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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Dec 29. 2021

흐지부지한 나를 부여잡으며

흐지부지한 삶에도 의미가 있다.

나는 일을 분명히 끝맺지 못하고 흐리멍덩하게 넘기는 면이 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경험한 것인데, 그러하면 분명 봉합되지 않은 것들이 내게 돌아온다. 돌아온 그것들을 맞이하는 건 참 쉽지가 않다. 흐지부지하게 끝내려 했던 스스로를 반성해야 하고, 돌아온 그것들을 다시금 매듭지어야 하는 부담과 수고는 기어이 자괴감을 불러오기 때문이다.


자괴감이 들어차 올랐을 때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쉽고 빠른 방법은 스스로를 다그치는 것이다.

화를 내고, 분노를 모아 스스로에게 악담과 압박을 쏟아 낸다. 그것들을 받아 든 내 마음은 성치가 않다. 그때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후회는 반복을 거듭하며 이미 날카로워질 대로 날카로워진 자해 도구다.


그렇게 지내온 세월이 쌓이고 쌓였다.

이쯤 되니 나는 내가 안쓰럽다. 이젠 화를 내거나 분노할 여력도 없다. 그저 나를 안고 가야겠다는 가련함과 아련함이 마음 한 구석에 피어오른다.


결국, 흐지부지 흔들리는 나를 부여잡아야 하는 건 바로 나다.

손아귀에 힘을 주어 나는 나를 붙잡아야 한다. 그러하지 않으면 그 누구도 그것을 대신해줄 리가 없다.


돌이켜 보건대, 흐지부지한 삶에도 의미가 있다.

다시 내게 돌아온 그것들은 나에게 또 다른 기회를 안겨다 주기도 했고, 자괴감 속에서 나는 나를 다시 세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인연은 바로 '나'와 '나'의 만남이 아닐까 한다.

원하는 것과 원하지 않는 것이 상충하며, 갈등과 화합이 이루어지고. 끝내는 결국 서로 어깨동무를 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그 절체적 운명 공동체의 숙명이 말로 설명하기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나 자신과 어깨동무를 하기까지 몇십 년의 세월이 흘렀다.

흐지부지한 결과를 만든 것도, 그것을 더 선명하게 마무리해야 하는 것도 '나'다. 그 둘의 어깨에 손을 올려야 하는 것도 '나'다.


있는 그대로.

못난 그대로.


수용하고 포용하는 과정이, 어쩌면 흐지부지한 삶을 좀 더 선명하게 만드는 삶의 지혜가 아닐까 한다.


아니, 분명 그렇다.

그 방법 말곤 다른 방법은 없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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