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테르담 May 31. 2022

몰랐던 것들을 알게 될 때

알던 걸 모르게 될 때

회사 후배에게서 메시지를 받았다.

오랜만의 연락이었던 터라 그 시작은 잘 지내냐는 인사였다.


프로필을 보니 웨딩 촬영 사진 속 멋지고 예쁜 커플이 나란히 서있었다.

정면을 바라보며 해맑게 웃는 모습이 참으로 풋풋해 보였다.


역시나 인사 뒤 본론은 결혼 소식이었다.

진정한 사랑을 찾기 위해 늦은 결혼을 감수하고서라도 묵묵히 이때를 기다려온 후배란 걸 알기에, 새삼스럽지 않으면서도 또한 새삼스러운 감정이 동시에 느껴졌다. 언젠가 일어날 일이란 걸 알았지만, 그게 지금인 줄은 몰랐을 때 느끼는 그런 감정.


덕분에 오랜만에 짧은 대화라도 나눌 수 있었다.

그 대화 속에서 내 마음을 움직인 말이 있었는데, "결혼 준비를 하게 되니 몰랐던 것들을 알게 되네요."가 그것이었다. 알아서들 아무런 문제 없이 말 그대로 자연스럽게 결혼하고 사는 줄 알았는데, 막상 당사자가 되어 준비하니 할 것도 많고 문제도 많고 이래저래 쉽지 않다는 뜻이었다.


이해가 되었다.

당연해 보이는 것도 내가 해보면 이야기가 다르다. 산에 오르는 사람들을 두고 그 힘든 걸 왜 하냐고 혀를 차지만, 내가 산을 올라보면 다르다. 나에게 펼쳐지는 풍경과 나에게 느껴지는 시원한 바람의 느낌은 오르지 않고는 알 수 없는 것들이다.


재밌는 건, 결혼 당시의 그것을 나는 다시 잊고 있었다는 것이다.

몰랐던 걸 알게 되었다가, 다시 그걸 모르는 상태로 회귀한 것이다. 후배의 말을 듣고 나서야 내 결혼의 그때를 떠올렸다. 사람은 이토록 망각의 동물이다. 몰랐던 걸 알게 되었을 때의 희열은 뒤로하고, 또다시 무지의 상태로 돌아가는 걸 보면.


이로써 알 수 있는 건, 사람은 그저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존재라는 것이다.


그 후배 또한 그럴 것이다.

몸과 마음이 분주한 지금.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잘 모르고 있는 지금. 몰랐던 걸 알게 되었다고 생각하지만, 이내 그것은 잊힐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후배의 후배에게서 결혼 소식을 듣게 된다면 망각한 그것을 다시 떠올리고 몰랐던 것들을 알게 되었던 그때를 반추할 것이다.


알던 걸 모르게 된.

지금의 나처럼.




[신간 안내] '퇴근하며 한 줄씩 씁니다'


[종합 정보]

스테르담 저서, 강의, 프로젝트


[소통채널]

스테르담 인스타그램 

매거진의 이전글 삶의 선명함은 어디까지 일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