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테르담 Aug 04. 2021

내 글은 모두에게 필요하지 않다.

모두를 만족시켜야 한다는눈앞의담장은뛰어넘거나허물어뜨리길.

글을 쓰려고 책상 앞에 앉았다가 아무것도 쓰지 못하고 스러진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특히나 글을 쓰자고 크게 마음먹은 사람이라면 이러한 경험을 더 자주 했을 것이다. 어찌 보면 이것은 숙명이다. 작가라는 타이틀을 거머쥐느냐 아니냐는 여기서 판가름 난다. 바로 이 지점에서 뭐라도 쓴다면 작가가 되는 것이다. 작가라서 쓰는 게 아니라, 쓰니까 작가라는 명제는 결단코 맞기 때문이다.


그러나 작가의 타이틀을 거머쥐는데 시간이 더 필요할 때가 분명 있다.

의지는 충만하나 아무것도 써 내려가지 못하거나, 써 내려가고는 있으나 주제가 모호하고 쓰고 있는 글의 표현들이 영 마뜩잖을 때가 그렇다. 


한 마디로, 내 글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다.


바로 이때.

한 번 살펴보면 좋겠다. 내 글이 마음에 들지 않는 이유. 더 이상 써 내려가기가 어려울 때나 심지어는 무엇을 써야 할지도 잘 모를 때. 자세히 살펴보면 눈앞에 커다란 벽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벽엔 큼지막하게 이렇게 쓰여 있을 것이다. 그것도 눈에 띄는 빨간 색으로.


'내 글은 모두를 만족시켜야 해!!!'


내 글엔 그 어떤 악플도 달리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

내 글을 읽은 모든 사람은 공감을 해야 한다는 착각.

내 글이 말하는 의미를 모두가 받아들여야 한다는 오만.


글을 쓰지도 않은 채, 이상하리만큼 그 결론들은 이미 맺어져 있다.

첫 휘두름으로 홈런을 치려는 걸까? 첫 스윙으로 홀인원을 하려는 걸까? 프로 선수들조차도 하기 힘든 기적과도 같은 그것들을 이뤄내지 못한다면, 아무 의미가 없다고 말하는 이 생떼는 어디에서 오는 걸까?


결론부터 말하면.


'내 글은 모두에게 필요하지 않다.' 


애초에, 그럴 수가 없다.

다만, 내가 써 놓은 글들은 어느 누구에게 필요한 때가 있을 뿐이다. 그저 그런 한 문장이, 다시 봤을 때 가슴을 파고드는 경험을 한 적이 있을 것이다. 한 번 써 놓으면. 그것들을 차곡차곡 모아 놓으면. 누군가는 내 글에 반응하고, 또 내 글에 감동한다.


독자의 가슴에 스트라이크를 꽂으려 할 필요 없다.

그럴수록 글쓰기는 망설여지고, 글의 수는 늘지 않는다. 홈런왕은 가장 많은 삼진을 당한 사람이며, 스트라이크를 잘 던지는 사람은 무던히도 얻어맞은 사람이다.


있는 그대로, 지금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 하고 싶은 이야기를 써 내려가면 된다.

얼기설기 해도. 앞 뒤가 맞지 않아도. 필력이 떨어지고 내가 봐도 유치해도. 그저 내어 놓아야 한다. 내어 놓은 것들은 어떻게든 다시 조합될 것이며, 그 내어 놓은 것들이 내 생각과 사색의 파편임을 알아차릴 때 그것은 매우 중요한 자산이 된다.


누군가를 만족시키려 글을 쓰는 건 나중에 해도 된다.

더불어, 내 글이 모두에게 필요하고 모두를 만족시켜야 한다는 강박은 버려야 한다.


글을 쓰는데 꼭 거창한 소재나 이유는 필요 없다.

생각과 마음 그리고 내 주변에 부유하는 그 어느 하나를 부여잡아 글을 써 내려가면 된다.


만족할 필요 없다.

만족시킬 필요 없다.


내 글의 쓸모를 자문할 필요 없다.

자문해야 할 건 지금 나는 온전히 내 삶을 써 내려가고 있는가. '나'라는 존재를 제대로 돌아보고 있는가이다.


결국, 글쓰기는 그 누구도 아닌 나를 위한 것이다.

나를 제대로 관통하면 그 누군가에게도 가 닿을 것이다.


모두를 만족시켜야 한다는 눈앞의 담장은 뛰어넘거나 허물어뜨리길.

제발 그리하여 저마다의 글쓰기를 시작하길.




[종합 정보 모음]

스테르담 저서 모음


[글쓰기 강의 + 함께 쓰고 출판하기]

스테르담 글쓰기 클래스(쓰기+출간)


[글쓰기 시작 '나를 관통하는 글쓰기']

탈잉 글쓰기 클래스(VOD)


['나를 지키고 성장시키며 일하기']

에듀 캐스트 직장내공 강의 (VOD)


[소통채널]

스테르담 인스타그램 

매거진의 이전글 부족한 건 소재가 아니라 사색과 질문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