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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Aug 11. 2021

직장인이라서 글 볶아요

아깝게 지나가는 마음의 요동을, 잽싸게 알아채 나만의 고소함으로 삼길.

'여자라서 행복해요.'


(라떼 시절) 한 가전 회사 냉장고 모델이 내뱉은 카피.

사람들은 이 발음을 '여자라서 햄볶아요'라고 변형했는데, 이것이 단번에 유행어가 되었다. 결국, '햄볶아요'란 말은 '행복해요'와 동일어가 되었다. 이 말이 유행어가 된 건 몇십 년 전인데, 지금으로 치자면 '밈(meme)' 현상과 닮았다고 할 수 있다. 아니, 그 당시 '밈'이란 말이 없었을 뿐이지, 상황을 보자면 꼭 그와 같다.


'행복해요'란 말은 왜 '햄볶아요'가 되었을까.

'행복해요'란 발음과 맞닿은 언어적 유희이기도 하겠지만, '볶는다'라는 말에 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 '볶는다'는 말은 '고소함'이란 단어를 떠올리게 한다. 신혼부부를 볼 때 사람들이 '깨 볶는 냄새난다'란 말을 쓰는 이유다.


또는 '어디서 고소한 냄새나지 않아?'란 말은 주위 알콩달콩한 사람들을 경계(?) 하는 표현이기도 하다.


직장인이라서...


문득, '직장인이라서 햄볶아요...'란 말이 성립이 되는지 의구심이 들었다.

그럴 수 없다는 게 내 결론이다. 물론, 문득문득 그런 생각이 들 때도 있을 것이다. 성과가 잘 나오거나, 조직에서 인정받을 때. 승승장구한다는 느낌이 들면 직장인도 대량의 햄을 볶을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직장인들과 그 대부분의 시간은 무언가를 볶을 여력을 주지 않는다.

되지 않는 일 투성이, 하기 싫은 일과 해보지 않은 일을 해야 하는 권태와 두려움. 잘해봤자 본전이고 욕 안 먹으면 다행인 하루하루엔 고소한 향기가 올라올 겨를이 없다.


어쩌면 '직장인이라서 햄 못 볶아요...'란 말이 더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직장인은 무언가를 볶아야 한다.

막연한 우리 삶의 목적은 행복 아닌가. 웃지 않는 날보다는 조금이라도 웃는 날을 더 많이 만들기 위해 우리는 고군분투하고 있지 않은가.


직장인 개개인에겐 저마다의 볶음 요리가 있을 것이다.

누군가는 운동을 하고, 또 누군가는 술이나 담배를 볶고. 다른 이는 쇼핑을 하고 또 다른 이는 애인이나 자녀와 같은 '사람'에게서 고소함을 찾는다. 이 모든 것들은 물론 소중하다. 획일화된 방법으로 웃음을 찾고, 무언가를 볶아야 한다면 삶은 단조로울 것이고 그리 큰 의미가 없을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난 '글쓰기'로 고소함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글쓰기는 획일화된 레시피가 아니라, 산해진미와 같이 통합된 볶음 요리이기 때문이다.


직장인이라서 글 볶아요!


바쁜 직장인이 어떻게 글을 쓸 수 있을까?

나는 이 질문을 떠올리면, '직장인이라서 글을 쓸 수 있다'라는 대답을 떠올린다.


대개 글은 머리와 이성으로 쓴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글은 마음이 요동할 때 나온다. 마음이 불편하고 슬프고, 격하게 기쁘거나 감동일 때 사람은 무언가를 끄적이고 싶어 하고, 무언가를 남기고 싶어 한다.


그렇다면, 직장인만큼 마음이 요동하는 존재가 또 있을까?

하루에도 롤러코스터와 같이 수십, 수 백번을 오르내리는 그 감정을 그냥 두기엔 너무나도 아깝다. 그것들을 잡아채 하나하나 써 내려가면, 그토록 바라는 꾸준한 글쓰기가 된다.


그러니, 직장인은 글을 볶아야 한다.

볶음의 향기와 맛은 고소함만을 담고 있지 않다.


산해진미는 오만가지 맛을 내포한다.

즉, 진정 산해진미를 즐기려 한다면 낯선 맛, 싫어하는 맛 그리고 몸에서 거부하는 맛까지 경험해야 한다. 내가 좋아하는 맛만 골라 먹는다면, 그건 산해진미의 일부만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삶도 이와 같다. 삶은 참 산해진미와도 같아서, 셀 수 없는 요리와 맛들이 있다. 때론, 먹기 싫어도 억지로 먹어야 하는 음식이 있고, 그래야 하는 때도 있는 것이다.




직장인의 삶의 농도는 짙다.

고소함을 맛보기엔 여력과 여유가 없는 사람들. 그럼에도 조금이라도 더 웃으려면, 마음을 차분히 하려면. 무언가를 볶아야 한다.


무엇을 볶아 어떤 요리를 만드느냐는 각자 개개인의 자유지만, 그 요리와 고소함을 진정으로 오래 즐기고자 한다면 나는 글쓰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또는, 글쓰기를 통해 몰랐던 맛을 알게 되거나 볶음 조리법도 알게 될지도 모른다.


직장인은 햄을 못 볶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글을 볶을 수는 있다. 그럴 일이 너무나도 많다.


아깝게 지나가는 마음의 요동을, 잽싸게 알아채 나만의 고소함으로 삼길.

직장인은 바빠서 글을 못 쓰는 게 아니라, 직장인이기에 마음이 요동하여 글을 쓸 수 있다는 걸 알아채길.


더 많은 직장인이.

직장인인 내가.

꾸준히 글을 볶아 나가길 바라고 또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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