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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Jan 11. 2021

'하기 싫은 일'을 먼저 해보면 알게 되는 것들

많은 것을 해결하고 실천하고 또 기대한 것 이상의 지혜를 얻는 마법

시관 관리 전문가의 일화


아주 유명하고 널리 알려진 시간 관리 전문가의 일화가 있다.


이 전문가는 학생들 앞에서 항아리를 꺼내어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이어 주먹만 한 돌을 꺼내 항아리 속에 하나씩 넣었다. 항아리에 돌이 가득 들어가자 학생들에게 그가 물었다.


"이 항아리가 가득 찼습니까?"

학생들은 그렇다고 대답했다.


이후, 전문가는 같은 질문을 하며 자갈, 모래, 물을 차례차례 넣었다.

계속해서 가득 찼다고 대답하던 학생들은 자신들의 대답이 틀렸다는 걸 알았다.


시연을 마친 전문가는 학생들에게 이 사례로부터 배울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물었다.


한 학생이 손을 들어 대답했다.

"아무리 바쁘고 스케줄이 꽉 찼더라도, 노력하면 그 사이에 새로운 일을 더 추가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러자 시간 관리 전문가는 그 대답을 바로 잡으며 말했다.

"아닙니다.
이 사례가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만약 큰 돌을 먼저 넣지 않는다면 영원히 큰 돌을 넣지 못한다는 겁니다."


다시 보아도 깨달음이 충만한 이 사례는, 지금 우리에게 무엇이 우선인지를 명쾌하게 묻는다.

동시에, 정신 없이 살고 있는 지금의 내 삶에서 중요한 일이 무엇인지를 되돌아 보라는 교훈을 주기도 한다.


'우선순위'와
'하기 싫은 일'의 상관관계


삶의 우선순위를 정해 놓지 않는다면, 다른 사람이 내 삶의 우선순위를 정할 것이다.

그만큼 '우선순위'는 중요하다. 이는 시간관리나 어떤 일을 계획할 때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우선순위를 정할 때 주의할 것이 하나 있다.

'우선순위'는 어떤 나열된 것들의 (단순한) 등수를 매기는 게 아니다. <견디는 힘>에서 이를 언급한 적이 있다.

삶의 우선순위는 단순히 어떠한 가치에 등수를 매기는 것이 아니다.
그 이상이 되어야 하며, 보다 본질적인 것에 기준을 두어야 한다. '기준'이란 말이 나와서 말인데 우리가 우선순위를 잘 가늠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자신만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중략) 결론부터 말하면, 우리는 우리 자신만의 기준을 가지고 살아야 하고, 그 기준은 합리성을 바탕으로 융통성 있게 변화시켜야 한다.
(중략)
자신만의 기준은 무엇을, 왜, 언제 해야 할까에 대한 고민과 함께 1) 판단하고 2) 더하거나 빼고 3) 실행하는 순서를 거쳐야 한다.

<견디는 힘>, '내 삶의 우선순위 만들기' 중


우선순위를 정했다고 생각했는데 이상하게 계획된 일이 잘 실천되지 않는 경우를 많이 마주한다.

그럴 때마다 나는 결국, 위와 같이 우선순위를 그저 등수를 매겨 나열했음을 깨닫게 된다. 내가 해야 하는 일들, 하고 싶은 일들의 '본질'을 깨닫고 '왜'해야 하는가로부터 그 중요도와 시급성을 함께 고려하지 못한 결과다.


결국, 해야 하는 일을 적어 놓고는 실제로는 그 순서대로 일을 하거나 무언가를 실천하는 게 아니라 내가 하고 싶거나, 하기 쉬운 일을 먼저 처리하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러고 보니, 우선순위 상단을 차지하는 일들을 보면 그리 흔쾌히 시작할 수 있는 일들이 아닌 경우가 많다.

말 그대로 '하기 싫은 일'이 리스트의 상단을 가득 메운다. '우선순위'와 '하기 싫은 일'은 상당히 긴밀한 관계에 있음이 틀림 없다.


생각 없이 등수만 매겨 나열한 리스트.

하고 싶거나 쉽게 해결할 수 있는 일만 선택적으로 실천 하는 습관.


'우선순위'와 '하기 싫은 일' 그 둘의 관계를 알고 나니, 이제야 비로소 우리가 계획을 세우고 왜 제대로 그것을 실천하지 못하고 있는지를 깨닫고 만다.


'하기 싫은 일'을 먼저 해보면 알게 되는 것들


지금까지의 현상은 심리학 용어인 '욕구불만의 회피'로 설명이 될 수 있다.

당장 중요한 일을 해야 하는데, 이를 시작하면 제대로 완수하지 못할까 봐 다른 쉬운 일을 선택적으로 하는 것. 시험공부를 해야 하는데 막상 책상 앞에 앉아 물티슈를 꺼내어 하지도 않던 책상 청소를 했던 적이 있을 것이다. 우선순위를 나열하여 계획을 세우고는 실패를 거듭한 우리 모습의 현주소다.


그러니, 뭔가 내 계획대로 뜻대로 되지 않을 땐 '하기 싫은 일'을 먼저 해보는 게 좋다.

앞서 언급한 시간 관리 전문가가 항아리에 넣은 '돌'은, '하기 싫은 일'일 경우가 농후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느 한 날은 정말 '하기 싫은 일'을 먼저 해보기로 했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계획들이 척척 진행되었다. 돌을 넣고, 자갈을 넣고, 모래를 넣고, 물을 넣는 그 과정이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그렇게, '하기 싫은 일'을 먼저 하자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었다.


첫째, '하기 싫은 일'은 중요한 일이다.


사실, 이를 바꿔서도 말할 수 있다.

'중요한 일은 하기 싫은 일이다'로 말이다. 어떠한 일을 하기 싫을 때, 그 마음을 되돌아보면 '잘 못할 것 같아서', '시작이 두려워서', '잘 몰라서', '억지로 해야 해서'등의 불안함을 여지없이 발견할 수 있다.


이 일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면 마음에 부담이 생긴다.

그 부담이 결국 마음의 불편으로 이어지고, 중요하고도 급한 일은 '하기 싫은 일'로 규정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1) 중요 보고서 만들기 2) 운동하기 3) 전기요금 송금하기 4) 책상 청소하기 등을 해야 한다고 보면.

하기 싫은 정도가 딱 이 순서로 나열된다. 그러나 정작 하게 되는 건, 이 순서의 반대다. 쉽고, 빨리 해결할 수 있는 일을 먼저 해보지만 마음은 더 무거워지고 결국 중요한 일을 마무리 못하는 결과를 맞이하고는 자책하기 일쑤인 것이다.


마음의 부담을 인정하고, '하기 싫은 일'을 먼저 해야겠다 다짐해보는 게 좋다.

그 일이 지금 내게 있어서 '가장 중요하고 급한 일'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둘째, '하기 싫은 일'은 나를 성장시킨다.


사람은 모순의 동물이라 '양가감정(兩價感情)'을 갖는다.

예를 들어, '운동'이 내게 백배 좋다는 걸 알면서도 그토록 하기 싫어하여 실천하지 않는다. 나를 위해 꼭 '하고 싶은 일'이자, 동시에 귀찮거나 피곤해서 정말 '하기 싫은 일'인 것이다.


하지만 방구석을 박차고 나가 땀 흘리며 어딘가를 한 바퀴 돌고 나면 그 보람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다.

'하기 싫은 일'을 기어이 해냈다는 벅찬 감정까지 얻게 된다. 


사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나를 성장시킨 건 하기 싫은 일이 팔 할 일 가능성이 높다.

공부하기 싫지만, 출근하기 싫지만, 책 일기 귀찮지만. 결국, 우리에게 자꾸만 성장하라고 등을 떠미는 건 그것으로 인해 꾸역꾸역 해야 했던 일들인 것이다.


셋째, '하기 싫은 일'을 먼저 했을 때 마음의 여유를 누릴 수 있다.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는 말이 있다.

때리는 사람의 힘을 고려하면 나중에 맞는 게 물리적으론 옳은 선택인 것 같지만, 순서와 마음의 불편함을 고려하면 나는 여전히 매는 먼저 맞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결국, 마음 편한 게 최고라는 것이다.


첫 번째에서 들은 예와 같이, 중요 보고서를 뒤로 해놓고 자잘한 일들을 해봤자 마음은 더 무거워진다.

'하기 싫은 일'은 뒤로 미룰수록 마음은 몇 배로 더 불편해진다.


우리 마음은 테이블 위에 놓인 물컵과 같아서 흔들리면 요동하고, 물이 쏟아지거나 사방으로 튀면 삶은 고단해진다.

마음이 편해야 한다. 아무 일도 없이 태평하게 살자는 게 아니라, 불편함에서 편안함으로 옮기는 그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럴 때 사람은 피폐하지 않고 생산적이고 효율적일 수 있다.


내가 세운 계획이 잘 실천되려면, 편한 마음이 필수인 것이다.




나는 직장인이라는 본업이 있다.

그리고 진행 중인 여러 사이드 프로젝트들이 있다. 솔직히, 나는 사이드 프로젝트가 훨씬 재밌다. '하고 싶은 일'로 똘똘 뭉쳐 있기 때문이다.


그에 반해, 회사일은 '하기 싫은 일'에 가깝다.

고되고 또 고되다. 당장 내게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 들지도 않는다.


그러나, 나는 우선순위를 둔다면 '본업'을 최우선으로 한다.

그 일이 흔들리면 안 된다. 마음이 편하지 않기 때문이다. 편하지 않은 마음은 불안을 야기하고, 불안은 모든 일을 그르친다. '본업'이 흔들리지 않아야 '사이드 프로젝트'도 굳건히 진행될 수 있다. 특히, 먹고사는 일과 관련되었다면, 그것이 무엇이든 최우선이 되어야 한다.


살다 보면, '사이드 프로젝트'가 '본업'이 되는 날이 올 수도 있다.

그땐, '사이드 프로젝트'가 '하기 싫은 일'로 돌변할 수도 있다는 것도 미리 알아두는 게 좋다.


'하기 싫은 일'부터 하다 보면, 많은 것들이 해결되고 실천되고 또 기대한 것 이상의 지혜를 얻을 수 있다.

지금 당장, '하기 싫은 일'부터 해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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