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건 다름 아닌 내 마음이다.
간혹.
그저 지나치지 못하는 글이나 문구가 있다.
예전엔 시시해 보이고, 내가 써도 저것보다 잘 쓰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글에도.
그저 짧은 한 문장인데도 마음을 후벼 파거나, 기어이 눈물 버튼을 누르는 것들이 꼭 있다.
왜 일까?
내게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했던 것들이, 갑자기 내 마음을 몽땅 뒤집어 놓는 걸까?
옛 어느 제자가 스승에게 물었다.
"스승님, 저 나뭇잎 흔드는 건 바람입니까 아니면 나뭇가지 스스로입니까"
그러자 스승이 대답했다.
"흔들리는 건 네 마음이다."
이 말 또한 이게 무슨 말이냐며 피식했던 적이 있다.
그러나 삶에 요소요소에서 사소한 무언가로도 마음이 뒤집힐 때면 이 말을 떠올린다.
"그래, 맞네. 흔들리고 움직이고 뒤집히는 건 내 마음이네."
아무렇지도 않던 것에 마음이 동(動)하는 건, 내 마음의 상태가 안정적이지 못할 때다.
마음이 안정되지 않으면, 사람은 무어라도 붙잡으려 한다. 흔들리는 걸 안정시키기 위해선 중심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흔들리지 않을 땐 거들떠도 보지 않던 걸, 흔들림이 있고 난 후에야 우리들은 무언가를 새로이 보려 노력한다. 덜 흔들릴 수 있는 무게 중심을 찾기 위해.
글을 쓸 때도 마찬가지다.
내가 누군가의 마음을 명중시키려 움직이게 만들겠다는 생각은 오만이다. 멋있는 문장 하나 만들어 내야겠다는, 그래서 사람들의 인정을 받겠다 의도는 욕심이다.
진정, 내가 느끼고 경험하고 사색한 것들을 내어 놓으면.
그 누군가는 내 글에 감동하게 된다. 그것은 누군가의 마음을 표적으로 삼은 게 아니라, 내 마음의 것을 내어 놓고 기다리다 누군가 내 글의 가치를 알아봐 준 것이다.
그러니,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이려 글을 쓰기보단.
내 움직이는 마음을 써 내려가고, 그것을 내어 놓아 누군가에겐 위로와 좋은 영향력이 될 거란 믿음을 가지는 게 필요하다. 그러한 믿음을 가지려면, 그 표적을 남의 마음이 아닌 내 마음에 가져다 놓아야 한다.
내 별거 아닌 글이,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은 반드시 일어 난다.
내 흔들리는 마음처럼, 누군가의 마음도 분명 흔들릴 테니.
다시.
흔들리는 건 다름 아닌 내 마음이다.
글을 쓰는 것도, 다름 아닌 내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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