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내고 인생을 바꿔라!'라는 거짓말
'빨리빨리'문화는 우리네의 장점이자 단점입니다.
'장점'은 말 그대로 긴 무엇이고, '단점'은 짧은 것을 뜻합니다. 이 둘은 '선'과 '악'의 개념이 아닙니다. 즉, 살다 보면 긴 게 필요할 때가 있고, 짧은 게 필요할 때가 분명 있습니다. 그렇다면, '빨리빨리'라는 우리의 집단 무의식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그것이 '장점'이 될 수도, 그 반대가 될 수도 있다는 말이 됩니다.
'빨리빨리'가 장점이 될 때는 시간이 급박하거나 효율을 추구할 때입니다.
우리 삶이 그래 왔습니다. 속도를 내어 효율을 추구하거나, 효율을 내기 위해 속도를 추구해야 하는 일이 많았습니다. 삼면이 바다인 나라, 침략이 잦았던 나라, 전쟁 후 먹고살기 위해 생존에 목매었던 나라. 글의 초반부터 너무 거창한 테마를 끌어낸 것 아닌가 하지만, 이러한 정서는 어디 멀리 있는 게 아니라 이 글을 쓰고 있고 읽고 있는 저와 여러분 모두의 마음속에 있는 있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즉, 우리 일상에서 쉽게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 오히려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겁니다.
그렇다면 '빨리빨리'가 단점이 되는 경우는 언제일까요?
바로 '본질'과 '수단'을 뒤엎을 때입니다. 또는, '결과'가 '과정'을 앞설 때입니다. 토익 점수는 높은데, 외국인 앞에서 입이 안 떨어지는 경우가 그러한 증거입니다. 언어 소통이라는 본질은, 점수라는 수단에 잠식된 지 오래입니다.
'결과'만 좋으면 만사 오케이라는 정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점수 잘 받고 좋은 학교에 가면 된다는 마음이, 시험지 답안 유출로 이어지고 막상 전문직을 위한 학과에 합격했는데 전문가로서의 소명은 없는 직업인이 생겨나는 현상도 이를 뒷받침합니다.
그래서일까요.
'글'도 없는데, '책'부터 쓰라는 말이 오늘도 많은 사람들의 '빨리빨리' 정서를 자극하고 있습니다.
글 써 놓은 건 없는데, 책은 내고 싶어!
개인 브랜딩을 하는데 가장 좋은 게 책 출판이라고들 말합니다.
물론, 저도 동의합니다. 저 또한 글을 쓰고 그 글이 책이 되니 수많은 기회가 생겼습니다. 일반 직장인이었다면 알지 못했을 세상과 하지 못했을 일들을 많이 경험한 겁니다. 예를 들어, 베스트셀러에 선정되거나 작가 강연회를 하고 친필 사인을 해주기도 했습니다. 더불어 기업체와 관공서에서 강의를 요청해주셨고, TV에 출연하여 지식과 경험을 나누기도 했습니다. 게다기 지금은 '글쓰기 인사이터'라는 페르소나를 만들어, 글쓰기 강의와 여러 자기 계발 사이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좀 더 면밀히 들여다볼 것이 있습니다.
이 모든 게 과연 제 책으로 인한 걸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책'은 제 '글'의 모음입니다. 좀 더 체계적으로 만든 물리적 실체입니다. 그 물리적 실체를 이루는 건 물질을 초월한 제 생각과 느낌 그리고 마음입니다. 즉, 제 생각과 느낌이 쌓여 글이 되고, 글이 세계관이 되었으며 그것이 책으로 엮인 겁니다.
'책'은 일종의 결과물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과정'을 뛰어넘어 '결과'를 만들어 내려는 것은 '빨리빨리'의 단점입니다. 책을 내고 싶다는 바람은 누구에게나 있겠지만, 그보다 먼저 해야 할 건 바로 '글쓰기'입니다. 글 써 놓은 건 없는데, 책은 내고 싶어 하시는 분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글을 씀으로써 나 자신을 바로 알고, 내 세계관을 견고히 해나가는 과정이 꼭 필요합니다.
더불어, 브랜드에는 세계관이 있어야 하고 스토리가 담겨 있어야 합니다.
'글쓰기'가 브랜드의 시작이 되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책쓰기'와 '브랜딩'은 속성으로 내어야 하는 '결과'가 아니라, '글쓰기'를 통해 이루어가는 '과정'입니다.
책 한 권 낸다고 인생 바뀌지 않는다.
삶이 바뀌었기에 글을 쓰고 책이 나오는 것이다!
글쓰기가 아닌 책쓰기로, 단기간에 쥐어짠 글이 책이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묻고 싶습니다. 그 한 권이 인생을 바꿔줄까요? 그리고, 다음 책이 또 출간될 수 있을까요? 예외는 있겠습니다만 본질적으로 그 확률은 그리 높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속성으로 책을 낸 분들의 책은 제대로 유통도 되지 않고, 2쇄부터 준다는 인세는 영영 받지 못하고 계신 분들이 많습니다. 결국, '글쓰기'와 '책쓰기'모두 멈춰버린 사례들이 주위에 너무나 많습니다.
살아가다 보면 인과관계를 잘 따져야 할 때가 있습니다.
책 한 권이 내 인생을 어찌해준다는 생각은, 주체가 '나'가 아닌 다른 것에 기댄 생각입니다. 내가 바뀌어야 하는 게 먼저입니다. 보다 나은 것을 꿈꾸고, 나를 변화시켜야겠다는 실천으로 결국 나는 변화됩니다. 즉, 삶이 바뀌었기에 글을 쓰게 되는 것이고 그 글이 모여 책이 되는 것입니다.
'나'를, 그리고 '삶'을 변화시키기 위해선 나에게 침잠해야 합니다.
저 깊은 내 마음과 영혼 속으로 들어가, 우주로운 모든 감정들을 헤아리려 노력하면 비로소 우리는 몰랐던 우리를 발견하게 됩니다. 그 발견이 바로 변화의 씨앗이자, 글쓰기의 원동력입니다. 글로 풀어간 내 이야기는 더 확장되고, 세상은 바꾸지 못해도 '나'는 바꿀 수 있는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하게 됩니다.
반복하여 말씀드리지만, 개인 브랜딩은 치장하는 게 아니라 나를 견고히 세우는 일입니다.
나를 견고히 세우는데 가장 기본이 되고 중요한 단계는 바로 '글쓰기'입니다. 글을 써보신 분이라면 잘 아실 겁니다. 또는 무의식 중에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훅하고 생겨날 때가 있습니다. 글쓰기는 삶의 어느 순간에 선물과 같이 오기도 하고, 이미 그 선물을 만끽하고 계신 분들도 있습니다.
'결과'를 만들어 내기 위한 '과정'을 즐겨야 하겠습니다.
그 과정을 뛰어넘으려다 잃은 것들이 제 삶엔 너무나 많았습니다. 글쓰기를 통해 그 이상의 것들을 다시 얻었습니다. 얻은 그것들은 특별한 게 아니었습니다. 너무나도 당연한 것들이었으나 애써 내가 무시했던 것들. 유치원생들도 알고 있는 것들을, 조급한 마음에 실천하지 않고 가로질러가려 했던 스스로의 무지. 알고 있던 걸, 이미 가지고 있던 걸 알아차리고 깨닫는 것만으로도 삶은 변화될 수 있습니다.
글쓰기는 변화의 시작이자, 변화의 시작 또한 글쓰기입니다.
내 개인 브랜딩을 바로 세우고, 보다 견고히 하고 싶다면 '책쓰기'가 아닌 '글쓰기'로 그것을 이루어나가야 합니다.
혹시라도 주위에 '책쓰기'로 급하게 개인 브랜딩을 쌓아 올린 사람과, '글쓰기'로 차곡차곡 그것을 쌓아온 사람이 있다면 예의 주시하여 그 과정과 결과를 바라보시기 바랍니다.
물론, 우선 글쓰기를 시작하시면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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