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잘 되게 하기 위한, 긍정적 자기 분열

나만의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

by 스테르담
'분열'은 좋지 않은 말인가?


'분열'이란 말은 말 그대로 무언가가 갈라져 나뉘는 것을 말한다.

'조현병'의 옛 명칭인 '정신 분열'이란 단어는 한마디로 '정신병'을 일컫는 말이었다. 때문에 '분열'이라는 말을 들으면 자연스레 '정신'이란 말이 떠오르고, 그러다 보니 '분열'이란 말은 그리 긍정적인 단어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심리학에서 '분열'이란 말을 처음으로 사용한 사람은 스코틀랜드 태생의 심리학자인 로널드 페어베언이었다.

그는 그의 저서 '대상관계 이론'에서 '자아와 타자의 긍정적인 부분과 부정적인 부분을 종합적이고 현실적인 하나의 형태로 통합해서 사고하는 것이 불가하다'라고 '분열'에 대해 설명했다. 영어로는 'Splitting'으로 표현되며 쉽게 말해 '흑백논리'나 '이분법적 사고'의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우리는 세상을 또는 사람을 '선'과 '악'으로 구분한다.

그런데 세상을 둘로 나누는 이유는 바로 '생존'을 위함이다. 나에게 도움이 되는 것인지 아닌지를 빠르게 알아채고 대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분열'은 일종의 '자기 방어 기제'인 것이다.


우리 마음은 이미 '분열' 되어 있다.


그러나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고, 언제나 너무 극단으로 치우칠 때 모든 개념은 변질된다.

'경계선 성격장애'는 양극단을 오가며 감정의 기복이 심한 인격 장애를 말한다. '자기애성 성격장애'는 나를 '선'으로 두고, 남을 '악'으로 폄하하는 방어기제다. 이어 '우울'은 과장된 이분법적 사고로 이어지게 되는데 극단적인 생각의 갈래로 인해 삶이 무의미해지거나 위협적으로 돌변하게 된다.


프랑스 정신의학자인 페에르 자네는 자신의 저서 '정신 자동성'에서 '정상 자아'와 '부차 자아'를 내세워 이 '분열'현상을 고안했다.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그의 이론을 확장하여, '내적 갈등'으로 풀어냈다. 우리가 잘 아는 '이드', '에고', 슈퍼 에고'간의 갈등이다. 우리는 매일 본능에 이끌리고, 그러면 안 된다고 외치는 생각과 그 둘을 중재하는 자아의 소란함을 마음속에 품고 살고 있다.


이미 우리 마음속엔 '분열'이란 게 일어난 것이다.

'현대인은 누구나 정신질환을 가지고 있다'란 말이 전혀 낯설지 않은 이유다.


우리는 한 겹이 아니다.


내적 갈등 외에도.

우리는 겉으로, 사회적으로, 대인관계적으로도 분열되어 있다. '페르소나'를 떠올리면 이해가 빠르게 될 것이다. 내가 쓰고 싶지 않아도 써야 하는 사회적 가면이 너무나도 많다. 어느샌가 수 십, 수 백개의 가면이 내 온몸을 휘감는다.


우리는 한 겹의 사람이 아니다.

여러 겹이 모여 '나'를 이루고, 그렇게 이루어진 '나'는 외적/ 내적 갈등을 짊어지고 살아간다.


이러한 상황에서, '나'라는 '원형'을 찾아가기 위해서는 겉에 둘러싸인 페르소나를 하나하나 벗겨 나가야 한다.

더불어, 내 마음에서 일어나는 내적 갈등 또한 그 소란함을 줄여야 한다.


그 과정엔 '분열'이 필요하다.

'나'라는 사람을 설명해주긴 하지만, 그렇다고 그 총합이 '나'는 아닌 것들. 사회적 가면, 역할, 마음의 갈등. 그것들을 '분열'할 줄 아는 기술이 필요하다. 너무 어느 한 극단으로 쏠리지 않도록. 차근차근, 객관적으로 그 '분열'을 정리할 줄 아는 지혜.


분해해 놓은 라디오를 다시 조립했을 때, 부품 몇 개가 남는 일이 없도록 말이다.


글쓰기라는 자기 분열


만약, 라디오를 분해하여 그것이 문제없이 조립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분해할 때부터 원래 있던 그곳에 맞게 조립할 수 있도록, 각 부품과 그 위치를 적어 놓아야 할 것이다. 원래부터 조립식이라면 그 매뉴얼이 있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나만의 매뉴얼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그 과정을 생략하고, 너무 쉽게 덤벼들었다간 분명코 다시 조립한 후에 남는 부품 몇 개를 마주하거나 작동하지 않는 라디오를 들고 망연자실할 것이다.


하물며 우리 마음은 어떨까.

자칫 잘못 분해하면, 생각하고 싶지 않았던 상처를 떠오르게 하거나 잘못된 분열로 어느 극단에 쏠릴 수도 있다. 객관적이지 못한 생각과 의사 결정으로 자칫 대인관계에서 고립될 수도 있다. 앞에서 언급한 '경계선 성격장애'나 '자기애성 성격장애' 그리고 '우울'한 마음이 더 커질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나만의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

그 매뉴얼의 이름은 바로 '글쓰기'다.


'나'라는 원형을 찾아가기 위해 내 페르소나를 하나하나 열거하고.

그 열거한 페르소나를 세분화하고.

세분화 한 페르소나를 써가는 것.


나를 관통하여 나온 그 글 속에서 내 업의 가치와 마음의 상태를 발견하는 것.

깨달음과 배움이 흘러나오는 그 소중한 글 줄기를 따라, 내가 알지 못했던 내적 갈등을 풀어내는 것.


글쓰기를 통해 나를 '분열'시키고.

다시 글쓰기를 통해 나를 '통합'하는 그 반복이 현대인인 우리에겐 절실하다.


내가 잘 되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면, 나를 더 잘 되게 하고 싶다면 이러한 몸부림은 필수다.


메타인지 글쓰기를 멈추지 않아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나는 오늘도 글을 쓰며 스스로를 '분열'하고 '통합'한다.

그 과정은 마치 벌겋게 달군 쇠를 불과 물을 오가며 담그는 것과 같다.


글쓰기를 통해 그렇게 나는 오늘도 조금은 더 단단해진다.

단단해진 만큼, 더 잘 될 것이고 말이다.


나도 당신도.




[종합 정보]

스테르담 저서, 강의, 프로젝트

[신간 안내] '퇴근하며 한 줄씩 씁니다'


[소통채널]

스테르담 인스타그램

keyword
이전 06화글쓰기로 나만의 알고리즘 만들기