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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Jun 10. 2022

마음을 돌봐야 하는 시대

정신줄 놓치지 않기 위해.

'정신줄 놓치마'란 말이 있다.

재밌는 표현이지만 엄연히 어학사전에도 등록된 말이다. 한 어학 사전은 '정신줄'을 '사물이나 상황을 느끼고 생각하며 판단하는 능력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라 표현했고, 또 다른 사전은 '연줄을 끊으면 연이 허공으로 날아가듯이 자유롭고 통쾌한 정신 상태를 일컫는 말'이라 정의했다.


둘의 해석과 정의가 사뭇 다르다.

전자는 '정신줄'이란 표현을 속되다 표현했고, 후자는 연에 빗대어 '자유롭고 통쾌한 정신상태'라 일컬었다. 그 둘 모두, 한 단어의 뜻을 정의 내릴 때 관련자가 '정신줄'을 놓은 거 아닌가 싶다. 그 둘 모두 내게는 와닿지 않는 뜻풀이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내 질문을 던진다.

'줄'이란 말이 왜 붙게 되었을까? '줄'의 용도는 무언가를 묶거나, 닿게 하거나, 연결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놓지 않아야 한다'라는 전제하에, '정신줄'에 쓰인 용도는 세 번째에 가깝다. '나'와 '정신'은 연결되어 있어야 함은 모두의 정서에 각인되어 있기 때문이다. 정신을 놓는다는 표현을 떠올려보면 그것은 묶여 있다기 보단 쥐고 있는 것이고, 손에 힘을 주어 쥐고 있어야 하므로 그저 닿아 있다고 하기엔 그 뜻이 약하다.


정신줄을 놓으면 어떠한 일이 벌어질까?

나쁜 일이 벌어질까, 아니면 좋은 일이 벌어질까? 아무래도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날 것이란 생각이 더 많을 것이다. 무언가를 분실했을 때, 무언가를 깜빡 잊었을 때 우리는 '정신줄을 놨다'라고 말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언가를 분실하고 잊었을 때의 그때로 돌아가 보면 무언가에 집중하느라 그런 적도 분명 있다. 그땐, 집중하는 무언가에 대한 정신을 꽉 붙잡고 있었을 것이다. 이렇게 보면 우리가 잡아야 하는 정신줄은 한 개가 아니다. 여러 개를 동시에 잘 잡고 있어야 한다. 그중에 하나라도 놓치면, 우리는 '정신줄 놨냐'라는 말을 듣게 되는 것이다.


사실, 사람은 멀티태스킹이 되지 않는다.

동시에 무언가를 한다는 건, 사실 멀티태스킹이 아니라 집중의 정도를 순차적으로 조절하는 것이다.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해내었다는 착각은 신경 세포를 자극하여 활성화시키는데, 동시에 무언가를 한 사람은 대단한 걸 한 것과 같은 효용감을 느끼지만 업무 성과는 오히려 더 떨어졌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정신줄을 동시에 여러 개 잡고 있는 게 아니라, 하나하나를 붙들어가며 살고 있다는 뜻이 된다.

이를 잘 잡아내기 위해서 우리는 삶의 우선순위를 정해야 하고, 각각의 일과 상황을 빠르게 판단하여 어떤 줄을 잡아야 할지를 선택해야 한다. 우리 삶의 매 순간이 선택의 순간인 이유다.


나는 이 선택의 순간에 마음을 돌본다.

예전엔 모든 선택이 '이성'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지금은 생각이 다르다. 이성적으로 맞고 틀린 것을 구분해낸다 한들, 이후에 마음의 편함과 불편함의 여부에 따라 선택의 결과가 달라진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이성적으로) 잘 선택해도, 마음이 불편하면 그것은 제대로 된 선택이 아닌 것이고. 반대로 (이성적으로) 틀린 선택을 했다고 하더라도 마음이 편하면 그것은 맞는 선택이었다고 할 수도 있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경우도 많고, 지금은 맞아도 그땐 틀렸을 수도 있는 일은 우리네 인생에서 비일비재하다.


결국 '마음'을 돌봐야 한다.

'정신줄'은 마음에 연결되어있다. 손으로 붙들고 있으나, 마음에 그것은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꽉 잡고 싶다는 욕심에 그것을 묶고 싶을지 모르겠으나, 그것은 옳은 방법이 아니다. 상황에 따라, 마음에 따라 우리는 정신줄을 놓았다가 다른 것을 잽싸게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마음을 돌보다는 것은 곧 어떤 줄을 잡아야 할지를 좀 더 수월하게 알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매 순간의 선택의 기로에서 제대로 된 선택을 하려면 마음을 돌봐야 한다.


먹고 살기 어려운 시대를 지나, 남기는 것이 미덕이 된 육체 풍요의 시대.

반면, 우리네 마음은 그와 같이 튼실하고 풍요로워졌는지를 묻고 싶다.


몸이 비대해질수록, 어쩐지 마음은 왜소해지는 이 시대에.

나는 마음을 돌봐야 한다고, 세상이 아닌 나에게 먼저 소리친다.


정신줄을 놓치지 않기 위해.

놓았다가 다른 줄을 잘 잡아내기 위해.

무엇을 놓고, 무엇을 잡아야 할지를 잘 선택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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