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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Dec 01. 2021

'동기'는 식욕을 닮았다.

'동'이 아니라 '기'에 좀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배가 고프다.

무엇이라도 씹어먹을 수 있을 것 같다. 무엇을 먹을지 설렌다. 배고픔의 시대엔 그것이 고통이었지만, 넘쳐나는 지금 이 시대엔 행복한 선택의 순간이다. 한 입을 베어 문다. 맛있다. 다시 입을 채운다. 채운 그것을 잘게 쪼개어 목으로 넘긴다. 위가 묵직해진다. 그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배가 부르다. 속이 더부룩하다. 너무 많이 먹었나...라는 생각이 들 때쯤. 배고파 한입을 베어 물었던 그 행복감은 없다. 오늘도 주체하지 못하고 많이 먹었다는 후회가 엄습한다. 몸도 움직이기 싫다. 그대로 퍼져 하루를 마감한다.


식욕은 이와 같이 채워지면 돌변한다.

화장실 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르다는 말도 이와 상통한다. 전후의 차이가 극심하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동기(動機)'가 이와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느낌이 훅 하고 올라왔다.

어제 봤던 동기부여 영상 때문일까. 어찌 되었건 무엇이라도 해낼 수 있을 것 같다. 무얼 할까 설렌다. 풍요롭지 않은 시절엔 해야 하는 일만 해야 했으나, 먹고살만해진 작금의 시대엔 하고 싶은 것들이 너무나도 많다. 하고 싶은 일 하나를 골라 시작한다. 재밌다. 할만하다. 그것을 반복한다. 그런데, 동기가 옅어진다. 하고자 했던 마음이 줄어든다. 갑자기 해야 하는 일이 튀어나온다. 하고 싶은 일을 시작한 건데... 게다가 늘지 않는 어느 순간을 맞이한다. 재미가 없다. 내가 그렇지 뭐...라는 생각이 엄습한다. 몸도 움직이기 싫다. 그대로 퍼져 하루를 마감한다.


그러니까, '동기 또한 쉽게 돌변한다.

'동기'의 '동'자는 '움직일 동'자다. 우리를 움직이는 원동력이기도 하지만, 그것은 진득하지 아니하고 이리저리 날뛰는 것이다. 움직이는 것을 움켜잡기란 쉽지 않다. 우리는 대개 동기가 그 자리에 있어 주길 바라지만, 동기는 태생이 그렇지가 않다. '동기'는 일종의 '감정'이기 때문이다. 변하는 데 있어서 감정을 따라잡을 건 이 세상에 아무것도 없다.


그래서.

우리는 '동기'의 '기'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기'는 '베틀 기'자다. 삼베나 명주, 무명의 피륙을 짜는 틀을 말한다. '틀'은 반복을 기반으로 한다. 반복에 반복을 거쳐 촘촘함이 생기고, 그 촘촘함으로 한낱 실오라기는 천이 되고 옷이 된다. '반복'은 이처럼 무언가를 이루어가는 가장 큰 힘이다. 더불어, '틀'은 마구 날뛰는 '동'을 붙잡아 둘 수 있는 힘이 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움직임을, 베틀의 움직임으로 승화하는 것이다. 움직인다 하여 모두가 '동'이 아니며, '틀'과 그것이 만날 때 의미 있는 결과가 나오는 것이다.




'동기'는 '식욕'을 닮았다.

그 욕구를 채우기 전과 후가 다르다.


그러나 식욕은 또다시 일어난다.

먹어야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먹기 위해서 사는지, 살기 위해서 먹는지. 그 헷갈린 삶을 살아내기 위해서 우리는 스스로 성장해야 한다. 그리고 그 성장을 종용하는 마음이 바로 '동기'다.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을 오가며, 저 스스로의 삶의 의미를 만들어 가는 것이 몸이 아닌 영혼과 마음의 일용할 양식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밥을 먹든.

마음을 먹든.


포만감에 자만하지 말고, 움직인다 하여 모든 것이 동기라 믿지 말고.

어느 날 훅하고 올라온 마음을, 베틀을 움직이는 원동력으로 사용하여 꾸준하고도 묵묵하게 내 할 일을 촘촘하게 엮어 나가는 것.


그것이 바로 진정한 '동기'인 것이다.


글쓰기로 우주정복을 꿈꾸는 브런치 작가들이 모여 팀라이트가 되었습니다.
팀라이트 매거진에는 매월 한 가지 주제를 선정하여 각양각색 이야기를 작가님들의 다른 시선과 색깔로 담아 갑니다.
이번 달 주제는 '동기부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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