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글은 나의 '빅데이터' & '굿데이터'

데이터의 주체는 누구이며, 그 데이터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by 스테르담
빅데이터의 등장


디지털과 가상 시대의 화두는 '빅데이터'다.

빅데이터는 기존 데이터보다 너무 방대하여 기존의 방법이나 도구로 수집/ 저장/ 분석하기가 어려운 정형 및 비정형 데이터들을 의미한다. 세계적 컨설팅 기관인 매켄지는 빅데이터를 기존 데이터베이스 관리 도구의 데이터 수집, 저장, 관리, 분석하는 역량을 넘어서는 규모로서 그 정의는 주관적이며 앞으로도 계속 변화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렇게 모인 데이터는 '통계', '예측' 그리고 '추천'을 위해 분석된다.

우리를 따라다니는 광고나, 나와 연관된 동영상을 추천해주는 알고리즘이 이 분석의 결과다. 가상의 세계에서 내가 남긴 단서는 데이터가 되고, 그 데이터는 통계적으로 분석되어 우리의 다음을 예측하고 그 값을 바탕으로 무언가를 집요하게 제안하는 것이다.


언젠가 한 번은 지도 앱에서 내게 퇴근할 시간이 되었다고 알림을 준 적이 있다.

친절하게 그 시각의 교통 상황까지 알려 주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그 시간에 퇴근할 수 없었다. 해야 할 일이 산더미 같았고, 그래서 기분은 그리 유쾌하지 않은 때였다.


내가 동의한 개인 정보는 그렇게 데이터가 되어 나에게 퇴근을 종용하고 있던 것이다.

갑자기 두려움과 짜증이 몰려왔다. 내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시스템에는 두려움이, 나를 안다고 무언가를 추천하고 종용하는 그 어쭙잖음엔 짜증이 몰려온 것이다.


마치, 누군가에게 내 선택권과 앞날을 빼앗긴 기분이었다.


나는, 나 자신에 대해
누구보다 뛰어나야 한다.


그 감정 속에서, 나는 스스로를 돌아봤다.

나는 나를 얼마나 알고 있을까. 아니, 알아보려 노력하긴 했을까? 어설프게나마, 나를 이해하려고 노력한 데이터의 그 노력이 더 가상한 것 아닐까?


문득, 데이터의 주체가 누군지를 떠올렸다.

이 시대의 기업은 각 개인의 정보와 데이터를 얻기 위해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붓는다. 기업은 허투루 돈을 투자하지 않는다. 천문학적인 돈이, 그보다 더 큰돈이 되어 올 것이란 걸 알고 있다. 내가 남긴 흔적으로 이루어진 데이터는 내 것이 아니었다. 내 분석도 아니었다.


더 나아가, 그것은 나를 위한 것이 아니다.


짜증보다 두려움이 더 커지기 시작했다.

나만의 데이터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데이터의 주체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 주체성을 나에게로 가져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나 자신에 대해 누구보다 뛰어나야 하니까.


글쓰기로 나만의 데이터 만들기


1분이라는 잠깐의 사이.

구글에서는 200만 건의 검색, 유튜브에서는 72시간의 비디오, 트위터에선 27만 건의 트윗이 생성되고 있다. 우리는 이것에 얼마만큼 기여하고 있을까? 내 생각과 감정 그리고 삶은 어느 만큼 녹아들고 있을까? 그리고 그것들은 어떻게 가공되어 나에게 돌아오고 있을까? 나는 그것에 어떻게 휘둘리고 있을까?


데이터는 기록으로 이루어진다.

기록한 것을 통합하여 분석해야 하기 때문이다.


거대 서버에 남긴, 우리네 단서와 흔적은 스스로의 기록이 아니다.

무언가를 샀거나, 무언가를 본 행적들이다. 실수로 버튼을 눌렀을 수도 있고, 알고리즘에 이끌려 호기심으로 콘텐츠를 터치했을 수 있다. 그러나 빅데이터는 이내 우리를 '그것에 관심 있는 사람'으로 규정하고, 무차별적 추천을 자행한다. 그것에 이끌리다 보면, 우리는 나도 모르게 무언가를 소비하고 있거나 어느 영상에 빠져 몇 시간을 헤매게 된다.


스스로 데이터를 생성해야 한다.

그저 지나간 발자취가 아니라, '의미'와 '주체성'을 가진 흔적. 스스로 생성한 데이터.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다.

우선적으로 '기록'하면 된다. 내게 있었던 하루, 내게 일어난 감정. 그리하여 내가 깨우친 생각들. 그 통찰과 일상의 비범함을 나누려는 노력.


우리는 그것을 일컬어 '글쓰기'라 한다.


'글쓰기'로 우리는 스스로를 '기록'하고 '저장'하여 '분석'할 수 있다.

'빅데이터'는 어디 멀리 있지 않다. 축적된 내 삶이, 쌓이고 쌓인 경험이 인공지능을 뛰어넘는 빅데이터다. 그것은 기계가 계산하고 예측할 수 있는 범위의 것이 아니다. 정량과 정성이 복합된, 이 세상 그 어느 서버에도 담지 못할 방대한 양의 무엇이다.


'빅데이터'를 '굿데이터'로


이 시대의 '빅데이터'는 우리를 위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소비'를 위한 것이다. 분석하고 예측하여, 더 빈번하게 지갑을 열게 하려는 시도에 다름 아니다.


나만의 '빅데이터'를 '굿데이터'로 만드는 게 필요하다.

그렇다면 우선 '빅데이터'를 먼저 만들어야 한다. 내 글을 하나하나 쌓아가는 것. 그 글엔 바이트로 환산할 수 없는 무수한 생각과 경험 그리고 감정과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휘발성이 강한 그것들은 기록으로 붙잡아둘 수 있고, 원할 땐 언제든 불러올 수 있다. 디지털은 아날로그를 바탕으로 가능한 문명이다. '글쓰기'는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모두 아우른다. 종이에 쓴 글도, 브런치나 블로그에 남긴 글도 나에겐 같은 데이터이기 때문이다.


내가 직접 생성한 '빅데이터'는 나에게 '굿데이터'가 된다.

내가 했던 생각과 행동이 오늘의 나를 이루고 있다는 걸 감안한다면. '글'이라는 '내 빅데이터'는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고 분석하게 하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를 함께 예측한다.


나는 '구독자 수'보다 내 '글 수'를 더 자랑스럽게 여긴다.

그것은 타인으로부터의 인정에 대한 자랑스러움이 아니다. 스스로 생성한 데이터에 대한 자부심이다. 물론, 그것은 아직 '빅데이터'라 불릴 만큼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분명한 건, 글쓰기를 통해 나는 삶에 크고 많은 변화를 경험했다는 것이다.


나는 게으르고 다혈질인 성격이었다.

쉽게 감정에 지배받았고, 화가 나면 무언가를 집어던지기 일쑤였다. 계획한 것들은 언제나 수포로 돌아갔다. 그것 때문에 또 화가 나 또 분노하고, 감정적으로 결심하고 실천하지 못해 스스로를 비하하는 악순환 속에서 살아갔다.


사실, 지금도 그 기질은 여전하다.

그러나 분명한 변화가 있었다. 글쓰기를 통해서다. 글을 쓰며 내 흔적을 남겼고, 그 흔적을 분석했다. 메타인지하며 바라본 나는, 스스로를 악순환에 가두어 놓고 괴롭히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지도 못할) 높은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실천하지 못하면 자책하는 주관적 알고리즘에 빠져있던 것이다.


알고리즘은 데이터의 결과이자 추론이다.

알고리즘을 바꾸려면 데이터를 바꾸어야 한다. 글을 써나가며 나는 데이터를 재 축적했다. 스스로를 위로하고, 다독이고. 또 새롭게 결심하며 나는 그것을 글로 적어 나간 것이다.


게으름과 다혈질의 성격은, 조급함에 기인했음을 알 수 있었다.

'나를 잘 되게 하려는 마음'이 '조급함'을 만나 변질된 것이다. 빠른 변화가 일어나지 않으면 자책하고, '너는 이래서 안돼'란 말을 서슴없이 날렸다. 글쓰기는 내게 조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깨달음과 함께, '꾸준함'의 가치를 가져다주었고, 그로 인해 나는 덜 게을러지고 덜 화내며 그것을 넘어 생각보다 많은 걸 이루어내고 있다.




오늘도 어김없이 지도 앱은 나에게 퇴근길의 교통상황을 알려준다.

한번 클릭한 제품 정보는 광고 배너가 되어 죽을 때까지 따라올 기세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 나에겐 두렵거나 짜증스러운 마음이 생겨나지 않는다.

나는 오늘도 내 데이터를 하나하나 쌓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을 위해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을 필요도 없다. 단지 나를 바라보고, 내가 느끼고 생각하는 바를 적어가기만 하면 된다.


이미 내 데이터는 삶의 방향에 큰 도움이 됨과 동시에, 유무형의 가치와 수익을 가져다주고 있다.

쌓인 내 글들이, 어떠한 천문학적 가치를 가져다 줄 지. 나는 너무나 기대가 된다.


나는 내 데이터에 대한 자부심이 있다.

스스로 생성한, 살아가는 데 있어 몇 안 되는 내 주체성이 진하게 녹아든 결실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내 '빅데이터'는 나에게 '굿데이터'가 될 것이고.

내 삶은 이전과는 확연히 다르게 업그레이드 되고 있다는 확신을 가지게 된다.


데이터와 알고리즘이 가져다주는 길 대신.

내가 만든 길을 걸어가는 즐거움과 보람은 글쓰기를 해보지 않고는 느낄 수 없는 천문학적 가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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