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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Dec 28. 2021

내 삶은 그저 평범하다고 생각하는 당신에게

우리는 왜 특별해지고 싶은 걸까요?

저는 '보통'이라는 단어가 정말 싫었습니다.

'보통'은 저에게 있어 '그저 그렇다'란 뜻과 다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루 말할 수 없는 서러움이 몰려왔습니다. 드라마나 뉴스를 보면, 최연소 억만장자라든가 최연소 임원 등의 뉴스가 한가득입니다. 저만치 먼저 앞서가는 사람들을 보며 느끼는 박탈감은, 아니라고 부정해도 마음의 어느 구석을 기어이 상하게 하고 맙니다.


상한 마음은 생각을 삐뚤게 합니다.

시작점부터 다르다는 자기 합리화는 그들에 비해 부족하다는 생각에 귀결되게 만들고, 주위 모든 것들을 탓하고 부정하게 됩니다. 나라를 선택하는 것도, 부모를 잘 만나는 것도 능력이라고 여겨지는 세상입니다. 그 세상은 이러한 마음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삐뚤어진 마음엔 논리도 이성도 작동하지 않습니다. 그저 모든 게 다 불공평해 보이곤 합니다.


정리해보면, 나는 특별하지 못하다는 생각에 사로잡힌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특별하지 못한 삶은 고만고만해 보입니다. 아니, 오히려 뒤처지는 듯 보입니다. 어느 것 하나 내세울 게 없다는 무기력감은 가뜩이나 무거운 삶의 무게에 원하지 않는 짐을 더 얹어 놓습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고 나이를 더해가며, 저는 '보통'이라는 것을 다시 생각하고 정의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깨달은 '보통'의 의미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내가 알고 있는 '보통'이 '보통'이 아니었구나.


예를 들어 볼까요.

어렸을 땐, 나이가 들면 당연히 직업을 구하고 당연히 결혼을 하고 당연히 아이를 낳을 줄 알았습니다. 그것이 보통의 삶이라 생각한 겁니다. 그러나 직업을 구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가지게 되면서 '이게 정말 보통이 아니구나'란 것을 절실히 느꼈습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보통'은 무엇인가요?

그리고 그 보통은 말 그대로 여러분에게 보통인 가요, 아니면 보통이 아니던가요?


둘째, '보통' 그 자체가 '특별함'이구나.


우리는 누군가의 삶을 보며 '나는 저렇게 살지 않을 거야'라고 말합니다.

직장에서 흔히 드는 생각이기도 합니다.

'어차피 내 미래는 내 옆자리 대리, 앞자리 과장, 저 자리 차장, 건너편 부장이잖아. 특별할게 뭐 있어. 숨 막히는 이 삶을 벗어날 순 없을까?'


그러던 어느 날, 저는 이러한 생각이 나를 좀 먹는 생각이라는 걸 알아차렸습니다.

내가 직접 경험해보지도 않은 삶을 폄하하는 건, 스스로 내 앞길에 저주를 퍼붓는 것 같단 생각이 든 겁니다. 산을 오르는 사람들을 보며 왜 사서 고생하냐고 말하는 것과도 같습니다. 산을 오르며 느끼는 상쾌함과 고단하지만 보람된 마음. 그리고 정상에 올랐을 때의 그 기분을 알지도 못한 채, 땅 밑에서 그들에게 혀를 차고 있던 겁니다.


그 누가 오른 산이라고 해서, 나에게 그것이 평범하거나 의미 없는 일이 아닙니다.

앞서 말한 '보통이 보통이 아닌 이유'. 보통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을 내가 직접 경험하게 되면, 그것은 세상 그 무엇보다도 더 특별하게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보통'의 특성을 알아차리니,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 그리 특별하게 살 필요가 없겠구나.'


특별함이란 과연 뭘까요?

우리는 왜 특별해지고 싶은 걸까요?


그 마음을 뜯어보면 우리네에겐 '인정 욕구'가 있다는 겁니다.

특별해진다는 것은 다른 사람들보다 우월해진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우리를 우러러볼 것이고, 우리는 그 시선을 느끼며 특별함을 느끼게 되는 거죠. 우리가 인스타그램에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사진을 올리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특별함에 대한 갈망은 갈증과도 같습니다.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처럼, 우리는 더 자극적이고 더 화려해 보이는 사진을 올립니다. 그러나 목마름은 채워지지 않는다는 걸 이미 경험하셨을 겁니다. 더 특별해진다 한들,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로 인해 삶은 더 버거워집니다.


그리 특별하게 살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은 이러한 갈증을 많이 줄여줬습니다.

보통이어도, 평범해도 괜찮다는 생각. 오히려 내 보통의 삶을 사랑하고 더 자세히 바라볼 때. 그 속에서 의미를 찾을 때, 그것은 더 특별해진다는 걸 알게 된 겁니다. 

또 하나. 이렇게 깨달은 '특별함'은 앞에서 언급한 일반적인 특별함과는 그 궤가 다릅니다.


앞서 언급했던 특별함이 남에게 인정받는 것이었다면, 깨달음 후에 느끼는 '특별함'은 인정이라는 요소가 남이 아닌 나에게서 온다는 것입니다.

즉, 내가 나의 '보통'과 '평범'을 인정하고 그것을 특별히 바라봄으로써, 남의 시선에 좌우되지 않는 존재의 가치를 느끼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우리가 '인정 욕구'를 갈망하는 것은, 내 '존재'를 느끼기 위함입니다. 삶의 비밀과도 같은 이러한 마음의 요동을, 저는 마침내 스스로의 평범함을 받아들이면서 깨닫게 되었습니다.


또 하나.

내 '보통'의 모습과 '평범함'을 하나하나 글로 써가다 보니, 그것은 나에게는 물론 다른 사람들에게까지 좋은 영향이 된다는 걸 경험했습니다. 글쓰기를 통해 스스로를 포용하고 수용하고 치유하였는데, 이러한 과정이 글이 되고 책이 되면서 다른 많은 분들과 교감을 하게 된 것입니다.


내 '평범함'이 '특별함'이 된 것이고, 그것은 '나'라는 범주를 벗어나 '남'에게 까지 의미와 가치가 된 것입니다.

이 얼마나 감격스럽고 벅찬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란 것을 저는 뼈저리게 느낍니다. 


남 따라 특별함을 추구하던 것보다, 나를 따라 평범함을 수용하는 것이 내 삶에 더 가치가 있다는 것.


글쓰기를 통해 얻게 된 기적과도 같은 선물입니다.

내 '보통'을 사랑할 때. 내 '평범함'을 지긋이 바라볼 때.


그것은 누구도 아닌, 나를 위한 '특별함'이 된다는 걸.

내 삶은 그저 평범하다고 생각하는 여러분과 제 자신에게, 온 체중을 실어 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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