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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춘프카 Jun 13. 2022

서로를 추앙하다

멘털 mental (명사) 생각하거나 판단하는 정신, 또는 정신세계


내내 그랬다. 생각과 판단이 자주 흔들렸고, 멀미가 일었다. 속은 불편하고 식욕은 떨어졌다. 매일 꿀아메리카노를 섭취하며 버텼다. 수년 전부터 조용히 쌓아둔 고충이 무너지는 나날이었다. 하루가 한 달이 되고 기어코 2분기 끝자락까지 이르렀다. 말 그대로 멘털이 무너지고 또 무너졌다.


퇴근길에 아내에게 전활 걸었다.  먹는 걸로 유명한 내가 일주일째 식욕이 없다고. 문득   허기지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더니 수화기 너머로 잔잔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퇴근하고 바로 집으로 . 맛있는  먹으러 가자." 나는 입맛이 없다는데 무슨 맛있는 음식, 하며 속으로 궁시렁거렸다.


아내와 아들과 함께 주변 갈빗집을 들렸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고기 냄새가 코를 자극하는데도 별다른 반응이 없는 나는 정말 '큰 병에 걸린 건 아닐까'하고 걱정했다. 아내는 금세 구워 내 빈 접시에 몇 점을 올렸다. 그리고 잎새주 한 병을 덩달아 시켰다.


하는 수 없이 한쌈을 제작하여(?) 털어 넣었다. 그런데 이.럴.수.가. 갈비는 갈비였다. 염치없이 맛있었다. 잃어버린 식욕이 돌아왔다.


허무한 내 표정을 보며 아내는 말했다. "행복이 다른 게 있을까? 이렇게 가족끼리 건강하게 맛있는 밥 먹고 산책도 하고 그렇게 살아가면 행복한 거지." 고마웠다. 어쩌면 나보다 더 괴로울 수도 있는데, 그 모습이 느껴지는대도 위로와 사랑을 계속 보내는 그 사람 덕분에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또 며칠이 지났다. 아내는 내게 <나의 해방 일지>라는 드라마를 말하며 대사가 좋다고 말했다.


"사랑으론 안 돼요.
날 추앙해요."


'추앙'이란 단어가 낯설었지만 의미를 알아보고 또 계속 떠올려보니, 괜찮았다. 추앙은 어떻게 하는 건지 묻는 구 씨(손석구)에게 여주인공 미정(김지원)은 말한다. '응원하는 거, 너는 뭐든 할 수 있다. 뭐든 된다. 응원하는 거.'


제법 뜬금없지만 우린 서로 추앙받을 필요가 있다. 특히, 요즘.




글쓰기로 우주정복을 꿈꾸는 브런치 작가들이 모여 팀 라이트가 되었습니다. 팀라이트 매거진에는 매월 한 가지 주제를 선장하여 각양각색 이야기를 작가님들의 다른 시선과 색깔로 담아 갑니다. 이번 달 주제는 <멘털(정신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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