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지는 꽃잎을 수용하고 지나가는 봄을 붙잡지 아니한다.
가족들을 데리고 나가지 않고는 배길 도리가 없었다.
잠시 혼자 산책을 나갔는데 들과 나무에 꽃이 만발했다. 만발한 꽃길을 걸으니 가족이 생각났다. 나는 한 바퀴 휘돌아 집에 도착하여, 막무가내로 가족들에게 다시 산책을 나가자 말했다.
널브러져 있던 아이들은 꾸물댔다.
집안 일로 바쁜 아내는 갑작스러운 내 호들갑에 잠시 멍하니 서있었다. 가족을 기어이 설득한 건 내 진심이 담긴 말이었다.
떨어지는 꽃잎이 너무 아쉬워, 가족들과 함께 걷고 싶어서 그래...
더 이상의 윽박도, 더 이상의 달달한 꼬심도 필요 없었다.
마음이 전해졌는지 가족은 모두 각자의 일을 잠시 멈추고 주섬주섬 옷을 챙겼다.
함께 나선 길은 그야말로 꽃길이었다.
나오기 귀찮다던 아이들은 더 상기된 얼굴로 화창한 날씨와 꽃들을 만끽했다. 그럼 그렇지. 막상 나오니까 좋지? 아이들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그 모습을 사진으로 꽃과 함께 담았다.
마치, 그림을 그리는 듯했다.
내가 바라던 일상. 내가 바라마지 않았던 삶. 내가 사는 이유. 내가 바라던 모든 게, 마치 그림과 같이 내 앞에 펼쳐지고 있던 것이다.
나를 잠시 내려놓으면 가족이 보인다.
가족을 위해 산다고 생각하면 숨이 막힐 때가 있지만, 숨이 막힐 때 난 비로소 살아 있음을 느낀다. 막상, 가족을 위해 산다고 하지만 결국 그것은 내 책임감과 이 순간의 행복을 만끽하기 위함임을 깨닫는다. 사람은 가장 이기적이면서, 그러하므로 가장 이타적인 존재가 된다.
바람이 불었다.
그러자 꽃잎이 흩날렸다. 순간, 우리 가족 모두는 본능적으로 흩날리는 꽃잎 하나를 잡으려 분주했다. 흩날리는 꽃잎은 알아서 내 손으로 오기도 했고, 또 어떤 꽃잎은 내가 몸을 날려 잡아야 했다.
그렇게 나는 두 꽃잎을 건졌다.
휴대폰과 휴대폰을 보호해주는 젤리 케이스 사이에 그 꽃잎 두 개를 넣어놓았다. 그게 뭐라고. 그저 꽃잎일 뿐인데, 나는 그것에 큰 의미를 부여한다. 하나는 내 손에 떨어진 운과 같은 꽃잎. 하나는 내가 쟁취한 성공의 꽃잎. 흩날리는 꽃잎을 잡으며 나는 주문을 외고 있던 것이다.
운과 같이 온 가족에게 눈물겹도록 감사하다는 말과.
기어이 내손으로 우리 가족을 지켜낼 것이라는 다짐.
그 주문과 함께, 나는 떨어지는 꽃잎을 수용하고 지나가는 봄을 붙잡지 아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