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과 불행

오는 불행 막지 말고, 가는 행복 잡지 말게.

by 스테르담

행복은 불행의 거죽 데기를 쓰고 온다네.

불행도 마찬가지. 불행 또한 행복의 가면을 쓰고 다가오기도 하지.


주름이 깊은 노인은 말을 이어갔다.


자네는 행복이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행복은 '기분'이네 '기분'. 기분이 좋으면 우리는 행복을 느끼지. 하지만 말이야. 우리는 눈물을 흘리면서도 행복할 수 있네. 울면서도 기분이 좋을 수도 있으니까 말이야. 기쁨의 눈물을 흘려본 적이 있지 않은가.


그렇다며 기분이 좋다는 건 무엇일까 말일세.

이 또한 하나만을 의미하진 않는다네. 마음이 편하고 고요해서 기분이 좋을 수도 있고, 놀이 기구를 타며 희열을 느끼면서도 기분 좋다고 외칠 수 있으니까. 중요한 건, 내가 무엇을 느끼고 있는지를 알아채야 한다는 것이네. 그리고 그 기분을 더 유지하려 하거나 빨리 내치려 하거나의 노력은 하지 않는 게 좋다네.


행복은 모래알과 같아.

모래를 손으로 들어 올려 보게. 그리고 그것을 움켜쥐어 봐. 많은 모래가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지. 쥐어 있는 손엔 조금의 모래만이 남아있어. 움켜쥐면 쥘수록, 모래의 양은 줄어들게 돼. 이미 행복이란 모양새는 사라진 지 오래고, 그 정도의 양으론 행복을 느낄 리가 만무하지.


그렇다면 불행은 무엇과 같은가.

나는 그것이 끈적이는 무엇이라 생각하네. 손에 묻은 끈적임을 떼어내려 안간힘을 쓰다 보면 더 엉망이 되었던 경험 있지 않은가? 다른 손에 그 끈적함이 묻고, 옷에 닦으려다 물이 아닌 다른 것으로 그것을 떼어내려다 일이 더 커진 적 말이야. 불행의 원천인 걱정과 고민 또한 이와 같지 않은가? 떼어내려 하면 할수록, 떨어 버리려 하면 할수록. 그것들은 더욱더 우리에게 달려들곤 하지. 언젠가 흐르는 무엇으로 깨끗이 닦아낼 때까지 기다릴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한 이유네.


고로.

붙잡으려 하지 말고, 떼어내려 하지 말게.


오롯이.

온전히.

그것들을 받아들이게.


오는 불행 막지 말고, 가는 행복 잡지 말게.


우리는 '행복(幸福)'과 '불행(不幸)'의 사이에 살고 있네.

두 단어의 공통점은 '행'자인 걸 눈치챘나. '행'은 '다행'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네. '행복'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불행'이 되고, '불행'이라 여겨지던 것이 '행복'으로 둔갑했던 때가 있지 않나?


'행복'은 불행의 깊이만큼.

'불행'은 행복의 높이만큼.


그렇게 오고 간다네.


노인이 불편한 무릎과 허리를 펴며 서서히 일어났다.


잊지 말게.

자네에게 무엇이 다행인 것인지를.


행복에 취하지 말게.

그것에 집착하지 말게.


불행에 압도당하지 말게.

그것을 막아내지 말게.


알게 될 걸세.

거죽 데기 뒤에 숨은 그 본질을.


지팡이를 든 노인이 절룩거리며 마음 속으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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