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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Jan 04. 2022

다들 열심히들 산다. 정말. 열심히들 살아.

더불어, 열심히만 말고 잘 살아야지.

영화 부당거래에서 배우 류승범이 뱉은 대사가 있다.

"야...증말 다들 열심히들 산다 증말, 열심히들 살어..."


어느새 이것은 명대사가 되었다.

골프장에서 우왕좌왕 슬랩스틱을 하는 사람들을 벌레 보듯 바라보며 내뱉은 이 대사엔 많은 것이 함축되어 있다. 누구라도 이것이 반어법이란 것을 알고 있다. 정말 열심히 사는 사람에 대한 존경의 표시가 아니라, 열심히 사는 사람을 오히려 비하하는 말이다. 자신은 그리 열심히 하지 않아도 그들보다 위의 존재라는 우월감도 한껏 배어 있다.


갑자기 이 대사가 생각난 건 바로 오늘 아침이었다.

잠에서 깨어 집어 든 휴대폰. SNS를 열어보니 밤새 수많은 포스팅이 올라와 있었다. 평소라면 무심히 넘겼을 그것들에, 갑자기 어떤 생각이 들어차 올랐다. 내가 자고 있는 동안, 그 누군가는 어느 하나의 콘텐츠를 올렸구나. 그 올라온 콘텐츠들은 모두 자신이 한 성과나, 스스로를 알리려는 내용이었다. 갑자기 그 이면이 보인 것이다. 이 간단해 보이는 포스팅을 올리기 위해, 누군가는 잠을 미루고 기획을 하고 시각화하여 끝내 업로드를 했을 테니 말이다.


'정말, 다들 열심히들 사는구나...'란 생각이 든 이유다.

그러나 이 대사(?)는 영화 속 배우 류승범의 그것과는 정말 다른 무엇이었다.


실제로, 그들을 존경하는 데에서 나온 말이자 나 또한 그러해야겠다는 스스로에 대한 다짐이 섞인 말이었다.


누구를 위해, 또는 무엇을 위해 우리는 스스로를 표현하고 알리려는 것일까?

팔로워 수가 몇 되지 않아도, 구독자수나 조회수가 그리 높지 않아도. 왜 우리는 기어이 하나하나 정성 들여 콘텐츠를 만들어 그것을 세상에 내어 놓는 것일까?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것만 같은 이러한 움직임을, 포기하지 않고 내가 자고 있는 동안 하나하나 내어 놓는 사람들을 보며 나는 다들 정말 열심히 사는구나... 란 말을 연발한 것이다.


맞다.

우리는 다들 열심히들 살고 있다. 그러하고 싶지 않아도 그러하고 있다. 열심히 하지 않으면 찾아오는 불안감, 열심히 해도 만족되지 않는 불만감. 우리에겐 어떤 DNA가 있기에 이토록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는지. 


영화 속 대사가.

현실 속 대사가.


내 마음에 들어와 계속해서 묻는다.

다들 열심히 사는구나. 정말.


나도 그러해야겠다. 

더불어, '열심히'만 말고 '잘' 살아야지. 

열심의 열심을 비하하지 말고, 결과에 관계없이 열심히 한 사람들과 나 자신을 잘 보듬어야지. 


아마도, 그것이 '잘' 살아갈 수 있는 비결이지 않을까 싶다.

열심히만 살면, 누군가의 반어법에 걸려들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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