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3)

주머니 속 이어폰과 같아서

by 스테르담

삶은.

주머니 속에서 꺼내 든 유선 이어폰과 같다.


그 이어폰은 꼬이지 않은 적이 없다.

어느새 한 뭉텅이가 된 그것을 꺼내어 주섬주섬 풀어낸다.


풀어내는 과정이 유쾌하지 않다.

기대한 바는 바로 꺼내어 즐거운 음악을 들으려 한 것이지만, 어디서부터 어떻게 풀어내야 할지 모르겠는 경우가 많다.


그 실마리를 찾았다한들, 풀어내는 과정은 지난하다.

선끼리의 마찰은 뻑뻑하고, 실마리를 찾아낸 듯 하지만 이어폰 헤드가 걸려 다시 돌아가야 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음악을 듣는 시간은 줄어들고, 잠시 길거리에 서서 그것을 풀고 있자니 스스로가 한심해 보인다.

무슨 잘못을 삶에 그리도 했을까란 자괴감마저 든다.


삶도 마찬가지다.

그것은 언제나 꼬여 있다.


내가 바라는 바가 한 번에 이루어지는 경우는 별로 없다.

기대한 바는 그저 인생을 즐기고 싶지만,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모르는 일들이 순번 없이 일어나고 또 다가온다.


해답을 찾은 것 같다가도, 그것이 해결되기도 전에 또 다른 문제가 나를 엄습한다.

사람들과의 갈등과 마찰은 삶의 윤기를 없애고, 이제 무언가 되었다고 생각했을 때 뒤통수를 치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삶은 즐기기는커녕, 몰려오는 꼬임들을 감당하기에 급급하다.

삶의 어느 한가운데에서 그것들을 풀고 있자니 마음이 헛헛하다.


그러나 탓하기만 하는 삶은 재미가 없다.


나는 이것을 오히려 역설하여 활용하고자 한다.

삶이 무겁고 힘이 들 때. 바란 바 없지만 무언가가 심히 꼬여 있을 때.


나는 유선 이어폰 하나를 준비하여 주머니에 넣는다.

시간이 좀 흘러 그것을 꺼내면 여지없이 한 뭉텅이가 되어 있는데, 나는 그것을 풀어내며 생각을 가다듬는다.


풀려가는 이어폰을 바라보면, 어쩐지 내 삶의 그 무언가도 풀려가는 듯한 느낌이 든다.

이어폰이 없다면, 주위에 있는 유선 전화기의 선을 정리하는 것도 방법이다. 베베꼬여 있는 선을 수화기를 들어 이리저리 돌려 풀다 보면, 내 생각도 마음도 그리고 일도 풀리는 듯하다.


풀려 있는 것은 꼬이고.

꼬여 있는 것은 풀어야 한다.


그 반복 속에, 삶의 진심이 있지 않을까.

그 진심을 헤아려야겠다.


꼬인 것엔 분명 이유가 있을 테니.

풀어가는 과정엔 분명 의미가 있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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