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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Dec 30. 2021

멕시코 코카 콜라는 정말 더 맛있을까?

원효대사 해골물이 생각난다고 하면 대답이 되려나요.

멕시코를 모르는 사람도 알고 있는 이것!


중남미와 멕시코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도, 아마 어디에선가 흘려 들었을만한 이야기가 있다.

바로, 멕시코 콜라가 다른 나라 것들 보다 더 맛있다는 이야기. 나도 예외는 아니다. 멕시코에 대해서라곤 타코와 깐쿤밖에 몰랐던 나 또한 멕시코 콜라는 뭔가가 다르다는 것을 (왜인지 모르겠지만) 알고 있었다.


콜라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잠시 옆길로 샐 필요가 있다.

그래야 멕시코 콜라가 왜 다른 콜라와는 다른지 연결이 될 테니까 말이다. 


먼저, 우리나라를 살펴보자면.

우리나라에서 코카콜라를 제조하여 판매하는 회사가 어디인지를 묻고 싶다. 바로, 'LG 생활건강'이다. 이미 알고 있다고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이 있을 것이고, 아마도 그 보다 더 많은 사람들은 '정말?'이라며 고개를 갸우뚱할 것이다.


코카콜라는 '보틀링 시스템(Bottleing System)'을 가지고 있다.

전 세계를 아우르는 판매량을 일일이 다 대응하지 못하니 만들어낸 시스템이다. 옛 코카콜라 CEO인 아사 캔들러가 고안해낸 것으로, 지역별 보틀러(병 제조업자)와 계약하여 원액을 제공하여 생산해내는 방식이다. 우리나라 첫 보틀러는 1968년 두산 그룹 산하 한양식품이었고, 그 뒤를 이어 우성식품, 범양식품, 호남식품, 서라벌 식품 등이 그 뒤를 이었다. 그러나 1997년 코카콜라는 이들 회사를 인수하여 직영체제로 그 시스템을 변경하였다. (또 하나 재밌는 사실은, 당시 범양 식품은 인수를 거부하였고 그때 탄생한 것이 바로 '콜라독립 815'라는 제품이라는 것!)


이후, 오히려 큰 적자에 허덕이던 직영체제는 2007년 10월 LG 생활 건강에 인수되어 '한국 코카콜라 보틀링(주)'에서, 2008년 3월 '코카콜라 음료'로 상호가 바뀌게 되었다.


멕시코 보틀러는?


자 그렇다면, 멕시코도 마찬가지로 보틀링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다.

멕시코 보틀러는 'Arca Continental'이다. 탄산음료부터 주스 그리고 생수와 간식거리까지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는 회사다.


코카콜라는 신비로운 비밀에 싸인 원액을 공급하지만 단맛을 내는 감미료에는 어느 정도의 자율권을 주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일반 콜라는 단맛을 내기 위해 과당 옥수수 시럽을 사용하는 반면 멕시코 콜라는 사탕수수 설탕을 사용하고 있다. 아무래도 사람들은 사탕수수 설탕이 실제로 더 맛과 건강에 좋다고 믿는 경향이 있다.


그렇다면 멕시코는 왜 시럽 대신 사탕수수를 사용하는 것일까?

멕시코 정부는 1997년과 2002년 두 차례에 걸쳐 고과당 옥수수 시럽에 대한 세금을 통과시키려 시도했다. 두 케이스 모두 세계 무역기구가 미국의 손을 들어주면서 일단락되었지만, 멕시코의 사탕수수 농부들을 위한 이 노력이 궁극적으로는 소규모 기업을 지원하는 윤리적 소비의 상징이 되기도 했다.


멕시코의 콜라 소비와 슬픈 통계


멕시코는 다른 어떤 나라보다 1인당 탄산음료를 더 많이 소비하는 나라다.

이는 멕시코의 주요 사망 원인인 비만과 당뇨와 관련이 있다. 그래서 콜라 병엔 언제나 담배의 경고문구와 같이 'Exceso Calorias', 'Exceso Azucares'라는 칼로리와 설탕 과잉을 경고하고 있다.


아래 통계에서 볼 수 있듯이, 멕시코는 다른 나라 평균은 물론 미국보다 약 2배가량 콜라를 마신다.

1인당 연간 176리터, 496캔에 달하는 수치다. 멕시코는 물 공급이 좋지 못하다. 이에, 음료들이 물을 대체했고 느끼한 멕시코 음식과 궁합이 맞는, 구미를 확 당기는 탄산음료들이 자연스럽게 멕시코 국민의 입을 향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 결과는 참혹하다.

탄산음료의 대중화가 확산된 2006년부터 2012년까지 당뇨병으로 50만 명이 사망했고, 75,000명의 사람들이 절단 수술을 받았다. 터프츠 대학의 프리드먼 영양 과학 및 정책 학교의 연구원들은, 설탕이 첨가된 음료로 인한 예방 가능 사망률이 방글라데시가 72명인데 반해 멕시코는 24,000명으로 추정된다는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한 의료 관계자는 이것이 조직범죄보다 더 많은 희생을 자아냈다고 호소했다.


아니, 그래서 멕시코 콜라가 정말 더 맛있냐고요?


멕시코 콜라가 그래서 더 맛있냐는 질문에 대답을 해야 한다면, 결국 나는 '원효대사 해골물'이라는 키워드를 꺼내 들어야 한다.

말 그대로 기분에 따라 다르다는 것이다. 사탕수수 설탕이든, 고과당 옥수수 시럽이든 그 둘 모두 포도당과 과당으로 이루어져 있고 그 둘 모두 몸에서 분해되는 방식도 같다. 와인을 구분하는 소믈리에와 같이 콜라 맛을 구분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 차이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일반의 입맛을 가지고 있는 내게 멕시코 콜라의 맛이 다른 것보다 더 낫다는 실체적 감각은 없다. (혹시라도 그 차이를 분명히 느끼는 분들이 있다면 저에게 그 차이를 말씀해 주시길...)




'맛있게 먹으면 0칼로리'라는 말이 있지만, 어쩐지 멕시코 콜라 소비와 건강에 대한 통계를 보면 농담할 때가 아니란 생각이 든다.

콜라 병에 적힌 검은색 경고 문구도 묵직하게 다가온다.


멕시코 콜라가 더 맛있을까란 질문으로 검색을 할 때, 거의 모든 기사 끝엔 '적당히 마시자'란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P.S


그럼에도.

멕시코 타코와 콜라의 조합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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