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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Nov 14. 2020

글쓰기 시간 관리 노하우

글은 '시간'으로 쓰는 게 아니다.

글쓰기를 위한 시간이 있을까?


시간을 선택하는 것은 시간을 절약하는 것이다.

- 베이컨 -


베이컨의 말에 따르면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우리는 시간을 '선택'해야 한다.

나는 이미 '글쓰기'를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렇다면 글쓰기 시간을 '선택'해야 할 순간이다. '선택'은 내가 가진 것 중 어느 일부분을 골라내는 것이다. 골라내기 위해선 내가 가진 것을 제대로 봐야 한다.


하루는 24시간.

건강한 신체를 유지하기 위해 8시간은 자야 한다고 생각한다. 세 끼 식사를 기준으로 3시간을 제외해 본다. 평일이라면 8시간 근무를 해야 한다. 출퇴근 시간 2시간을 뺀다. 커피를 마시거나, 화장실을 가거나, 동료와 담소를 나누는 등의 소일거리를 약 2시간 잡아 본다. 예상하지 못한 변수 1시간을 예외로 할당해 놓는다.

8+3+8+2+2+1=24


아, 이런.

벌써 24시간이 꽉 찼다. 여기에 회식이나 야근이라도 있으면 마이너스다. 돈이 모자라면 어디서라도 빌리면 되지만, 시간은 그럴 수가 없다. 결국 내가 가진 것들 중 어느 시간을 줄여야 한다.


다행인 건 직장인에겐 '주말'이라는 보장된 시간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주말엔 평일에 마이너스로 돌아선 시간을 보충해야 한다. 모자란 잠을 몰아서 자야 하고, 하지 못한 집안 일과 개인 정비를 해야 한다. 그러다 이제 막 정신을 차리고 뭐라도 하려고 할 때쯤이면 어느새 월요일이란 친구가 등 뒤에 서늘하게 다가와 있다.


베이컨의 말이 맞는지 의심이 들기 시작한다.

선택하고 싶어도 선택할 게 없다.


과연, 직장인인 나는 글을 쓸 수 있긴 한 걸까?


글쓰기 시간에 대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글쓰기 관련 도서라는 명분 하에, 잠을 줄이거나 하루 30분은 글쓰기 시간으로 활용하라는 말을 하고 싶지 않다.

안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서점에 가면 지금 당장 시작할 수 있는 마음가짐에 대한 책이나, 하루 15분의 마법과 같은 책이 널리고 널렸다. 그러나 그 효과는 미비하다. 그러한 책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는 건, 그 책의 내용이 끊임없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하루 30분 글쓰기, 주말 글쓰기도 믿을게 못된다.

글쓰기를 다짐하며 그러한 책을 샀다면, 글쓰기는 이어지지 않고 자책만 늘어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러니까, 글은 '시간'으로 쓰는 게 아니다. 시간이 있다고 쓰이는 게 아니란 뜻이다. 시간이 없어도 글을 쓸 수 있어야 한다.


나는 평범한 '대한민국' 직장인이다.

'대한민국'을 강조한 이유를 공감할 것이다. OECD 국가 중 노동시간이 단연코 1위다. 간혹 멕시코와 1, 2위를 다투지만 멕시코는 그 안에 휴식시간이 모두 포함되어 있는 수치를 감안하면 대한민국이 독보적 1위다. 야근은 남부럽지 않을 만큼 하고 있고, 업무 외에도 의전이나 해외 출장 등의 변수가 상당하다. 글쓰기를 시작한 해외 주재원 신분의 그때는 그 정도가 더했다.


그럼에도 나는 그 바쁜 시절부터 지금까지 하루 약 1.5개 정도의 글을 써내고 있다.

쌓인 글에서 출간된 책만 이 책까지 여덟 권이다. (거듭 말하지만 나는 글쓰기와 전혀 관련 없는 평범한 직장인이다. 물론, 지금도.)


시간이 많아서일까?

바쁘지 않아서 일까?


아니다.

글쓰기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글쓰기로 숨을 쉬고 있기 때문이다. 글을 써야 마음이 안정되기 때문이다. 어쩌면 처절하게 바빴던 그때, 오히려 잃어버린 나를 찾기 위해 기어이 글쓰기가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말 그대로, 시간 날 때 쓰는 게 아니라, 시간을 내어서 쓰고 있는 것이다.


시간 관리보다 먼저 해야 할 것


연애 때를 떠올려봤으면 한다.

시간의 개념은 모호해진다. 순간이 영원 같고, 영원이 순간 같다. 아무리 바빠도 만날 시간을 만들고, 하고 싶은 걸 해내게 된다.


글쓰기를 사랑하게 되면 이와 같아진다.

글쓰기를 하는 시간은 영원한 듯하고, 많이 써낼 수 있을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그러나, 어찌 되었건 글쓰기의 시간 한가운데에서 마음은 충만해진다. 그 어떤 글이라도 기어이 써낼 수 있는 이유다.


그러니까, 글쓰기를 위한 시간을 만들고 선택하려는 것보다 먼저 해야 할 것은 글쓰기를 사랑하는 것이다.

글쓰기에 대한 마음가짐을 새로이 정립하는 것. 시작은 '나는 왜 쓰는가'로부터 여야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언가를 시작할 때 '어떻게'에 매몰된다. 내가 제목에 '노하우'를 붙인 것도 이를 위한 배려(?)다. 그래야 관심을 갖고 읽을 것이란 걸 잘 알기 때문이다.

'어떻게'에 매몰되면 피상적인 지식을 얻고 만족한다. 실천은 뒤따르지 않는다. 다이어트를 할 때, 그에 대한 책을 닥치는 대로 읽고 고개를 끄덕이는, 그것 자체를 '다이어트'라고 착각하는 것과 같다.


'왜'를 물어야 한다.

내가 쓰고 싶은 이유는 무엇인지. 내가 가고 싶은 삶의 방향은 어디인지를 말이다.


그래야 마침내 시간 관리를 할 수 있는 때가 온다.

시간을 쪼갠다고 글이 써지지 않는다는 걸, 누구보다 자신이 잘 알 것이다.


글쓰기에 대한 마음 관리가 우선이다.




하루 30분, 주말의 어느 시간을 글쓰기로 강제 배분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글쓰기는 정해진 시간에 쓰는 게 아니라 생활화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해 놓고 하려는 순간 모든 것은 뒤죽박죽이 된다. 정해 놓고 하지 못했다는 자책감과, 하더라도 이것 갖고 될까란 흡족하지 않은 불편한 마음은 오롯이 내 몫이다.


대신, 글쓰기에 대한 나의 마음을 먼저 점검했으면 좋겠다.

나는 왜 쓰고 싶은지, 내가 얼마나 글쓰기를 사랑하는지. 이것이 명확해지면 소재 또한 생산된다. 더 이상 소재를 소비하는 게 아니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정리하면, 글은 '시간'으로 쓰는 게 아니다.


'왜 쓰는가'에 대한 물음 + 글쓰기에 대한 나의 마음 + (소비되는 게 아닌 생산되는) 일상의 소재로 쓰는 것이다.


이것을 다 합치면 '나의 생각과 마음'이 된다.

'나의 생각과 마음'은 다시 '나'로 귀결된다.


결국, 관리해야 하는 건 '시간'이 아니라 '나'다.

나의 생각과 마음을 돌보는 시간을 많이 가져야 한다. 그리고 그 시간은 '글쓰기'로부터 나온다.


P.S


직장인이라면 '금요일'을 가장 좋아하지만, 나는 글을 쓸 수 있는 '글요일'을 가장 좋아한다.

에브리데이 '글요일'을 지향하는 이유이자 매일 글을 써내는 노하우다.


이어지는 글: '직장인의 글쓰기 루틴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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