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함이라는 망상

스테르담은 자신에게 이렇게 말했다.

by 스테르담

순수함은 망상이다.

이것은 순수함이라는 그 말 자체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그것을 생각하고, 그것을 대하는 우리의 생각에 대한 일침이다.


순수함이란 무엇인가.

아무것도 섞이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무엇을 말하는가? 그렇다고 치자. 그렇다면 순수함을 상징하는 것을 떠올려보자. 그것은 무엇인가?


많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갓 태어난 아기를 생각할 것이다.

이제 막 자궁에서 나와 빛을 맞이한 존재는 눈조차 뜨지 못한다. 우리는 그 존재를 일컬어 때 하나 묻지 않은 순수한 존재라고 치켜세운다.


그것에 이견은 없다.

잠자코 있는 여린 존재를 향해 나는 공격의 날을 세울 용의는 없다.


그러나 이 생각은 아기가 울기 시작할 때 바뀔 것이다.

낮이나 밤이나 아기는 울어 젖힌다. 주위 사람의 미간을 보라. 찡그려지지 않는 미간이 있는가. 몇 있다고 치자. 그러나 몇 시간이 지나고 나서도 미간에 주름이 없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신이거나 숨을 쉬지 않는 존재일 가능성이 많으니 살펴봐야 한다.


그렇다.

순수함이란 고도의 이기심이다. 고도의 이기심을 가진 자는 순수하다. 다른 사람 따위는 안중에 없다. 자신이 필요한 것만을 갈구한다. 배고파서, 졸려서, 무언가를 갖고 싶어서. 이것이 갓 태어난 아기에게만 해당된다고 생각하는가?


무릇 우리가 말하는 때 묻은 삶이 어쩌면 우리가 망상하는 순수함에 더 가깝다.

때가 묻었다는 건 거짓을 말할 수 있다는 것이고, 거짓을 말하는 자는 남을 살필 줄 안다. 눈치를 볼 줄 아는 자는 배려할 줄 알고, 배려하는 자는 자신의 욕망을 발현하기 위해 타인을 무시하며 울지 않는다.


우리는 순수할 줄 알아야 한다.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면 살 수 없고, 구하지 않고는 숨 쉴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순수함에 가졌던 망상은 버려라.

순수함을 생각하며 갓난아기를 떠올리지 마라. 자신의 것만을 위해 울어 젖히는 간악한 존재를 순수함의 상징으로 추대하지 마라. 다만, 사력을 다해 자기 것을 구하는 그 절절하고 끈기 있는 울음에는 경의를 표하라. 또한 배워라. 나는 세상에 어떻게 울어댈지를 고민하라. 주위 사람에게는 주는 피해는 줄여가면서.


이것이 순수함의 본질이며,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진짜 순수함이다.


구하라.

받아라.

그러나 현명하게 울어라.

순수함이라는 망상을 버리고, 그 망상을 버림으로써 온전히 순수해져라.


토끼의 눈에서 악독함을 느끼고.

뱀의 눈에서 순수함을 찾아낼 수 있을 때까지.

매거진의 이전글삶과 죽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