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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Aug 14. 2021

글쓰기가 삶을 바꿔주지 않는다.

오늘도 글을 써야 하는 이유

살아가다 보면, '이게 바로 구원인가?'라고 생각되는 것들이 있다.

나 자신보다 더 사랑하는 누군가를 만났을 때, 갈망하던 것을 손에 넣었을 때. 또는 한 여름 무더위 속에서 얼음 가득한 탄산음료를 들이켤 때, 몇 달간 한국 음식을 먹지 못하다 어렵게 구한 라면을 한 젓가락 휘저어 입에 넣을 때 등.


이처럼 구원은 그 어떤 희열과 함께 온다.

'구원'은 '건져내어 도운다'란 뜻이다. 이렇게 보면 구원받은 자는 어딘가에 빠져있다는 말이 된다. 사방이 막힌 그 어느 곳에서 아마도 그는 고개를 들어하염없이 하늘을 바라보고 또 바라봤을 것이다.


그러다 마주하는 사랑과 만족, 시원한 음료수와 감칠맛 나는 라면은 말 그대로 구원이다.

이밖에도 우리가 삶에서 마주하는 구원은 각자의 바람과 욕구에 따라 각양각색이다.


하지만 그 희열은 길지 않다.

어쩌면 순간과도 같은 그 순간들이 지나가고 나면 마음은 허탈해지고 또 다른 구원을 바라는 신세가 된다.


희열을 바라는 마음이 점점 더 거세지면, 삶은 피폐해진다.

만족의 역치는 높아지고 더 큰 자극을 바라며, 처음 느꼈던 기쁨은 그것이 유지되지 않는다는 속성을 알고서는 원망으로 변질된다.


사실, 구원은 희열이 아니라 간절함이다.

여기서만 나를 건져내어 준다면 영혼이라도 팔겠다는 그 간절함. 이 생은 틀렸다고 다음 생을 바라는 자에게 구원은 희열이 아니라 천지개벽과 같은 급박함인 것이다.


그러니까 진정한 구원은 잠시 잠깐의 만족이나 희열이 아니라, 내 삶을 송두리째 바꿀만한 그 어떤 것을 말한다.


그래서일까.

나에겐 '글쓰기'가 구원과도 같았다.


번아웃과 슬럼프, 불혹을 넘어서는 그 지점에서 마주한 지독한 오춘기는 삶에 회의감을 더했고 살아감의 의미를 자꾸만 지워나갔다.

그때 결심한 글쓰기는 내가 숨 쉴 수 있는 유일한 창구였다. 그 창구에 이르면 나는 언제나 구원의 빛을 봤다. 비로소 숨을 쉴 수 있었다. 살아가는 의미를 조금은 더 선명하게 떠올릴 수 있었다.


그래서 난 무수히 쓰고 또 썼던 것 같다.

분명히, 글쓰기는 나에게 구원이었다.


그러나, 글쓰기에도 슬럼프가 있고 번아웃이 있다는 걸 알고 나는 화들짝 놀랐다.

나는 글쓰기와 영원히 알콩달콩 잘 지낼 줄 알았다. 그러나 글쓰기는 갈수록 어려워졌고, 나에게 더 많은 숙제와 고민거리를 안겨다 주었다. 때로는 써야 한다는 강박으로 인해 왜 글을 써야 하는지조차 헷갈릴 때가 있었다.


결국, 그럼에도 글을 씀으로 해서 나는 깨달았다.


글쓰기는 삶을 바꿔주지 않는다.

삶을 바꾼 건 글을 쓰는 '나'다.


그러니까, 삶을 달리 본 게 바로 나 자신이고, 삶을 바꾸었기에 글을 계속해서 써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물론, 시작은 글쓰기의 도움이 컸다.

주의해야 할 부분은, 그렇다고 글쓰기가 내 인생을 책임져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마치 내가 이 구덩에서 빠져나가면 영원히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거라 착각하는 것처럼, 그것이 구원이라고 믿는 것은 매우 우매한 생각이다. 마찬가지로, 글쓰기를 하면 내 삶이 바뀌겠지... 란 막연한 생각은 글쓰기에 대한 맹신이다.


무언가를 맹신할 때, 삶은 피폐해진다.

글쓰기는 삶에 대한 시선과 나 자신을 되돌아보게 해주는 좋은 친구이자 수단이지 그것은 절대적인 구원이 아니다.


매일 쓰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내가) 무엇을 생각하고 (내가) 무엇을 쓰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결국, 내 삶이다.

내 삶은 그 누구도 대신 살아줄 수 없다. '글쓰기는 삶 쓰기다'라고 말하는 이유다. 글쓰기가 내 삶을 살아 주는 게 아니라, 내가 삶을 살아내며 그것을 써 내려가는 것이다.


삶은 기쁨과 슬픔을 모두 머금고 있다.

구원은 희열이다라는 착각에 삶은 언제나 경종을 울린다.


글쓰기가 삶을 바꿔주지 않는다.

삶을 바꾸는 건 나 자신이다.


그런 자신이 글을 써 내려가는 것이다.

오늘도 글을 써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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