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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Jul 18. 2021

갑자기 멕시코 공항

진짜 멕시코 이야기

삶에는 갑자기 들이닥치는 일들이 있다.

'갑자기'란 말이 떠오르는 이유는 둘 중 하나다. 내가 그에 대한 준비가 전혀 안되어 있던가, 생각보다 기회가 빨리 거나.


이번 나에게 주어진 '갑자기'의 의미는 그 둘을 다 포함한다.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멕시코행 비행기 안에 있었다.

발령이 난 지 두 달 만. 경황이 없다는 말을 온몸으로 경험해내었다. 개인적인 주변 정리부터, 새로운 업무 파악까지. 밟아보지 않은 땅, 말해보지 않은 언어의 압박이라는 불안과 두려움조차도 경황없는 상황 앞에서는 모두 작은 무엇들이었다.


얼마 만에 동쪽으로 날아가는 걸까.

시절이 하 수상하여 출장조차 가지 않던 차에 갑작스러운 해외 발령은 전 세계에 퍼진 바이러스를 뚫고서라도 가야 하는 샐러리맨의 열망이자 비애다.

동쪽으로 동쪽으로.


14시간의 비행 동안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잘 살아야겠다는, 잘 해내야겠다는 다짐은 14시간으로는 부족할 것 같았다. 멕시코 관련 책을 펼쳐 읽고, 스페인어 공부를 하고, 업무 자료를 보면서 그 다짐의 농도를 높여야 했다. 잠시 잠깐의 잠을 더하니 비행기는 바퀴를 내어 놓고 있었고 고도는 낮아지고 있었다.


멕시코를 하나하나 알아가기. 그 누구보다 더.


터치다운.

현실보다 현실적이고 예상하지 못했던 삶이 시작되었다.


멕시코 공항은 분주했다.

연초 부임이 아니었기에, 첫 주재지였던 네덜란드 공항에서 느낀 겨울의 으슬으슬함은 없었지만 낯선 곳에서 이방인이 느끼는 설움은 온도나 계절과 상관이 없다. 잔뜩 싸온 짐을 다 풀어 검색하는 동안에도 나는 짜증을 내기보다는 멍하니 내가 싸온 짐들을 바라봤다. 그 설움이 전해져서 일까. 무언가를 들킬까 노심초사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아서일까. 가방 바닥을 뚫을 기세로 짐을 열었던 검색원도 이내 내 짐을 주섬주섬 다시 여몄다.


마침내 공항 문을 나설 때, 나는 눈물을 흘리는 아내와 아빠가 보고 싶을 거라는 아이들의 모습을 떠올렸다.

몇 개월 후 멕시코에서 재회하게 될 거란 걸 알지만, 지금으로선 그 시간이 올지 안 올지를 생각할 겨를이 없다.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일을 하며 자리를 잡는 데에 심혈을 기울여야 하니, 가족과의 떨어짐과 다음의 재회에 대한 생각은 잠시 접어 두기로.


시간이 지나 첫 발을 들였던 오늘을 되돌아보면 어떤 기분일까?

해발 고도 2,240m. 머리가 지끈한 고산 증세가 잠시 왔다 사라지고, 사라졌다 다시 왔다. 삶은 어떻게 펼쳐질지 아무도 모르는 지끈지끈함이다. 지금의 모든 불안과 걱정은 이 지끈지끈함에 잠시 묻어 두기로 한다.


여행이 연애라면 사는 것은 결혼, 민낯을 보게 되는 것.

나는 이제부터 멕시코의 민낯을 하나하나 알아갈 것이고 무수한 질문을 내던질 것이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얻을 수도 있고, 질문하는 그 자체가 의미가 될 수도 있겠다.


내가 하는 일에서 성과를 내려면, 나는 누구보다 이 나라를 잘 알고 또 누구보다 이 사람들을 사랑해야 한다.

역사와 문화, 관습 그리고 사람들의 일거수일투족까지. 내겐 모두 소중한 인사이트와 글감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그렇게 하나하나 알아가고 적어 가다 보면 무언가가 완성되지 않을까 한다.


예를 들어, 진짜 멕시코 이야기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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