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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해내는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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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Jun 06. 2021

해내기 위해 단점을 활용하는 법

불완전을 인정하고 그것으로부터 시작해, 완성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

같은 팀 안
다른 색 유니폼을 입은 선수


배구는 6명이 한 팀이 되어 경기를 한다.

경기 시작 전 총 14~18명 선수를 미리 등록하는데, 실제 경기에 뛰는 선수는 6명이며 그중 1명을 '특수 역할 선수'로 등록하게 된다. 이 선수는 같은 팀 내에서 다른 색 유니폼을 입고 있어 배구를 잘 모르는 사람이 보면 상대편 선수 한 명이 적진에 와있는 건 아닐까란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선수는 수비와 리시브를 전담하는 '수비 전문' 선수다.

수비와 서브 리시브만 가능하며 서브와 블로킹 그리고 공격은 불가하다. 이 선수를 부르는 용어가 있다. '리베로'다. '리베로'는 이탈리아어로 '자유'를 뜻한다. 다른 선수는 세트당 최대 6회 교체만 가능하지만 리베로는 아무런 제약이 없다. 공격엔 자유롭지 않지만, 수비와 교체에선 그야말로 자유를 누리는 포지션이다.


리베로는 경기 결과를 좌지우지하는 중요 포지션으로 통한다.

세터와 센터 그리고 레프트와 라이트 역할도 중요하지만 이 리베로는 상대의 서브나 강스파이크를 받아내어 팀 공격의 시작점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팀 내 컨트롤 타워라고도 볼 수 있다.


리베로는 상대의 강한 공격을 리시브해야 하므로 보다 빠르고 민첩해야 한다.

때문에 리베로 선수의 평균 키는 통상 180cm를 넘지 않는다. 무게 중심이 아래에 있어야 상대적으로 안정감 있는 수비와 리시브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여자 배구 최단신 리베로 선수의 키는 무려(?) 157cm다.


'장점'과 '단점'은
'선'과 '악'의 개념이 아니다.


우리는 흔히 '장점'과 '단점'을 이분화하여 보는 경향이 있다.

장점은 좋은 것이고, 단점은 나쁜 것으로 규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장점과 단점 척을 지는 적대적 개념이 아니라, 상호 비율의 관계이자 더 나아가서는 보완의 관계다.


'아니, 장점과 단점이 비율과 보완 관계라고?'라는 의문이 들 수도 있겠다.

갸우뚱해진 고개를 제자리로 돌아오게 하기 위해서, 우리는 앞서 배구의 리베로를 살펴봤다. '장점(長點)'과 '단점(短點)'은 말 그대로 길고 짧은 걸 이야기한다. 긴 것이 항상 좋고, 짧은 것이 항상 나쁜 것이 아니란 걸 배구의 리베로는 말해주고 있다. 배구 경기에선 키가 큰 게 좋다. '다다익선'이 아니라 '고고익선'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분명, 157cm의 신장을 가진 선수가 필요하기도 하다. 큰 키의 선수와 작은 키의 선수가 말 그대로 상호 보완하고 있는 것이다.


즉, 긴 것이 필요할 때가 있고 짧은 것이 필요할 때가 있다는 말이다.


최근에 유행하는 MBTI 검사를 예로 들어도 좋다.

'외향형'인 사람은 내향성이 전혀 없을까? 아니다. 이것은 비율의 문제다. 외향적인 사람도 내향성을 가지고 있다. 100%의 범주로 굳이 표현해보자면, '외향형'의 사람은 내향성보다 외향성을 조금 더 갖고 있는 것뿐이다. 심지어는 나이에 따라, 상황에 따라 이 비율이 바뀐다. 실제로, 심리학을 공부하던 대학생 때 나는 '외향형'이었지만 지금의 나는 철저히 '내향형'인 사람으로 바뀌었다.


여기서 '외향형'과 '내향형'은 어떤 것이 더 좋고 나쁨의 개념이 아니다.

상황에 따라 외향적인 게 장점이 될 수도 있고, 내향적인 게 장점이 될 수도 있다. 또는 그 반대이거나.


그러니, '장점'과 '단점'은 '선'과 '악'의 개념이 아니다.


단점을 활용하는 첫 번째 단계는
바로, 단점을 다시 보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젠, 단점을 다시 바라볼 때이다.

나는 '단점'을 '악'으로 규정하여 나에게서 떨어내려 했던 건 아닐까? 그것은 나쁜 것이라며 거들떠보지 않거나, 마주하게 되면 회피하는데 온 에너지를 쏟았던 건 아닐까?


'나'는 '장점'과 '단점'으로 이루어진 존재다.

장점만으로 살아갈 수 없고, 단점만으로도 나는 살 수 없다. 그 둘 중 하나를 버린다면 나는 오히려 더 불완전한 존재가 될 것이다.


삶이 세상과 벌이는 배구 한판이라면, 나에겐 키 큰 선수와 함께 리베로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이젠, 보이지 않던 존재가 보인다.

다른 색 유니폼을 입고 있다고 하여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다. 오히려 나는 자유자재로 그 리베로를 교체하며 게임의 흐름을 통제할 수 있게 된다.


이처럼, 단점을 활용하는 첫 번째 단계는 바로 내 '단점'을 알아차리는 것이다.

우리는 대개 단점을 악한 것으로 규정하다 보니, 나의 단점을 생각하는 것조차 싫어하거나 아예 등한시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나는 성격이 급하다는 것을 단점으로 꼽는다.

Top management에게 급하게 메일을 보냈는데, 나중에 보니 오타 투성이다. 자존심이 상하고, 왜 보내기 전에 한 번만 더 제대로 보지 못했을까를 자책한다. 그러나 때론, 오타 투성이의 이메일이 뒤늦게 보내는 이메일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할 때가 있다. 오타가 날까 봐, 좀 더 자세한 내용으로 보완해야 할까를 망설이다 시의성을 놓치는 경우가 있다. 내 기준에선 신중한 게 내가 추구하는 장점이고, 신중함보다는 신속함을 택하는 게 단점이다. 그러나, 상황과 결과에 따라 이 둘은 뒤바뀌기를 반복한다.


단점을 활용하는 두 번째 방법은 첫 번째 방법을 기반으로 한다.

내가 생각하는 단점이 무엇인지를 알아내는 것. 디테일보다는 신속함을 택하는 것이 단점이라면, 이제는 그 단점을 보완하려 노력할 수 있게 된다. 빠르게 보내는 이메일이라도, 보내기 전에 1~2분만 투자하여 전체 내용을 체크하는 것이다. 빨리 메일을 보내고 다른 일을 하려는 성미는 어찌할 수 없겠지만, 확실 실수는 이전보다 줄어든다.


개인주의 심리학의 주창자인 알프레드 아들러는 '열등감'을 사람의 주요 원동력으로 보았다.

완성을 향해 나아가도록 우리를 움직이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우리가 가진 '단점' 때문이라는 것이다.


해내기 위해선
'장점'과 '단점' 모두 필요하다.


돌이켜보면 내가 이룬 것들의 시작은 내 '단점'으로부터였다.

뭐든, 성급히 달려들었다. 성급해서 후회한 것들이 여럿이지만 어찌 되었건 나는 '시작'이라는 걸 하게 된 것이다. 예전엔 성급함에 대한 자책만 있었다면, 이제는 시작한 나를 대견해한다.


대부분의 사이드 프로젝트도 그렇게 탄생했다.

우선 벌이고 수습한다. 때론, 프로젝트 모집인원의 목표를 0명으로 하는 경우도 있다. 모집 공고를 냄과 동시에 나는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다. 사람이 모집되면, 그때 강의안을 만들거나 만들어 놓은 강의안을 보완하는 경우도 있다.


'단점'은 알고 보면 나에게 가장 익숙한 힘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시작한 일들에, 내가 추구하는 장점을 하나 둘 얹으려 노력하면 확실히 이전보다는 해내는 것들이 많아진다. 시작은 대략적으로 했을지라도, 수습할 땐 신중함과 디테일을 담으려 노력한다.


불완전을 인정하고 그것으로부터 시작해, 완성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을 즐길 줄 알게 된 것이다.




내 글쓰기와 출판 프로젝트, 직장인의 본캐와 수많은 부캐들의 조합은 바로 '장점'과 '단점'의 조화에서 우러나온 것이다.

바쁜 가운데 어찌 그 많은 걸 해냈을까를 돌아보니 이제야 장단점이 척을 두지 않고 서로 배려하며 보완했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잘난 나'도, '부족한 나'도 모두 '나'다. 때로 삶은 충만해야 할 때가 있지만, 부족한 듯 비워야 할 때도 있다.


그 과정의 반복에서 나는 이전보다 더 성장하고, 이전보다 더 많은 걸 이루어낼 수 있다.


'장점'과 '단점'의 수용.

그리고 그 둘의 포용.


그것이 바로 '나'를 인정하고 '나'를 받아들이는, 무언가를 이루고 해내기 전에 반드시 거쳐야 할 소중한 과정임을 알아야 한다.


무언가를 해내는 것도 '나'이고, 그것은 결국 그 누구도 아닌 '나'를 위한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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