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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Jan 08. 2022

나의 뒷모습

무엇을 남기느냐에 따라 뒷모습의 품격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것이다.

누군가 내 뒷모습을 찍어주었다.

그 모습은 상당히 낯설었다.


그러게, 생각해보니 나는 내 뒷모습과 그리 많이 조우한 적이 없다.

매일 아침 일어나 세수하며 보는 건 내 앞모습이다. 볼 수밖에 없는 그 앞모습 뒤에, 보지 못할 수밖에 없는 또 다른 모습이 있는 것이다.


내 두 눈으로 보는 모든 것들이 전부라고 생각할 때, 어쩌면 내 뒷모습은 나를 비웃고 있진 않았을까.

사람들에게 보이는 내 얼굴을 치장할 때, 내 뒷모습은 그들에게 허름했던 건 아닐까.


그러니까.

내 뒤로.

나는 무엇을 남기며 살아왔을까.


낯선 내 모습을 알아차리며 나는 소스라쳤다.

남들은 수십 년을 족히 보아왔을 내 뒷모습을 나는 고작 몇 번 본 적이 없으니까.


그러나, 나는 알게 모르게 내 뒷모습의 모든 것을 책임지며 살아왔을 것이다.

대개 좋지 못한 것이나, 갑작스러운 일은 모두 뒤에서 오지 않는가. 아마도 그것은 내가 내 뒷모습을 제대로 신경 쓰지 못해 일어난 일들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니 그것들을 받아들이고, 당황스러워도 어떻게든 수습하려 하는 건 내 앞모습이다.


진실된 사람은 떠나간 자리가 아름답다.

떠난 자리는 '앞'이 아닌 '뒤'다. 무엇을 남기느냐에 따라 뒷모습의 품격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것이다.


나는 내 앞모습의 치장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 치장을 하는 동안 이제부턴 내 뒷모습을 떠올릴 것이다.


누군가 내 뒷모습을 찍더라도 낯설게 보지 않도록.

내 뒤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도 당당하게 책임질 수 있도록.


어차피 삶은 동전의 양면을 닮았다.

어느 한 면만 있다면 그것은 동전으로서의 가치를 잃는다.


그러니까.

나도, 당신도 그렇다는 이야기다.


어느 날. 누군가가 찍어 준. 내 낯선 뒷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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