고 냉담하고 비판적이 된다.', '사람은 누군가를 만나면 만날수록 좋아하게 된다.', '사람은 상대의 인간적 측면을 알았을 때 더 깊은 호의를 갖는다'란 결론을 내었는데, 언뜻 당연해 보이는 결과지만 우리는 이러한 사실을 쉽게 잊는다. 상대방은 준비가 안되었는데, 불쑥 고백해서 낭패를 본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글쓰기'는 자주해야 한다. 글쓰기를 제대로 해보지도 않았는데 책을 내려한다거나, 조급하게 어떤 결과물을 내려하는 마음은 또 다른 낭패를 부를 수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5. 상대를 통해 나를 돌아본다.


연애의 백미는 바로 '상대'다.

상대에게 내 모든 걸 주어도, 심지어는 내 목숨을 바쳐도 좋다고 생각하지만 이를 뒤집어보면 결국 나의 행복을 위함이다. 기꺼이 그럴 수 있다는 건, 상대방을 위한 기꺼움이 아니라 내 만족과 마음의 안녕을 위한 기꺼움이다. 상대방에게 하는 말과 행동을 보면서, 나도 몰랐던 나를 발견하는 순간이 연애의 과정엔 허다하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글쓰기를 마주하고, 글쓰기를 해나가는 과정에서 나는 내가 모르던 수많은 나를 만난다. 즉, 글쓰기를 통해 나를 발견하고 돌아보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그러한 내 모습이 낱낱이 기록되니 잊지 않고 오래오래 곱씹을 수 있다.


6. 아픔을 통해 성장한다.


갈등과 다툼.

그리고 이별. 연애로부터 얻은 아픔은 상상 이상이다. 모든 것이 그대로인데, 상대방의 마음이나 내 마음이 변했다면 온 우주가 바뀐 것과 다름없다. 인피니티 스톤도 되돌리지 못하는 이 절망감은 결국, 좀 더 성숙한 사랑과 연애를 하게 되는 약이 된다. 

나와 글쓰기의 사이에도 갈등과 다툼, 그리고 이별이 있다. 흰 여백을 대치하고 서 있는 갈등. 머리를 쥐어짜도 나오지 않는 글감과 표현. 한 동안 절필까지 하고 마는 극한의 상황이 종종 일어난다.

그러나, 결국 우리는 글쓰기를 이어가고 더 많은 것을 내어 놓게 된다는 걸 깨닫게 된다.


7. 항상 새로움을 추구해야 한다.


연애의 초반엔 모든 것이 새롭다.

그 새로움은 마음의 온도를 높이고, 관계를 더 돈독히 한다. 이 사람과 함께 하는 모든 순간이 새롭게 다가오는 햇살 가득한 나날의 연속. 어쩌면 이것이 연애를 하는 이유일지도 모른다.

이처럼, 글쓰기의 모든 순간에 내 주위를 돌아보아 새로운 것을 찾아 내려 애써야 한다. 아니, 애쓰지 않아도 새롭게 보이는 것들 때문에 글쓰기가 행복할 수도 있다. 그러니까, 글쓰기를 시작하면 항상 새로운 것을 추구하게 된다. 반복되던 일상도 새로워 보이는 이유. 매일 같던 출퇴근 길이 감격스럽게 다가오는 이유는 바로 '연애' 아니면 '글쓰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


8. 때론 익숙함이 필요하다.


그러나 때론, 익숙함도 필요하다.

익숙함이 주는 편안함과 심리적 안녕감은 그 무엇으로도 살 수 없다. 있다가 없는 것이 사랑의 가장 큰 아픔이라면, 그 반대로 그저 있어주는 것은 최고의 편안함일 것이다. 

글쓰기를 위해 매번 새로움을 시도할 필요 없다. 그저 내 안에 있는 이야기, 익숙하더라도 편안한 소재와 이야기를 담담하게 이어가면 정말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그 어떤 특별한 소재에서도 나올 수 없는 글이 써질 때가 있다. 연애도 글쓰기도, 새로움을 추구하되 익숙함에도 감사해할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


9. 진심으로 대해야 한다.


상대방을 어떻게 한 번 해보려는 마음은 연애 초기에 가장 잘못된 마음이다.

사랑을 배제한 채, 손 한 번 잡아보려 하거나 상대방의 의사와 상관없이 들이대는 진심이 결여된 행동은 이젠 범죄가 된 시대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진심을 담아야 한다. 멋있게 보이려고, 당장에 어떤 결과를 내려고 진심이 빠진 글을 쓴다면 그 글은 나에게 행하는 범죄다. 진심으로 내어 놓지 않는 글, 다분히 불순한 의도로 써 내려가는 글.

상대에게 진실함을 보여줄 때, '연애'와 '글쓰기'는 이어질 수 있다.


10. 길게 봐야 한다.


얼마의 시간을 보내야 적절한 연애기간일까.

물론, 답은 없다. 그러나 그 누구도, 오늘 하루의 연애를 꿈꾸진 않는다. 가능한 오래가길 바란다. '영원', '평생'이란 말이 수도 없이 남발되는 이유다. 비록, 그렇게 길게 가진 못하더라도 어찌 되었건 연애하는 모든 사람은 이 순간이 오래 지속되길 바란다. 

글쓰기도 마찬가지. 한 번 쓰고 말자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니까 내가 '책쓰기'와 '글쓰기'를 구분하자고 말하는 이유다. '책쓰기'는 일회성으로 끝나지만, '글쓰기'는 긴 호흡으로 더 멀리 보는 본질이다.


연애의 끝을 결혼이라 했던가. 그러나 나는, 결혼은 또 다른 연애의 시작이라 말한다. 또는, 이별을 했는가. 그렇다면 나는 또 다른 사랑이 올 거라고 말한다. 그러니까, 어찌 되었건 연애는 지속될 것이다.


글쓰기도 이와 같이, 지속되고 계속되어야 한다. 

시작이 늦었을지라도, 글쓰기엔 '평생'이란 말을 쓸 수 있다. 죽기 전까지 우린 무어라도 쓸 테니까.




'연애'의 순간에, 모든 존재는 살아 있음을 느낀다.

그리고 그 순간 천국과 지옥을 오가며 삶의 희로애락에 흠뻑 취한다.


그렇게 나는 '글쓰기'를 통해 숨을 쉬고 살아 있음을 느낀다.


'연애'와 '글쓰기'를 '평생'하자고 마음먹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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