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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Feb 13. 2021

보이지 않던 시간과 정성이 보이기 시작한다.

좀 더 스스로 현명해지는데 시간과 정성을 들여야겠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


우리나라에 피리를 전공한 사람이 있을까?

보통 사람을 초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토크쇼에 피리를 전공하고, 군악대에서 피리를 현란하게 불어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게스트가 나왔다. 우리나라 4년제 대학 중엔 한 예술대학교에 유일하게 피리 전공학과가 있으며, 매 년 두 명의 전공자가 입학을 한다고 한다.


게스트의 현란한 연주는 보는 사람들의 넋을 앗아갔다.

실제로, 군악대에서 그가 연주한 동영상은 500만 조회수를 넘기고 있고 국제 군악제에서 모든 이의 이목을 집중시킨 바 있다.


반듯하고 서글서글한 외모.

여유 있어 보이는 그의 웃음을 보며 나는 곱게 자란 그의 성장 배경을 떠올렸다. 우선 예술을 전공한다는 건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다는 것이고,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지 않는 전공을 택한 것은 현실이 아닌 꿈을 택한 자의 여유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말에 나는 백배 미안한 마음으로 백기 투항하고 말았다.

죽도록 음악을 하고 싶었지만 아버지의 병환으로 집안이 어려웠고, 식당일을 하시는 어머니에게 부담을 드리지 않기 위해 돈이 많이 들지 않는 '피리'를 전공으로 택했다는 것이다.


더 놀라운 것, 그리고 내가 더 크게 놓치고 있던 것.

바로, 그의 피리에 대한 열정이었다. 작은 막대기 하나를 잘 불어내기 위해 그는 고등학교 때 새벽 5시부터 자정이 넘는 시간까지 피리를 연습했다고 한다. 말이 쉽지, 그런 생활이 가능한 걸까? 작은 방 안에서 피리와 사투를 벌인 그 시간들은 그에겐 어떤 의미였을까?


나는 그가 들인 시간과 정성을 감히 상상할 수가 없다.


그의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그의 연주 실력이 증명을 해냈다.

마치, 세상에 소리를 내는 악기는 단 하나 피리만이 존재하는듯한 생각이 들 정도였다.


두꺼워 보이는 손가락이 작은 피리 구멍을 빗겨 막아 실수가 있을법하기도 한데, '왕벌의 비행'과 '베토벤 바이러스'를 연주하며 그는 한치의 실수도 없었다.


겉모습만 보고, 얕은 생각으로 나는 그의 시간과 정성은 외면한 채 시기와 질투로 점철되어 있던 것이다.


시간을 헤아리면
정성이 보이기 시작한다


우리는 많은 것을 놓치고, 또 보지 못하고 살아간다.

남의 삶은 그저 쉽게 자신만의 결론으로 치부한다. 타고났다거나, 쉽게 돈을 번다거나, 분명 무언가를 쉽게 이루었을 거라는 생각들이 난무한다. 다른 사람의 삶은 흥미진진한 예고편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내 삶은 온갖 것을 편집 없이 겪어내야 하는 라이브이니 다른 사람의 깊은 속을 읽을 겨를이 없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들인 시간을 들여다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우리 눈에 보이는 것은 그저 결과 값이며, 그 결과에는 그것을 이루기 위한 모든 시간과 정성의 덧셈/ 곱셈의 수식이 포함되어 있다. 결괏값이 나오지 않은 그 무수한 시간과 정성을 우리는 알지 못하는 것이다. 결괏값이 나오지 않은 지난한 그 과정을 모조리 견디어낸 값진 구간. 예전엔 운이 좋다고 얼버무린 것들도, 알고 보면 그 이면에 수많은 부침이 있었다는 걸 알게 된다.


즉, 모든 결괏값 안에는 '시간'과 '정성'이 있다.

이제는 다른 사람들이 이룬 것, 내가 이루고 있는 것들에 대해 표면적인 것에 요동하지 말고 '시간'과 '정성'을 들여다보자고 다짐한다.


'시간'과 '정성'도
스마트하게 관리해야 한다!


그러나 주의할 것이 있다.

'시간'과 '정성'은 그저 많이 투입한다고 좋은 게 아니다. 어떤 일에는 그 둘의 경중이 다를 수도 있고, 또 어떤 일들은 그 둘이 필요한데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들도 있다.


말 그대로, 나는 '시간'과 '정성'을 영리하게 잘 관리하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묻는다.

'시간'과 '정성' 관리 매트릭스


1. 시간과 정성 모두 들이는 경우


'시간'과 '정성'을 들이면 이루어내지 못할 게 없다고 생각한다.

단, 그 과정이 쉽지 않다. 인내가 필요하다. 어떤 성과가 나는 과정은 직선형이 아니라 계단형이다. 당장 성장한 것 같지만, 지지부진한 시간을 거쳐야 하고 그래야 다음 단계로 올라갈 수 있다.


이것을 이겨내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우리가 보는 결과가 좋은 사람들은 이 과정을 겪고 인내한 사람들이다. 내가 이룬 것들도 돌아보면 그렇다. 내가 써놓은 글들은 바로 '시간'과 '정성'의 합작품이다. 그리고 그중 일부만이 책으로 출판이 되었다. 시간과 정성을 들인다고, 모든 글이 책이 되진 않는다는 것도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한다.


그럼에도 나는 계속해서 정성과 시간을 들이고 싶은 일들이 많다.

무언가를 이루어낼 수 있는 꾸준함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2. 정성은 들이고, 시간을 들이지 않는 경우


모든 시작은 여기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정성을 들인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무언가 야심 찬 결심을 했을 때 우리는 그 시작에 정성을 쏟는다. 그 정성을 계속 이어 간다면, 그건 시간의 문제일 뿐 뭔가 결과를 낼 가능성이 높다.


다만, 그 시작이 조급함에 의해 급작스런 정성만 투하되는 경우도 있다.

'FOMO(Fear Of Missing Out)'현상과 같이 남들 다 하는데, 나만 안 하고 있다는 불안감에 운동이나 주식, 부동산 공부 등을 하는 경우가 그렇다. 욱하는 감정에 시작한 일들이 대개 일회성 정성 들이기로 끝나곤 한다.


정성이라는 씨앗에, 시간이란 물을 계속해서 주어야 싹이 나고 자란다는 걸 계속해서 기억해야 하는 이유다.


3. 시간과 정성 모두 들이지 않는 경우


세상엔 시간과 정성 모두 들이지 않아도 되는 일이 있다.

중요하지도 급하지도 않은 일들이 그렇다.


그러나 주의할 게 있다.

시간과 정성을 들이지 않아도 되는 것들은 모두 '상대적'인 개념이라는 것이다. 즉, 이게 언제 어떻게 시간과 정성을 들여야 하는 일로 돌변할지 모른다. 예를 들어 화장실에서 일을 보는 경우는 시간과 정성과는 거리가 멀어 보일 수 있지만, 건강한 일상을 유지하려면 신경 써서 일을 봐야 할 수도 있다. 숨을 쉬거나, 낮잠을 자거나, 쓰레기를 버리거나 하는 모든 일들이 그러하다.


더불어, 과연 이것이 중요하지도 급하지도 않은 일인지 계속해서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정작 중요하고 급한일인데, 그것을 알지 못해 소중한 무언가를 놓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4. 시간은 들이고, 정성은 들이지 않는 경우


'반복'이란 말을 떠올리면 좋다.

지루한 일상일 수도 있다. 시간이 흘러가는 대로 그저 살아가는 느낌이 들 때를 떠올리는 것이다. 습관처럼 출근하고, 일하고 퇴근하는 것. 그러나 '반복'은 나를 단단하게 해주는 중요한 '생활 근육'을 선사한다. 그 '반복'의 의미를 헤아릴 줄 안다면, 시간을 들이는 만큼 자연스럽게 정성을 들이게 될 수도 있다.


문제는, 시간을 들이고 있으니 나는 열심히 하고 있다는 착각을 할 경우다.

시간을 들여 무언가를 하고 있으니 나는 나름 잘하고 있다고 스스로를 오해하거나 상황 판단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이다. 시험을 앞두고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긴 것과 성적의 상관관계는 어떨까? 오래 앉아 있을수록 성적에 좋은 영향을 끼칠까? 물론 그렇지 않다. 중요한 건 시간에 합당한 정성이다. 책상 앞에 앉았으면 집중이라는 정성을 들여야 한다. 책상 앞에 오래 앉아 있었다고 스스로를 안위하는 것은 말 그대로 '열심히 하고 있다는 착각'이다.




나는 왜 지금까지 그 당연한 '시간'과 '정성'을 보지 못하고 살아왔을까.

나보다 많은 걸 쉽게 이룬 것 같다며 다른 이의 삶을 쉽사리 매도할 때, 나는 나도 모르게 주저앉고 말았던 것이다. 아니, 어쩌면 주저앉아서 그 소중한 이면을 보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내가 이루거나, 이루고 싶은 일도 마찬가지다.

내가 이룬 것의 크기와 경중을 떠나 나는 그에 맞는 '시간'과 '정성'을 들인 것이다. 내가 몰라줬을 뿐, 그 결과는 그 둘을 분명 내포하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 이루어내지 못하고 있는 것들의 의미는 무엇일까?

'시간'과 '정성'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런데, 나는 운이 없어서 결과를 만들어 내지 못한다고 어린아이와 같이 징징대고 있던 것이다.


이제야 보인다.

나이를 어디로 먹은 건지 참. 시간 관리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게 되면서 이제야 그 당연한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모든 결과에는 '시간'과 '정성'이 들어가 있다.

더 이상 불평불만을 터뜨릴 때가 아니다. 그것에 들어가는 '시간'과 '정성'을 아끼고 아껴 나는 내가 이루어내고 싶은 것들에 쏟아부어야할 때다.


좀 더 스스로 현명해지는데 시간과 정성을 들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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