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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Mar 25. 2022

오늘을 붙잡지 않는 마음

어제보다 조금은 나아진 나를 붙들어 세우며.

오늘 하루가 저만치 나에게서 멀어진다.

나에게서 멀어지는 것들은 비단 시간만이 아니다. 내 살과 피, 그리고 생각과 마음. 내 인생 중 가장 젊었던 오늘이라는 시간은 나를 하루만치 죽음에 더 가까이 데려다 놓았다.


오늘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아니, 지금이라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오늘과 지금이라는 것은 있기나 한 걸까.

과거에 대한 미련과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존재에게 오늘과 지금은 성립할 수가 없는 조건들이다.


그럼에도 나는 오늘에 집착하고 만다.

오늘이 행복했다면 또 다른 오늘을 앙망하고, 오늘이 행복하지 못했다면 이러한 하루를 만들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행복에 대한 집착은 강박을 만들고, 그 강박은 오히려 행복하지 못한 나를 양산해낸다. 그것도 모르고 오늘이라는 시간과 기억에 빠져드는 나는 결국 그 무한 루프에 빠져 일상을 허투루 보게 된다.


오늘 같은 내일.

오늘 같지 않은 내일.


나에겐 그 두 가지 말고도 또 다른 선택지가 있을 텐데.

스스로를 가두는 아둔함에 그 둘 중 하나가 인생의 전부라 생각하며 나는 기어이 오늘을 살아간다.


이제는 오늘을 보내줘야겠다.

오늘을 붙잡지 말아야겠다.


그것이 내가 자유로워질 수 있는 방법이다.

그 누구도 나를 오늘이라는 족쇄를 채우지 않았다.


아니, 족쇄가 있다한들 그것은 어디에도 묶여 있지 않다.

어릴 적 작은 기둥에 족쇄를 단 코끼리가 충분히 그 기둥을 뽑을 수 있는 힘이 생겼을 때도 그 족쇄에 머물러 있듯. 스스로 깊숙이 박아 놓은 기둥이라는 허상에 나는 그 주위를 서성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오늘을 붙잡지 않는다는 것은 다가올 내일을 받아들이겠다는 마음이다.

오늘을 붙잡지 않는다는 것은 오늘을 허투루 보내지 않겠다는 다짐이다.

오늘을 붙잡지 않는다는 것은 내가 만들어 놓은 족쇄에서 벗어나겠다는 결심이다.


손 안의 모래는 움켜쥐려 하면 할수록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린다.

손가락에 힘을 빼고. 움켜쥐려 했던 마음의 욕심을 내려놓고. 모래는 내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면. 나는 마침내 조금은 더 자유로워질 수 있다.


붙잡을 수 없는 것들을 붙잡으려는 마음.

이제야 나는 붙잡아야 할 것과 그러지 말아야 할 것들을 구분해 나아간다.


그 깨달음과 함께 나는 오늘 하루만치 죽어가는 게 아니라, 그마만치 성장했다고 스스로를 달랜다.

어제보다 조금은 나아진 나를 붙들어 세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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