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사랑을 찾기 위해 늦은 결혼을 감수하고서라도 묵묵히 이때를 기다려온 후배란 걸 알기에, 새삼스럽지 않으면서도 또한 새삼스러운 감정이 동시에 느껴졌다. 언젠가 일어날 일이란 걸 알았지만, 그게 지금인 줄은 몰랐을 때 느끼는 그런 감정.
덕분에 오랜만에 짧은 대화라도 나눌 수 있었다.
그 대화 속에서 내 마음을 움직인 말이 있었는데, "결혼 준비를 하게 되니 몰랐던 것들을 알게 되네요."가 그것이었다. 알아서들 아무런 문제 없이 말 그대로 자연스럽게 결혼하고 사는 줄 알았는데, 막상 당사자가 되어 준비하니 할 것도 많고 문제도 많고 이래저래 쉽지 않다는 뜻이었다.
이해가 되었다.
당연해 보이는 것도 내가 해보면 이야기가 다르다. 산에 오르는 사람들을 두고 그 힘든 걸 왜 하냐고 혀를 차지만, 내가 산을 올라보면 다르다. 나에게 펼쳐지는 풍경과 나에게 느껴지는 시원한 바람의 느낌은 오르지 않고는 알 수 없는 것들이다.
재밌는 건, 결혼 당시의 그것을 나는 다시 잊고 있었다는 것이다.
몰랐던 걸 알게 되었다가, 다시 그걸 모르는 상태로 회귀한 것이다. 후배의 말을 듣고 나서야 내 결혼의 그때를 떠올렸다. 사람은 이토록 망각의 동물이다. 몰랐던 걸 알게 되었을 때의 희열은 뒤로하고, 또다시 무지의 상태로 돌아가는 걸 보면.
이로써 알 수 있는 건, 사람은 그저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존재라는 것이다.
그 후배 또한 그럴 것이다.
몸과 마음이 분주한 지금.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잘 모르고 있는 지금. 몰랐던 걸 알게 되었다고 생각하지만, 이내 그것은 잊힐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후배의 후배에게서 결혼 소식을 듣게 된다면 망각한 그것을 다시 떠올리고 몰랐던 것들을 알게 되었던 그때를 반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