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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May 31. 2021

내면에서 '너는 할 수 없어'란 말이 들려오면...

위대하게 사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사는 것 자체가 위대하기 때문이다.

빈센트 반 고흐의 삶은 불행 그 자체였다.

살아생전 화가로서 성공하지 못했고, 물감을 살 돈이 없어 동생이 보내주는 얼마간의 돈으로 삶을 연명했다. 정신질환을 앓던 그는 한쪽 귀를 잘라 매춘부에게 전하는 기이한 행동을 보이기도 했고, 끝내는 총상을 입고 숨을 거두고 말았다.


그러나 그의 불행은 아이러니하게 그의 작품을 더욱더 빛내고 있다.

모델을 구할 돈이 없어 자화상을 그렸고 해바라기 정물을 두고 여러 장의 그림을 그린 그는, 네덜란드라는 나라 일부를 먹여 살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양 미술사상 가장 위대한 화가 중 한 사람이라는 칭송이 과연 그의 삶을 다 표현하고 위로할 수 있을까란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그는 말 그대로 그림에 미쳐있었다.

'나는 내 심장과 영혼을 그림에 쏟아부었고 그러면서 미쳐갔다.'라고 스스로 말했을 정도다.


위대함 속의 평범함,
평범함 속의 위대함


그러한 그도 그림을 그리는 것에 대한 회의를 했다는 것이 놀랍다.

동생 테오와 20여 년 간 나눈 1,000여 개의 편지 속엔 이러한 내용이 잘 나타나 있다.

"나는 어떤 확신도 없고 뭘 알지도 못하지만 별을 바라봄으로써 꿈꾼다."
 "I know nothing with any certainty, but the sight of the starts makes me dream."

- 빈센트 반 고흐 -


세상 가장 위대한 화가가 확신이 없었다는 말을 어느 누가 믿을 수 있을까?

상상도 못 할 그의 고백에 놀라며 동시에 나는 숙연함을 느꼈다. 내가 확신하고 있던 것들에 대한 부끄러움과, 확신을 가지지 못한 것들에 대한 위로가 함께 몰려왔다. 그럼에도 그는 고개를 들어 별을 왔다. 나는 지금 무엇을 보고 있는가. 그저 확신이 들면 의기양양하다가, 확신이 없어지면 의기소침해가는 삶의 지난한 과정에서 나는 고개를 들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다.


또 하나, 내 마음을 강하게 때린 짧은 문구는 바로 '뭘 알지도 못하지만...'이란 부분이다.

위대한 화가 조차 뭘 알고 그림을 그렸던 게 아니다. 나는 무엇을 얼마나 알고 있는가? 많이 알고 있어서 확신을 했던가? 알지도 못한 채 확신을 가지거나, 확신하지 못한 건 아닐까? 수많은 질문들이 떠오르고, 고개를 떨구게 하다가 끝내 고개를 들어 어느 별을 보게 된다.


이처럼, 위대한 화가의 고뇌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위대한 그와 우리 삶을 비교하는 것에 대해 의문을 가지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저마다의 삶은 위대하다. 위대하게 사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사는 것 자체가 위대하기 때문이다. 오늘 하루를 살아낸 우리는 위대한 존재다. 다시 생각해보면, 위대했던 그도 확신이 없던 평범한 사람에 불과했다. 우리랑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다만, 반 고흐의 위대함을 우리가 보다 더 칭송하는 건 그의 꾸준함과 끈기 때문이다.

천부적 재능과 열정 그리고 광기와 같은 그의 그림에 대한 애착도 꾸준함과 끈기가 없었다면, 우리는 그의 작품을 만날 수 없었을 것이다.

"열심히 노력하다 갑자기 나태해지고 잘 참다가 조급해지고 희망에 부풀었다가 절망에 빠지는 일을 또다시 반복하고 있다. 그래도 계속해서 노력하면 수채화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겠지. 그게 쉬운 일이었다면, 그 속에서 아무런 즐거움도 얻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니 계속해서 그림을 그려야겠다."
"Now I’m going through a similar period of struggle and despondency, of patience and impatience, of hope and desolation. But I must plod on and anyway, after a while I’ll understand more about making watercolours. If it were that easy, one wouldn’t take any pleasure in it."

 - 빈센트 반 고흐의 편지 중 -


위대함 속에 꾸준함이란 평범함이 있고, 꾸준함이란 평범 속에 위대함이 숨어 있다.


내면에서 '너는 할 수 없어'란 말이 들려오면...


나는 빈센트 반 고흐의 삶 자체를 동경하지 않는다.

오히려 연민한다. 그가 생을 마감한 프랑스 작은 시골마을을 찾아가 그가 숨을 거둔 여인숙과 묘지에서 조의를 표하기도 했다.


나는 그가 단지 세기에 다시없을 위대한 그림만을 남겼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그림 이상의 것을 남겼다. 불행한 삶 속에서도 묵묵히 그림을 그려 나아간 꾸준함. 확신이 없어도 밤하늘의 별을 보며 꿈을 꿨던 끈기. 천부적 재능에 기대지 않고 늘 내면을 탐구해갔던 아름다운 광기와 열정. 그의 그림과 그의 말을 보면 삶에 대한 설렘이 몰려온다. 국가와 언어가 다르고, 미술과 영 친하지 않은 내게도 이러한 영향력을 주는 그의 아우라는 아마 전 세계로도 뻗쳐 있을 것이다. 그의 그림이 어느 한 나라에 국한되지 않는 이유이자, 그가 그림 이상의 것을 남겼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귓가에 생생한 그의 다른 말을 떠올려 본다.

"내면에서 '너는 그림을 그릴 수 없어'라는 말이 들리면, 나는 그림을 그리는데 열중했다. 그러면 곧 그 목소리는 사라졌다."
"If you hear a voice within you say you cannot paint, then by all means paint and theat voce will be silenced."

- 빈센트 반 고흐의 편지 중 -


두려움에 넘어져 허우적거릴 때면 언제나 떠올리는 말.

내면에서 자주 들려오는 '너는 할 수 없어'란 말이 들려오면, 나는 내 하던 일을 계속해야지...라고 마음을 다잡게 된다. 그러면 그와 마찬가지로 신기하게 그 목소리들은 사라지고, 어느새 나는 한 발 더 앞으로 나아가 있게 된다.


확신이 없어도, 뭘 잘 몰라도.

오늘 우리만의 그림을 하나하나 그려 나가야 하는 이유다. 우리 각자의 삶 그 자체가 위대한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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