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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Feb 01. 2021

나는 짧은 자유를 지향한다.

나는 엔트로피 법칙의 반대 방향을 바라볼 것이다.

나는 엔트로피 법칙을 믿는다.

그것은 분명 열역학 법칙의 용어다. 나는 문과다. 그러나 나는 언제나 엔트로피 법칙을 마주한다.


엔트로피는 '에너지'라는 말의 어원인 '에네르게이아'에 '움직임(에르곤)'과 '전환(트로페)'이란 말을 조합하여 만들어낸 말이다.

엔트로피는 일종의 '무질서'다. 즉, 어떤 시스템이나 성질의 모든 것은 무질서해지는 쪽으로 쏠린다는 것이다.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에너지가 줄어든다'거나, '계(시스템)는 기를 쓰고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쪽으로, 즉 무질서해지는 쪽으로 변하려 한다'는 것이다.


바둑알이 놓인 바둑판을 흔들면 바둑알은 무질서하게 흐트러진다.

외부의 어떤 힘을 들여 정리하지 않으면, 즉 에너지를 투입하지 않으면 그 무질서함을 어찌할 수 없다. 너무나 당연한 말 같지만, 나는 일상에서 이것을 마주할 때 항상 새로움을 느낀다.


예를 들어, 나는 일주일에 한 번은 갑작스럽게 방 안을 정리 정돈한다.

기분을 전환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방 안을 정리 정돈한다는 것은 그간 방이 어질러졌다는 말이다. 나는 방을 어지를 의도를 한 번도 가진 적이 없다. 그러나 내 방은 시간이 지나면 무질서의 상징이 된다. 살짝 양자역학의 냄새도 진동하는 이러한 현상은 어찌 되었건 일상에서 우리가 엔트로피 법칙을 자연스럽게 마주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좀 더 쉽게 말할 수도 있다.

서 있으면 앉고 싶고, 앉아 있으면 눕고 싶고, 누워 있으면 자고 싶은 사람의 본능 그 자체가 엔트로피 법칙을 따르고 있다고 본다. 주말이면 우리들은 알지도 못했던 엔트로피 법칙을 몸소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엔트로피 법칙은 '자유'라는 연료와 만나 폭발하곤 한다.

앉고, 눕고, 잠드는 엔트로피 법칙에 순순한 때는 대부분 자유를 얻었다고 방심할 때다. 참 재밌는 게, 퇴근하고 나서는 시간을 쪼개어 글 하나라도 쓰려 노력하는데, 정작 시간이 많은 주말엔 글 하나 쓰기가 그리 어렵다.


'(일정 시간) 나는 자유다'라는 생각과 '엔트로피 법칙'이 만난 결과다.

그러나 엔트로피 법칙은 시간마저 무질서하게 만들므로, 내가 가졌다고 생각한 일정의 시간은 손 안의 모래와 같이 사라진다.


사실, 고백하자면.

지금까지 이 글은 나의 게으름을 엔트로피 법칙에 빗대어 합리화한 글이다.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엔트로피 법칙이 적용될 것인데, 그 누구는 같은 상황에서 내가 이루지 못한 걸 이루어내고 만다.

내가 감히 쳐다보지도 못할 것들을 이루어 내는 사람들을 보고 있자면, 그들에겐 엔트로피 법칙이 예외인가 싶기도 하다. 


'자유'는 말 그대로 무엇에 얽매이지 않고 자기 뜻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다.


돌아보면, 분명.

나는 짧게 주어진 그 어느 순간에 내 온 정신을 쏟아내며 내 뜻을 이루어갔던 기억이 난다.


시간이 많이 부여되고, 내가 그것을 많이 가졌다고 생각하는 순간.

나는 오히려 엔트로피의 함정에 빠져들고 마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짧은 자유를 지향한다.

자유는 오히려 짧을 때 만끽하기 좋다.


또한, 자유는 자유라고 생각할 때 그 오만에 속박되고, 긴 속박 안에 있을 때 그 소중함을 깨달아 비로소 더 자유로워진다.


질서가 있기 위해선 무질서가 있어야 하고, 무질서가 있으면 질서도 있어야 한다.

그러나 굳이 그 방향을 선택해야 한다면, 나는 엔트로피 법칙의 반대 방향을 바라보고 싶다.


진정한 자유는, 아마도 그 방향의 어느 길목에 있을 거라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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