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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May 03. 2021

열정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 있다.

열정을 다시 살리려면 새로운 '과정'을 만들 것

'사랑'과 '권태' 다시 보기


열정이 사그라든 상태를 우리는 권태라 말한다.

연애 때를 떠올려보면 좋다. 둘의 우주가 세상의 전부인 사람들의 온도는 뜨겁다. 그 은하계엔 분명 태양이 있을 것이고, 그 온도로 인해 생명은 태어날 것이다. 서로에게 몰두하고, 서로에게 치열함으로써 사랑이란 열정은 더 거세진다.


하지만, 그 뜨거움에 익숙해지거나 온도 자체가 내려가게 되면 마침내 권태를 마주하게 된다.

매일 늦은 밤 집 앞을 데려다주던 행동은 하나 둘 줄어들고, 기념일의 선물과 이벤트도 더 이상 새롭지 않다. 사랑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이전보다 더 사랑한다고 말할 수 없는 하루하루가 이어진다.


권태는 이미 '결과'를 이루고 쟁취한 존재에게 일어나는 숙명이다.

사람을 물고기에 빗대어 말하는 걸 좋아하진 않지만, 연인에게 '이미 잡은 물고기'란 표현을 쓰는 우리 언어 습관을 보면 알 수 있다. '권태'란 말도, '게으를 권'에 '게으를 태'로 이루어져 있다. 결과를 이루었으니, 그 상대에게 게을러지게 되는 것이다.


권태는 우리 의지와 상관이 없다.

일부러 가지려 해도 가질 수 없고, 가지지 않으려 해도 그러하지 못한다. 만약, 권태에 우리의 의지를 담을 수 있다면 우리는 '권태에 빠지다', '권태기에 접어들다'란 말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다. 재밌는 건, 사랑 또한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사랑에 빠지다'란 말은 우리의 바람과 노력대로, 그러니까 우리가 의지를 갖고 대할 수 있는 게 아니란 걸 잘 말해주고 있다.


'사랑'은 과정에 대한 본능적 앙망이고, '권태'는 결과에 대한 억압된 수용이다.

사랑을 얻으려 하는 과정에선 그 누구보다, 무엇보다 뜨거웠던 내 마음. 그러나 사랑을 얻은 뒤에는 숙명적인 그 게으름을 마주해야 한다.


항상 열정적일 수 없는 이유


그렇다면 우리는 '열정'을 어떻게 표현할까.

흔히 우리는 '열정을 가져봐', '열정을 내봐'라고 말한다. 또는, '나에겐 열정이 있어', '그 친구는 열정을 가지고 있어'라고 말한다.


이러한 표현은 '권태'나 '사랑'과는 그 결이 다르다.

어느 정도의 내 '의지'가 개입될 여지가 있다. 가지고 안 가지고는 내 선택이다. 원하면 가질 수도 있고, 아니라면 가지고 있지 않을 수도 있는 기회가 엿보인다.


그러나 이는 쉽지 않다.

의지가 개입이 될 수 있다면, 나는 항상 열정에 활활 타올라야 하는데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지 않은 데에는 이유가 있다.


그 첫 번째 이유는, '열정'은 뜨거워야 한다는 고정관념이다.

우리는 너무 뜨거운 걸 손에 쥐고 있을 수 없다. 잠시는 괜찮을 수 있지만, 계속해서 뜨겁다면 문제가 된다. 가슴이 쿵쾅대고 설레는 일은 삶의 활력소지만, 그것이 지속되면 병원을 가봐야 한다. 그건 심장에 문제가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랑' 또한 다양한 모습이 있다. 남녀 간의 뜨거운 사랑만이 사랑이 아니다. 각자의 현실에 충실하며, 서로를 지긋이 믿음의 눈으로 바라봐주며 평생 은은한 온도로 걸어가는 것도 사랑이다. 현실을 외면한 뜨거운 사랑은 낭만적이지만, 현실을 받아들이는 따뜻한 사랑도 아름답다.


두 번째 이유는, '열정'은 항상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강박이다.

열정을 항상 가지고 있을 순 없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내가 한순간도 놓치지 않고 가지고 있는 게 있나를 돌아보면 좋다. 내 목숨 외에는 없을 것이다. 내 목숨마저도 그 연한이 줄어들고 있다. 몸 또한 노쇠해져 간다. 같은 강물에 두 번 들어갈 수 없다는 헤라클레이토스의 말처럼, 우리의 목숨과 몸을 항상 가지고 있다고 말하기 어려운 것이다.


항상 뜨거워야 하고, 항상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우리는 오늘도 열정적이지 못한 자신을 탓하고 만다.


'열정' 다시 보기


사랑에도 종류가 있듯이, 열정에도 종류가 있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

뜨거운 열정도, 미지근한 열정도 그리고 차가운 열정도 있다는 것을 말이다.


또다시 사랑을 예로 들어 보자면, 뜨거운 열정은 모르는 남녀가 빠져든 사랑이다.

보이는 것 없이 서로에게 직진한다. 둘만의 우주를 만드는 게 삶의 목적이 된다. 내 영혼을 바쳐서라도, 내 목숨을 내어서라도 기꺼이 사랑을 이어나가고 싶어 한다.


이에 미지근해진 사랑은 현실을 인지하는 사랑이다.

하나 둘, 현실이 보이기 시작한다. 둘만의 우주 외에 다른 세계가 있음을 깨닫게 된다. 내 목숨이 붙어 있어야 상대를 사랑할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차가워진 열정은 다른 형태의 사랑을 인정하는 것이다.

부부의 사랑이 그렇다. 가족의 생존과 안위를 위해, 낭만적이고 뜨거운 사랑은 줄이고 각자의 역할에 집중한다. 그렇다고 사랑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사랑의 형태가 바뀌었을 뿐, 사랑이 남아있지 않다면 부부의 연은 이어지지 않는다. 가족이라는 더 넓은 형태로, 합리적이고도 합목적적인 사랑으로 승화되는 것이다.


이 과정이 마치, '권태'처럼 보일 수 있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사람은 분명 게을러야 할 때가 있어야 한다. 사랑도 예외는 아니다. 서로의 관계에서 잠시 게을러, 나를 챙겨야 한다. 게으름은 다른 말로 '휴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마냥 게으른 것은 문제겠지만, 우리가 열정적으로 달려가다 보면 잠시 멈춰 서서 게으름을 통해 휴식을 도모해야 할 때가 분명 있다.


열정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 있다.


사실, '사랑'과 '권태'에 '열정'을 빗댄 것엔 이유가 있다.

열정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 있다는 걸 이야기하기 위해서였다. 사랑을 쟁취하는 과정과, 그것을 이루고 났을 때의 모습이 딱 그러해서다.


수많은 심리학 연구에서는 '열정'과 '동기부여'가 특정 신경전달 물질과 깊은 관계가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그 주인공이 바로 '도파민'인데, '도파민'은 목표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생성되고 분비된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밝혀낸 것이다. 긍정적 보상을 얻기 위해 무언가를 행하고 추구할 때마다 도파민이 분비되어 집중력과 흥분을 유발하는데, 이것이 바로 '동기'의 주요 원동력이 된다.

우리가 무언가를 이루어냈을때 오히려 마음이 헛헛하거나, 번아웃을 맞이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도파민의 또 다른 특성은, 기분이 더 좋아지려면 더 많은 양의 도파민이 필요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도파민은 '중독'과도 관련된 호르몬이다. 더 많은 도파민을 추구하는 사람은 무언가를 지속하려는 끈기와 투지 그리고 추진력을 가질 확률이 높다. 물론, 그 힘을 잘못 사용하게 되면 알코올이나 도박 또는 기타의 중독에 빠질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이러한 열정의 메커니즘을 보면, 열정이 없어 속상한 나를 다시 돌아볼 수 있다.

나는 열정을 뜨겁다고만 생각하여, 뜨겁지 않은 마음을 부여잡고 자책하고 있던 건 아닌지.

나는 항상 열정을 가지고 있었야 한다는 생각으로, 필요하지 않을 때도 그것을 강박적으로 좇고 있던 건 아닌지.

나는 혹시 결과를 이루어내고 쓰러져 있는 건 아닌지. 동시에, 과정의 중요성을 등한시 한 건 아닌지.




결과 지상주의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과정의 즐거움과 소중함을 잃고 결과에 집착한다.

그리하여 맞이하는 번아웃에 대한 원인을 찾지도 못한 채, 그저 뜨겁지 않은 자신을 탓한다.


이럴 땐, 이루어낸 결과보다는 다시 시작할 '과정'을 만들어 보는 게 좋다.

열정은 빠지는 게 아니라, 갖는 것이라 했다. 어떤 일을 벌이고 수습해가며 열정의 온도를 슬슬 올려보는 것은 어떨까. 잘 알지 못하고, 낯선 것에 한 걸음 다가가 새로운 시작을 통해 과정을 답습해 가는 것도 좋다. (물론, 생산적인 일에 한해서다. 가정 있는 사람이 새로운 과정을 만들기 위해, 다른 인연을 만드는 건 순간 가슴을 쿵쾅거리도록 하는 데에는 효과적일지 모르지만 해서는 안될 일이란 걸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가능한 많은 것을 벌이고, 수습하며 또 하나의 과정을 만들어가는 이유다.

또는,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을 멀리 크게 보아 과정이라고 생각하거나.


이처럼, 내가 가장 열정에 가득 차 있을 때는 그 어떤 과정에 있었는지를 떠올려 보면 좋다.

그러면, 잠시 잊고 있던 열정을 다시 손에 쥘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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