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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Feb 22. 2022

삶은 직진이 아님을

삶은 피곤하지만 꽤 의미가 있을 것이라 스스로를 위로하며.

'길'이란 개념은 참 묘하다.

없던 것이었는데 그 누군가 만들거나 자연스럽게 생겨난 것. 또는 그저 누가 명침함으로써 존재하게 된 것. 우리가 흔히 말하는 길은 그래서 우리네 인생에도 비유되고 통용된다. 


우리는 태어나자마자 어느 길에 놓인다.

그 길은 스스로가 만든 게 아니다. 놓인 자의 운명이다. 이미 닦인 길이기에 연약한 존재는 생존할 수 있다. 삶은 그렇게 길에서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대부분은 그 닦인 길을 묵묵히 걷는다. 길이 길인지도 모르고 걷는 사람들. 다른 길이 있지 않을까, 아니면 아예 다른 길을 만들 수 있진 않을까 기웃거리는 사람들이 생겨나지만 대부분은 안정을 택하다. 즉, 다른 길로 새거나 다른 길을 만드는 사람들은 그리기 많지 않다.


그렇다고 기존의 길을 가는 것이 잘못되었다는 건 아니다.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사람 또한 그렇다. 맞고 틀리고는 각자의 몫이다. 단지 해석만이 있을 뿐. 문득, 나는 어느 길을 걷고 있는가를 돌아보게 된다.


내가 바라는 길은 무엇일까.

이미 닦인 길? 남들이 가지 않는 다른 길? 아니면 길이 아닌 곳을 밟아 나가며 만드는 새로운 길?


지금까지 내가 바란 길은 아마도 '직진의 길'이 아니었을까 한다.

이미 있는 길이든, 새로운 길이든 간에 나는 직진하고 싶었다. 그러나 내가 바라는 직선의 정도가 클수록 삶은 내게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오히려 구불하고 경사진 길들이 한가득이었다. 그리 특이한 길을 바란 것도 아닌데, 오르막을 걸으며 직선이 아닌 어지러운 길을 걸으며 나는 누군가를 탓해야만 했다.


대상이 누군지는 아직도 모르겠지만 내 탓은 그 누구에게도 가 닿지 않았다.

그저 내 머리와 마음속에서 요동하고 맴돌 뿐. 숨차 오르는 이유로 그것들을 머금어야 하는 건 또 바로 나였다. 그러니, 탓해봤자 그것은 내 것이란 걸 직선과 직진이 아닌 길 위에서 달지 않게 깨달았다.


나는 왜 그리 직진을 바랐을까.

직진이란 무슨 의미일까. 막힘 없이, 요동 없이 그저 쭈욱 하고 나아가는 인생을 바란 것이다. 한 마디로 거침없고 쉬운 삶이라고 표현하면 맞지 않을까. 나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모두 직진하고 있다는 상대적 박탈감도 한몫했을 것이다. 내 길만이 울퉁불퉁 직진이 아니고, 다른 이들의 삶은 평탄하고 쭉 뻗은 길처럼 보인다.


남들도 나름 힘들게 살고 있다고?

아니다. 남들은 직진을 하고 있는 게 맞다. 적어도 내 기준에선 말이다. 원래 사람은 그렇다. 남의 고통이나 어려움 따윈 굳이 내재화할 여유가 없다. 내 길을 직진으로 만들든 아니면 직진이 아닌 길을 받아들이든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


어린 날의 나는 억지로 내 길을 직선으로 만들고자 했다.

그러나 그것으로부터 오는 부대낌과 부딪침들이 오히려 거셌다. 나는 그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이리저리 흔들리며 나는 많은 깨달음을 얻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삶이 직진이 아님을 그저 받아들인다. 그래야 굽이친 길에서도 덜 요동한다는 것을 안다. 직진만이 길이 아님을. 남들이 볼 때 내 길은 덜 굽이치고 있음을. 


어차피 시작점에서 끝점을 이으면 삶의 길은 직선을 향할 텐데, 나는 멀찍이 떨어져 그저 내 길을 다시 바라보고 받아들이기로 한다.


삶은 직진이 아니다.

남들 중 직진인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내 것이 아니다. 그냥 직선의 길만이 길이 아님을 받아들인다. 내가 내딛는 그곳이 길임을. 원하지 않아도 정해진 길의 끝에 가 닿으면, 나만의 길을 걸어야 함을. 하나 둘 받아들여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새 길을 개척하는 건 고상하지도, 멋지지도 않다.

오히려 두려움과 불안이 가득한 선택이다. 선택은 내가 하는 경우도 있고, 억지로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 어떤 선택이든 삶은 직진이 아님을 잊지 않으려 한다.


삶은 피곤하지만 꽤 의미가 있을 것이라 스스로를 위로하며.


P.S


그런데 과연 그 길의 끝엔 무엇이 있을까?

그것도 모르면서 이것이 길인지 아닌지만을 고민하고 있는 건 아닐까?


목적 없이 방향만을 왈가왈부하는 게 방황이란 말과 뭐가 다를까.

오늘도 길인지 아닌지 모를 그 어느 위에서 나는 스스로에게 묻고 또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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