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 족적에 책임을 져야 한다.
누군가 남긴 그것을 족적이라 부른다.
그것은 단순한 자국이 아니다.
물리적으로 찍한 모양새 그 이상의 것을 의미한다.
시간, 공간 그리고 역사.
이것을 모두어 우리는 또다시 '자취'라는 말을 만들어 낸다.
거기에 '발'이라는 말을 갖다 붙이면 '발자취'가 된다.
이제야 비로소 '족적'이란 말이 완성되는 순간이다.
그렇다면 남긴 것들을 이야기할 때.
우리는 왜 발이 남긴 흔적에 그것을 비유하는 걸까?
발의 특성 때문이다.
발을 움직이는 것은 '나'이지만, 발이 안내하는 곳으로 가는 것도 '나'다.
즉, '발'은 '방향'을 의미한다.
'방향'은 '목적'을 상징한다.
발길이 향하는 곳이 곧 우리 삶의 방향과 목적임을 명징하는 것이다.
지구라는 별에 난데없이 떨어져.
누군가는 업적을 이루고 누군가는 희대의 범죄를 저질러 이름을 남긴다.
나는 어떤 족적을 남길 것인가.
나는 어떤 자취를 남겨야 하는가.
그러나 이러한 고민은 그리 쓸모가 없다.
먼저 생각해야 하는 것은 내 발길이 어디를 향하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자취는 걸어가야 생긴다.
걷지도 않고, 방향도 정하지 않은 채 무언가를 남기겠다는 생각은 오만이자 욕심이다.
어디로 걸어 가는지.
어디로 향해 가는지.
발을 움직이는 나를 먼저 들여다봐야 할 일이다.
발이 움직이는 방향을 먼저 가늠해야 할 일이다.
나는 내 족적에 책임을 져야 한다.
그 자취에 대해 누군가 무엇을 이야기하든 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