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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Jun 02. 2022

5분의 사치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사치이자 세상을 향한 반항

아침의 눈꺼풀은 그 어떤 것보다도 무겁다.

특히나 내 의지가 아닌 알람 소리로 일어나야 하는 상황에선 더 그렇다.


그 무거운 걸 들어 올리기 위해선 많은 용기와 에너지가 필요하다.

눈꺼풀이 들어 올려지는 순간, 소스라치게 놀라운 현실을 마주해야 하기 때문이다. 좋은 꿈이든 악몽이든. 진짜와 같았던 꿈이라는 선명함은 모호함으로 급변하고, 가상 세계니 뭐니 하던 관념과 개념들은 가볍게 증발해버리고 만다.


이것이 '현실'의 힘이다.

가상 세계니, 호접몽이니 하는 모든 것은 그저 현실이라는 차가운 냉정을 벗어나거나 회피하고픈 발버둥에 지나지 않는다.


이 모든 것은 알람 소리가 울린 후 눈꺼풀을 들어 올리는 몇 초 안 되는 동안 일어나는 상념들이다.


이 순간 나는 속으로 '5분 더'를 외친다.

그것은 꿈과 현실의 접전을 유예시키는 하나의 호통이다. 더불어 그것은 내게 있어 '사치'다. 썰물처럼 밀려오는 현실의 엄습을 아주 잠시라도 미루어둘 수 있는 분수에 지나친 마음.


나는 제시간에 일어나지 않으면 안 되는 존재이지만, 과감히 외친 5분은 내게 있어 어쩌면 세상에 대한 반항이라고도 볼 수 있다.


사실, 5분 후의 마음은 그리 개운하지가 않다.

제대로 잔 것도 아니고, 게 눈 감추듯 사라져 버린 그 시간 앞에 오히려 허탈함과 허망함이 탄식이 되어 흘러나온다.


그러함에도 나는 '5분 더' 외치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어차피 나는 아침에 눈을 뜰 것이며, 또 그 하루를 살아낼 것이며, 하루에 들어차는 벅차고도 박차고 싶은 마음들을 온전히 받아낼 것이니.


그러하기에 내가 누릴 수 있는 사치는 단 5분.

내가 온전히 선택할 수 있고, 후회하더라도 오롯이 받아들일 수 있는 만큼의 분수.


포기할 수 없는 아침의 5분은 내게 있어 어느 것보다 소중한 사치이자 반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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