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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채원 Jun 06. 2022

육아 멘탈 관리 노하우  

육아는 전적으로 멘탈과의 싸움이다.

아기는 귀엽지만 육아는 안 귀엽다. 육아하는 데 가장 힘든 점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주저 없이 '멘탈 관리'라고 말할 것이다. 신생아 때부터 시도 때도 없이 울어대며 졸리다, 배고프다, 안아주라는 아기 앞에서 멘탈이 바사삭 거리는 경험 누구나 해 봤을 것이다. 하지만, 이건 시작에 불과하다. 아이가 커 가면서도 멘탈 털릴 일은 계속 생긴다. 나는 엄마가 된 지 만 6년이 됐다. 아직 갈 길 먼 초보 엄마지만 6년 동안 여러 번 흔들리고 깨진 멘탈을 다시 붙잡으면서 생긴 멘탈 관리 노하우 몇 가지를 나눠보려고 한다.


1. 이 세상에 이 아이는 유일하다.

처음엔 나도 엄마가 처음이라 모르는 것 투성이었다. 그래서 임신했을 때부터 각종 육아서를 보며 육아를 공부했다. 지금에 와서 드는 생각은, 육아를 위해 기본적인 공부는 필수지만 책에 너무 의존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세상 모든 아이는 다 다르기 때문에 어떤 책도 우리 아이에게 딱 맞는 맞춤 처방을 내놓을 순 없다. 지식을 너무 믿으면 내가 공부한 지식과 현실 사이에 차이가 생겼을 때 혼란이 생기고 멘탈이 무너진다. 아기는 기계가 아니고 육아서는 제품 설명서가 아니다. 아이마다 기질이 다르고 성격이 다르며 발달 속도나 순서가 다를 수 있다. 불안해하지 말고 내 아이를 믿고 기다리자. 그러면서 내 아이에 대해 하나씩 알아가면 된다.   


나는 처음에 아이에게 많은 경험을 시켜주고 싶었다. 놀이터도 자주 가고 산책도 자주 나갔다. 시간이 날 때마다 '아이와 가기 좋은 곳'을 검색해 데리고 다녔다. 아이가 3살이 되자 아이를 데리고 외출 준비하기가 너무 힘들었다. 어디 좀 가려고 하면 갑자기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떼를 쓰거나 위험한 행동을 해서 나를 예민게 만들기 일쑤였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우리 아이는 파워 집순이다. 그런 아이를 맨날 데리고 나갔으니 아이도 스트레스를 엄청 받았던 것이다. 이제는 자기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나이가 되어 주말에 어디 좀 가자고 하면 이렇게 말한다.

"엄마, 나는 월화수목금 유치원에 가는 것도 정말 힘들어. 주말에라도 편히 쉬고 싶어."


 2. 아이는 원래 말을 안 듣는다.

"누굴 닮아서 이렇게 말을 안 듣냐?"

아이를 키우면서 이 말 한번 안 해본 사람이 있을까? 도대체 왜 이렇게 말을 안 듣는 건지 속이 터질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런데 사실 아이는 원래 말을 안 듣는다. 이 사실을 인정하면 마음이 조금 편하다. 초등학교 교사인 나는 얼마 전 소름 돋는 사실을 발견했다. 1학년 담임일 때나 5학년 담임일 때나 매일같이 아이들에게 복도에서 뛰지 말라는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거다. 1학년 때부터 뛰지 말라는 말을 들으면서 자란 아이들이 5학년쯤 되면 이제 안 뛸 법도 한데 더 길어진 다리와 더 빨라진 스피드를 뽐내며 복도를 누빈다. 애들은 원래 그렇다. 그 사실을 인정하면 지겹도록 복도에서 뛰면 안 된다고 알려주면서도 화가 나지 않는다.  


"엄마가 그러지 말라고 몇 번을 말했어?"

"저번에도 그러다 다쳐놓고 또 그래?"

이런 말은 사실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런 말을 하면서 내 화만 돋울 뿐이다. 아이는 원래 말을 안 듣고, 그러니 나는 계속 아이에게 똑같은 걸 가르쳐줘야 한다는 것을 인정하는 게 속 편하다.


3. 남들이 하는 대로 따라 할 필요는 없다.

1번에서 했던 말과 연결되는 부분이다. 우리 아이와 다른 아이는 다르기 때문에 남들이 다 한다고 따라 할 필요는 없다. 아이를 유치원에서 데려올 때 아이 친구 엄마들을 마주칠 일이 종종 있다. 보통은 가볍게 인사만 하는데 가끔 우리 아이에 대해 물어보거나 다른 아이의 소식을 전해주는 엄마들이 있다.

"한글은 뗐나요?"

"학습지는 어떤 거 해요?"

"누구네는 몇 살 때부터 뭐 시킨다고 하더라고요."

하는 식이다.

아이에게 아무것도 시키지 않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계획이지만 이런 이야기를 듣다 보면 살짝 불안해질 때가 있다. 나만 너무 안일한가? 우리 아이만 뒤처지는 거 아닐까? 뭐라도 시켜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럴 때를 대비해 나만의 기준이나 목표를 확실하게 정해놓을 필요가 있다. 내가 정한 기준은 우리 아이의 '행복'이다. 어렸을 때부터 경쟁에 내 몰린 아이는 행복할 수 없다. 남들이 달린다고 우리 아이도 거기에 밀어 넣을 필요는 없다. 게다가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우리 때야 지식을 달달 외워서 시험만 잘 보면 좋은 대학에 갈 수 있었고, 좋은 대학에 가면 취업에도 유리했지만 우리 아이가 살아갈 세상은 어떤 세상이 될지 가늠도 할 수 없다. 다만, 지식을 머리에 집어넣는 능력보다 머릿속에 있는 지식이나 생각을 끄집어내는 능력이 미래 사회에 더 중요할 것 같다는 생각은 든다. 이렇게 내 육아관을 정리해 두면 다른 사람 말에 휘둘릴 확률이 줄어든다.


4.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이건 정말 중요하다. (별표 다섯 개) 아이가 아프면 어떤 방법으로도 멘탈이 잘 안 잡아진다. 다행히 우리 아이들은 아직까지 크게 아픈 적은 없다. 가장 크게 아팠던 거라면 독감이나 요로 감염 정도가 전부였다. 그래도 독감 검사를 한다고 코를 쑤시고, 피검사를 한다고 주삿바늘을 꽂는 걸 보는 것만으로도 부모 마음은 무너진다. 만약 아이가 크게 아픈 일이 생긴다면 정말 힘들 것 같다. 그런 일이 생긴 대도 어떻게든 이겨내긴 하겠지만 상상도 하기 싫다. 그런 의미에서 아이가 건강하다는 건 정말 큰 축복이다.


아이 때문에 힘든 일이 생기면 이렇게 생각하자.

"그래도 건강해서 다행이야."

"그래도 이만하길 다행이야."


한 번씩 몇 년 전 사진을 보면 눈물이 날 때가 있다. 우리 아이가 너무 작고 귀여워서, 너무 사랑스러워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충분히 사랑해주지 못한 것 같아서. 아이 때문에 깊은 빡침의 순간이 찾아오면 아이의 예쁜 사진을 찾아보자. 이렇게 소중한 아이가 나에게 와 준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나를 엄마라고 불러주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깨닫게 된다.



글쓰기로 우주정복을 꿈꾸는 브런치 작가들이 모여 팀라이트가 되었습니다. 팀라이트 매거진에는 매월 한 가지 주제를 선정하여 각양각색 이야기를 작가님들의 다른 시선과 색깔로 담아 갑니다.
이번 달 주제는 '멘털(정신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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