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과 현실

나는 이제 도망자의 삶을 거부한다.

by 스테르담

현실은 너무나 현실적이어서 사람들로 하여금 도피를 원하게 만든다.

도피란 무엇인가. 달아나고 피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현실로부터 도피할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다양한 도피를 시도한다.

여행을 가거나, 맛있는 걸 먹거나. 사색 그리고 독서와 같은 정신적 달아남도 여기에 포함된다.


그러나 도망가려 하면 할수록 우리는 현실을 더 자각하게 된다.

달아나 봤자 우리는 부처손 안에 있고, 피해봤자 조물주의 뜻 안에 있으니 뛰고 뛰어도 쫓아오는 하늘의 달처럼 현실은 늘 우리와 함께다.


그리하여 우리는 가상, 말 그대로 거짓된 생각을 스스로에게 심는다.

그렇게라도 현실을 벗어나고자 한다. 현실의 나는 나비를 꿈꾸었다. 바람을 따라 날아다니는 그 나비가 만약 현실이라면. 그렇다면 지금의 나는 무엇인가. 현실 속 꿈의 존재가, 만약 또 다른 현실이라면. 지금의 현실 속 나는 또 다른 가상일까.


현실에서의 1분이 꿈속 100년이 될 수 있고, 꿈속 1년이 현실의 100년이라면.

그렇다면?


100년의 삶은 풍화되어 1년으로 압축될 수 있고.

1년의 삶은 퇴화되어 100년으로 점철될 수 있다.


그러나 나는 가상을 믿지 않는다.

말 그대로 그것은 거짓이기 때문이다.


현실의 소스라침을 조금이라도 도피하고자 만든 가상이라는 논리는, 현실을 의심하게 함으로써 잠시 그 소스라침을 잊게 만드는 역할은 할 수 있다.


가상을 꿈꾸는 이유는, 현실이 너무 현실 같아서다.

현실이 만만하고 쉽다면 우리는 다른 도피처를 생각할 필요가 없다.


이건 현실이 아닐 거라는 생각.

나에겐 이러한 현실이 오지 않을 거란 오만.

현실 외에 또 다른 좋은 다른 세상이 있을 거란 망상.


가상을 꿈꾸지 마라.

가상에 머물지 마라.


현실을 잠시 잊게 하는 그 마취제는, 중독되면 출구가 없다.


다만, 현실을 더 현실적으로 보라.

현실로 바라보는 현실은 꽤 짜릿하다.


언제까지 현실을 마주하며 소스라칠 것인가.

현실에 현실이라는 거울을 비추며 나아가자.


현실이 그로 하여금 소스라칠 수 있도록.

그리하여 우리는 그 어떠한 도피처를 생각하지 않아도 살아낼 수 있도록.


나는 이제 도망자의 삶을 거부한다.

나는 이제 추격자의 삶을 결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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