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로 인해 조용하고, 소극적인 성향임에도 애써 밝고, 활발하며, 모두와 잘 지내려고 회식과 동아리 등 행사에 빠지지 않고 참여하고 있습니다.
외향적인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 애쓰느라 너무 힘든데, 계속 이런 노력을 해야 할까요?
A.
직장인이라는 ‘페르소나 (사회적 가면/ 역할을 뜻하는 심리학 용어)’는 가장 두껍고 또 가장 무겁습니다.
그것은 ‘먹고사니즘’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페르소나’란 말 자체가 고대 그리스 연극무대에서 배우들이 쓰던 가면에서 유래한 걸 보면, 질문자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우리 모두는 (먹고살기 위해) 직장에서 직급과 직책을 연기하고 있는 게 맞습니다.
‘페르소나’와 ‘연기’라는 말이 나와서 말인데, 우리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사회적 가면을 쓰고 다양한 연기를 하고 있습니다.
‘직장인’, ‘아내, ‘남편’, ‘친구’, ‘아들’, ‘딸’ 등. 각각의 가면에 맞추어 우리는 어떠한 역할을 해내야 하는 겁니다. 그런데 이 사회적 가면의 공통점은 내가 원해서 쓴 게 아니라는 겁니다. 써야 하니까, 쓰지 않으면 안 되니까 쓰게 되고 그러다 보니 우리는 ‘자아’를 잃고 방황하게 되는 거죠. 살다 보면 무언가 길을 잃었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는데, 이때 스스로를 돌아보면 십중팔구 옅어진 자아가 원인이라는 것을 알아차리게 됩니다.
질문자님께서 고민하고 계신 지금이 딱 그렇습니다.
내향적임에도 불구하고 외향적인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 애쓰는 지금. 질문자님의 ‘자아’는 어디에 있나요? 내 ‘자아’가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질문자님께서는 인정 욕구가 강해 보입니다.
그건 절대 나쁜 게 아닙니다. 다만, 그 조급한 인정 욕구가 ‘자아’보다 더 커져버려서 스스로를 잠식해버린 거죠.
‘나’라는 존재를 무시하고 얻어내는 인정은 그 어디에도 쓸모가 없습니다.
내가 무리하게 쓴 페르소나를 단 몇 개라도 잠시 벗어 보세요.
너무나 많은 페르소나에 숨이 막힌 ‘자아’에 인공호흡이 필요합니다. 짧은 일기를 쓰거나, 내가 좋아하는 장르의 책을 읽거나, 집 앞 산책을 하며 생각을 정리해보세요.
외부로부터의 ‘인정’보다, 나 스스로를 알아봐 주는 내면의 ‘인정’이 더 필요한 지금입니다.
덧붙임)
정말 내향적인 사람은 등 떠밀어도 질문자님과 같이 활발히 활동을 하지 못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내향성과 외향성을 모두 가지고 있는데요. 이번 기회에 질문자님 내면의 ‘외향성’ 비중을 좀 더 늘려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써야 하는 페르소나로부터 얻는 기대하지 못한 배움과 즐거움이 삶의 활력소뿐만 아니라 자신을 ‘메타인지’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