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종류와 가짓수는 헤아릴 수가 없는데, 그 헤아리지 못하는 것들의 양은 내가 글쓰기를 시작하지 않는 한 축적되고 또 축적된다.
그러나 글을 하나라도 쓴다면 대단한 반전이 일어 난다.
그동안 쌓였던 모든 방해 요소는 한순간에 사라지기 때문이다.
글을 하나라도 써내는 게 중요한 이유다.
나를 괴롭히지 않는 글쓰기와 글쓰기 점. 선. 면 전략!
때론, '목표 없는 글쓰기'가 꾸준히 글을 이어가는데 큰 도움이 된다.
대개는 '글쓰기'를 거창한 결심으로 규정하고 지키지도 못할 높은 목표를 설정하곤 하는데, 예를 들어 하루에 글 하나를 무조건 쓴다거나 일 년 안에 책을 내자는 목표가 그것이다.
그 목표들을 이루지 못하면 글쓰기는 멈춘다.
더 큰 문제는 스스로에게 던지는 비난의 돌, 자책이다. 결국, 나를 괴롭히는 글쓰기로 귀결되고 마음의 상처만 남아 다시 글쓰기를 시작하지 못하는 트라우마로 굳어지게 된다.
글쓰기에 있어서 중요한 건 '빈도'가 아니다.
매일 쓰고 '자주' 써야 글쓰기가 지속되는 게 아니라, '계속'쓰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일주 일에 글 하나, 심지어는 한 달에 글 하나를 쓰더라도 스스로를 칭찬해야 하고 응원해야 한다.
이를 '글쓰기 점. 선. 면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내가 쓴 글 하나를 점으로 표현해본다. 점 하나는 보잘것없다.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의 미약함이다. 그러나 이 미약한 점들을 '자주'는 아니더라도 '계속'해서 찍어나가면 우리는 점과 점을 연결할 수 있다. 바로 선이 되는 것이다. 예전엔 없던 '영속성'이 생겨 난다. 아, 나는 아무것도 안 했다고 생각했는데 선으로 이어지는 순간 나는 무언가를 이루어낸 사람이 된다.
이러한 선순환이 이루어져 보다 많은 '점'들이 '선'으로 이어지면 비로소 '면'이 생겨나고, 보다 입체적인 '면'에서 우리는 작가로서의 세계관을 읽어내고 만들어낼 수 있다.
나를 괴롭혀야 내가 덜 괴로울 수 있는 아이러니
이처럼 '점'을 찍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렇다면 점을 조금이라도 더 많이 찍는 방법을 생각하고 실천해야 한다. 그것은 아마도 자의적으로 할 것이냐, 타의적으로 할 것이냐로 귀결될 것이다. 자의적으로 했을 때 글쓰기가 잘 이어지지 않고 마음의 상처만 남았던 경험을 돌아보면 '타의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타의성에 기대서라도 나에게 도전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는 것이다. 글쓰기를 결심하고 아무것도 하지 못하면 오히려 더 큰 자책에 빠질 수 있으므로, 어떻게든 점 하나를 찍는 기회를 높이는 것이다.
말 그대로, '나를 괴롭혀 내가 덜 괴로울 수 있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다.
우리는 '타의성'을 매우 부정적인 것으로 치부하지만 실상 우리가 살아가며 배우는 것들의 과반 이상은 '자의성'이 아닌 '타의성'으로부터 온다.
'하고 싶은 일'보다 '해야 하는 일'에서 배우는 게 더 많다는 건 삶의 진리다.
그래서 때론, 강박적 글쓰기를 할 것!
다시 한번 더 강조하지만 이루지도 못할 목표를 세우자는 말이 아니다.
현 상황을 고려하여 조금은 느슨한 목표를 정하더라도 기한을 지키는 글쓰기를 해보는 것이 좋다. 글쓰기 동호회나 함께 쓰는 사람들과의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도 방법이다.
'스테르담 글로 모인 사이'는 그래서 생겨 났다.
열 명의 작가들과 함께 제시어를 기반으로 한 주에 글 하나를 쓴다. 기한은 매주 일요일 오후 10시까지. 나는 좀 익숙하지만, 함께 하시는 작가님들 중에는 이제 막 글쓰기를 시작하셔서 힘들어하시는 분이 몇 있긴 하다.
그러나, 몇 주 후의 결과를 보면 참으로 놀랍다.
한 달에 글 하나 쓰기도 버거워하셨던 분들이 다수의 글을 써내고 이제는 그 글들을 엮어 함께 출판 준비를 하고 있다. "제가 이 모임에 함께 할 자격이 될까요?"라고 말씀하셨던 한 작가님은 오히려 가장 빠른 원고 작성을 해주실 정도였다.
아마도 정해진 제시어로 일주일에 글 하나 쓰는 건, 누군가에겐 꽤 큰 강박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강박의 결과는 점이 되고 선이 되고 면이 되었다. 나는 함께 참여하신 작가님들이 이제는 조급해하거나 자신을 괴롭히는 글쓰기가 아닌 점. 선. 면을 확대해가는 글쓰기를 하실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
생각해보면, '타의성'이나 '강박'을 선택하는 건 다름 아닌 '나'다.
결국 글쓰기는 내가 하는 것이다. 어느 누구도 우리에게 스스로를 내어 놓는 글을 쓰라고 강요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