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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Nov 23. 2020

글쓰기는 '극기(克己)'가 아니다.

글쓰기는 '자기(自己)'다. 자기 화해의 과정이다.

극기훈련


어렸을 땐 '극기훈련' 프로그램이 많았다.

학년을 거듭해도 '극기'는 계속되어야 했다. 심지어는 입사를 하고 나서도 '극기훈련' 프로그램은 이어졌다. 나이를 내비치고 싶지 않지만 어찌 되었건 지금 세대와는 사뭇 다른 문화였다.


지난날은 '나'보다 '우리'가 강조되어야 했던 때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외세의 침략을 그리도 많이 받았으므로, 힘을 합치지 않으면 안 되었던 것이다. 그 이후에도 전쟁의 상처와 배고픔을 이겨내려면 무엇이든 이겨냈어야 했다. 살아남기 위해서 무언가를 이겨내야 하는데, 심지어는 그 대상에 '나 자신'까지 포함된 것이다. 바로, '우리'가 살기 위해서.


그래서 '극기'란 말과 '집단'이란 정서는 우리네 '집단 무의식'에 뿌리 깊이 인박여 있다.


글쓰기는 '극기'의 과정일까?


그래서일까.

우리는 무언가를 시작하려 하거나, 성취하려 할 때. '극기'해야 한다는 강박 아닌 강박이 있다. 나를 가로막는 가장 큰 적을 '나'로 규정한다.


글쓰기도 예외가 아니다.

글쓰기를 시작한 분들의 가장 큰 고민은 다름 아닌 '나 자신'이다. 결국, 글쓰기가 '나'와의 싸움이 되는 이유다. 충분히 이해가 된다. 나의 글쓰기도 그랬다. 뭐 하나 꾸준하게 이룬 게 없었고, 언제나 목표를 높이 잡고는 그 앞에서 주저앉는 나에게 어쩌면 글쓰기는 사치였다. 글쓰기를 시작하지 못하거나, 멍하니 앉아 있는 나를 자책하며 보냈던 시간이 허다하다.


그러다 나는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목표 없는 글쓰기'. 내가 나에게 타협의 손길을 보낸 것이다. 무언가를 이루려, 무언가를 채우려 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의 것을 내어 보이자며 서로를 부둥켜안았다.


그러자, 글쓰기는 더 이상 '극기'의 과제가 아니었다.


글쓰기는 '극기(克己)'가 아니라 '자기(自己)'다.
즉, '자기 화해'의 과정이다!


그러니까, 글쓰기는 '극기'가 아니다.

'자기'가 되어야 한다. 오롯이 나로 거듭날 수 있는 '자기'의 시간이 되어야 한다. 그러면 '자기 화해'를 이룰 수 있다. '자기'라 하여 '집단'과 배치되는 '이기심'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 '나 자신'이 온전해야 '우리'도 온전할 수 있음을 달라진 시대에 맞추어 이 의미를 곱씹어야 한다.


나를 이겨먹어서 남는 건 없다.

지난날의 '극기훈련'을 돌아보면, 나를 괴롭히고 힘들게 한 후에 얻는 이상 야릇한 보람의 순간들이었다. 그러나, 그러한 것들은 오래가지 않는다. 잠시 잠깐의 다짐들만이 난무한다. 당장은 자신을 이겨낸 것 같지만 그래서 무엇이 남았는지, 나에게 도움이 되었는지를 냉철하게 돌아봐야 한다. 꼭 어떤 극한의 상황에서야 '나'를 발견하겠다는 발상은 위험하다. 평소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대단하게 받아들이는 연습이 필요하다.


글쓰기는 '나'를 인지하고 발견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굳이 고단한 어느 상황으로 나를 몰고 가지 않아도, 나는 스스로를 챙길 수 있다. 지난날의 나를 돌아보고, 현재의 나를 느끼며, 미래의 나에게 글을 쓰다 보면 '극기'를 넘어 '자기'가 되고 더 나아가 '자기화해'로까지 다다를 수 있다.


삶은 안 그래도 피곤하다.

내 뜻대로 되는 것도 많지 않다. 이러한 마당에 '극기'란 말은 어울리지 않는다. '자기'를 챙겨야 한다. 스스로와 '화해'해야 한다. 


글쓰기를 통해서 말이다.




나는 글을 쓸 때마다 '극기'란 단어 대신 '자기'란 말을 떠올린다.

써내야 하는 것에 대한 강박과 집착을 잠시 내려놓고, 나 자신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이야기해보라며 시간을 준다.


그 순간, '자기'는 글을 써 내려가기 시작한다.

그 글은, 세상 어디에도 없는 진솔한 글이다.


자신을 이겨 먹으려 할 땐 나오지 않던 글.

이것밖에 못 하냐며 다그칠 땐 써지지 않던 글.


나와 '화해'해야, 비로소 글쓰기는 시작된다고 나는 믿는다.


'극기'말고 '자기'.

'자기'와 함께 하는 '온기'.


글 쓰는 모든 순간이 자기 화해의 과정이 되길 바라고 또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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